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라는 소설가가 1940년에 쓴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라는 단편소설이 있음.
"틀뢴"은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세계의 이름이고
"우크바르"는 틀뢴에 있는 한 지방의 이름,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는 뭐 제3의 세계 정도의 의미일텐데 틀뢴의 지리, 환경, 역사, 학문 등을 망라한 백과사전의 이름임.
소설에서는 그런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것이 굉장히 낯선 개념으로 그려지지만 화자는 곧 그 백과사전에 빠지게 됨.
뭐 보르헤스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설정들은 일종의 은유이긴 한데 그거랑 별개로 내가 거의 똑같은 상황에 놓인 것을 보니까 재밌더라.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 대한 각종 설정집을 이렇게 흥미롭게 읽고 있다니.. 작가가 살아있었다면 TPRG를 보고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네.
D&D 풍으로 제목을 바꾸면 <토릴, 네버윈터, 플레이어즈 핸드북> 정도 될 듯.
여담이지만 소설 안에서 틀뢴의 어느 학파의 가르침 중 하나로 소개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음.
"거울과 섹스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것이다."
텍섹은 사람의 숫자를 늘리지 않으니까 이 기준으로는 혐오스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텍섹은 감염이다. 한 번도 못해본 놈은 있지만 한 번만 한 놈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