난 드래곤랜스에 등장하는 '플레임 스트라이크'
기본적인 설정만 보자면 우리 모두가 아는 그 레드 드래곤임. 그런데 두 가지 굉장히 독보적인 개성이 있어.
1)늙어서 눈이 거의 먼 데다가 정신이 이상한 암컷 드래곤이고
2)그 광기 때문에 인간 어린 아이들을 자기 자식으로 착각하고 있음
젊었을 때 자기 새끼들이 실버 드래곤을 탄 정의의 용사와 싸우다가 끔살 당하는 걸 눈 앞에서 보고+정작 자신은 공포에 질려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그 때부터 살짝 정신이 이상해졌고 이젠 치매까지 와서 인간 아이들을 자기 새끼라고 여긴다는 설정인데, 보통 이런 설정에서는 그런 용사들이 위선자라고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에선 그 용사들이 진짜 정의 맞음. 플레임 스트라이크 역시도 (자기 새끼라고 착각하는) 인간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한편 본성은 레드 드래곤답게 난폭하고 잔인한 위험한 존재라는 게 꾸준히 묘사되고(주인공이 긴장 타고 검을 뽑을 준비를 하니까 철 냄새를 맡고는 '더러운 인간 전사가 가까이 있다'고 화내는 장면도 나온다).
소설 상에서는 주적 세력인 악의 드래곤 군단 소속이긴 한데 워낙 늙었고 정신도 오락가락하다 보니까 그 악의 드래곤 군단 내에서도 무시당하는 신세고, 팍스 타르카스라는 요새 구석탱이에 처박혀서는 하루 하루 음식만 축내면서 포로로 잡혀 있는 인간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는 걸로 소일하는 상태. 그렇게 원래대로라면 (명색이 레드 드래곤이니 제대로 싸운다면 꽤 강하겠지만) 악의 드래곤 군단 장교들이나 더 젊고 강한 다른 드래곤들에게 잉여 취급이나 당하며 적당히 살다 죽을 팔자였음. 그런데 주인공 일행의 활약으로 포로들이 탈출하게 되자 요새 주둔군 사령관이 빡쳐서 자기 레드 드래곤 '파이로스'를 타고 주인공 일행 앞에 나타나 "아이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선언함.
그런데 플레임 스트라이크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미쳐 버려서는 원래는 자신이 따라야 할 그 사령관이 과거의 그 용사고, 다시 자기 새끼들을 죽이려고 한다고 착각.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새끼들(=인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날아올라서 사령관이 타고 있던 파이로스에게 개돌해 동귀어진함. 그래서 결과적으로 드래곤을 잃은 사령관은 주인공 파티와 싸우다가 패배해 죽고 팍스 타르카스는 해방됨. 소설에서는 이렇게 묘사된다.
'....할머니 드래곤은 완전히 정신이 돌아 있었다. 그녀는 자기 아이를 잃어버린 악몽 속으로 돌아가 있었다. 눈 앞에 금빛과 은빛 드래곤에 올라탄 기사가, 그리고 햇빛에 번쩍이는 흉칙한 용의 창이 보였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희망 없는 싸움에 가담하지 말라고 필사적으로 애원했고, 이미 싸움에 결말이 나 있는 것을 납득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젊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울음에 지친 어머니를 둥지에 남겨 두고 날아갔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용의 창에 걸려 죽는 걸 보는 순간 그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아이들을 멸망시키겠다!' 그리하여 할머니 드래곤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뛰쳐 나온 것이었다...
(중략)
...상공에서 무수한 상처를 입어 피를 잃고 쇠약해져 죽을 지경에 이른 그녀의 귀에 아이들이 울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혼란을 일으켜 방향을 잃고 있었다. 파이로스가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해 오는 것 같았다. 파이로스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정면에서 맹렬한 불꽃을 토해내며 머리가 일그러지고 눈이 녹아내리는 걸 만족스럽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일격 덕에 그녀는 적의 위치를 알았다. 불꽃이 자신의 눈을 태우고 영원히 시력을 빼앗는 것을 감수하고 돌격했다. 거대한 수컷 드래곤 파이로스는 분노와 고통으로 평정심을 잃고 있던 데다가 이 늙은 암컷을 얕보고 있었기에 허를 찔렸다. 할머니 드래곤은 젊은 시절의 괴력을 짜내 몸으로 부딪쳐 왔고, 신이 던진 창처럼 파이로스를 때려 눕혔다. 두 드래곤이 산에 격돌하고, 봉우리가 불꽃에 휩싸여 무너져 내렸다...'
객관적으로는 악당 드래곤이 미쳐서 팀킬해준 덕에 주인공 파티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것 뿐이긴 해.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굉장히 슬프다.
난 클리셰와 베이직을 사랑해서 스마우그.
와 너무 좋다...
근데 등장이 되게 짧았나보네 어른이 된 인간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안나온거보면
Dragotha - dc App
나는 네임드는 잘 모르겠고 포렐의 실버 드래곤 설정이 마음에 들더라
이라세오날
붉은 혜성에서 숨결을 잃어버려 잿불아가리가 되어버린 적색 그 자체ㅎ
빌렌트레텐메르스
소다팝/저 장면 이후 같이 죽어 버렸거든ㅇㅇ 다만 그 아이들 입장에서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여겼는지 간접적으로 추측할 만한 소설 상의 묘사는 있어. '몇 년 뒤 할머니 드래곤의 목소리가 가을 바람에 휩쓸리는 연기처럼 사라지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속삭이는 걸 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나의 아이들아"라고.'
흑흑 넘슬퍼 ㅠㅠ
아스화리탈.
그 외에는 카도노 코우헤이 '살룡사건'에서 죽은 용.
윽 나도 이거 말하려 했는데.. - dc App
그래도 영상화된 스마우그지
닥 스마우그
참고로 드래곤랜스 만화영화에도 나온다.
느므느므 멋지고 슬픈 얘기다 ㅠ.ㅠ/
읽고 눈물 흘렸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