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TRPG/ORPG를 하기위해 금요일 월차를 내고 3일을 쉬며 세션을 기다린 세션 경험 5회 뉴비임.


하지만 룰북도 없는 찐따뉴비 데려가 주는 세션은 없었고, 간신히 잡은 세션도 펑펑 터지면서 토요일이 됨..


TRPG 오픈톡방 중 그나마 최신 대화가 있는 방을 들어갔는데 주말에 빈 세션이 천지고하? 라는 자작룰 밖에 없더라구...


나는 TRPG 초보에 다양한 룰을 즐겨보고 싶었으므로 바로 참여하겠다고 했음...


이 때 60여명이 넘는 인원들 중 참여하겠다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다 시발....


세션 시작은 13시였고 나는 12시 40분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경건한 마음으로 컴퓨터에 앉아 마스터가 준 디스코드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플레이어는 나와 플레이어A 2명, 마스터는 혼자 인데 플레이어A가 마이크가 안된대서 마스터 혼자만 보이스를 사용하는 희한한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고 했다.


처음 자작룰이라고 보여준 시트엔 직업을 고르고 스탯, 아이템을 들고 간다고 했다. 마치 던전 월드 같구나... 라는 생각을 할 무렵에 직업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굴꾼, 석궁사수, 늑대인간, 선동가, 수녀...


이후 마스터가 시대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1600년대 저주 받은 영지의 저주를 제거하기 위해 영지 주변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모험가들이란다...


엥 이거 완전 다키스트 던전 아니냐????


혼자 그런 생각을 했지만 마스터가 다키스트 던전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고, 나도 한번도 해보진 못한 게임이므로 굳이 이야긴 하지 않았다...


근데 시발 시트에 스트레스 수치 들어가 있으면 빼박아님?


어쨌든 그렇게 나는 늑대인간, 플레이어A는 선동가로 시트를 제작했다. 이제 세션을 한다고 하길래, 내가 롤20은 안쓰냐고 묻자 마스터는 디스코드에서 그대로 한다고했다.


일반 채팅 채널과 보이스 채널 딱 1개씩 있는 이 곳에서 ORPG를 한다고...????


그래 난 세션 5번 밖에 안해본 뉴비잖아. 자작룰 만들 정도의 고인물들은 이런 환경에서도 게임을 하는구나...


그래도 마스터님 주사위 채널은 따로 하나만 만들어 주세요, 요구를 하고 채팅 채널 2개와 보이스 채널로 세션이 시작됐다.


1600년대 저주 받은 영지... 음산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어둑한 영지를 등불에 의지한채 전진하는 두 사람의 그림자.


늑대인간과 선동가라는 두 사람의 사이에서 어떤 RP를 해야할까? 텍스트 묘사니까 좀 더 신중하게 할 수 있겠지, 기대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늑대인간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을 무렵 마스터가 첫 마디를 떼었다.


마스터 : 여러분은 음산한 던전을 지나고 있는데, 앞 쪽에 두마리의 몬스터가 있었습니다. 전투 하시겠습니까?


?????????????????????????????????????????????????????????????????????????????????????????????????????????????


플레이어끼리의 자기 소개, 성격을 알 수 있는 RP, 우리가 할 행동과 몬스터의 정체조차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전투를 하시겠냔다...


플레이어 A : 전투해보죠 ㄱㄱ


플레이어 A도 RP 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나도 그냥 분위기 깨지 않고 전투하자고 했다.


그래 난 세션을 5번 밖에 못해본 초보자잖아. 일단 겪어보자. 이런 OPRG도 있는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전투를 했다. 전투는 주사위 놀음이였다.

마스터:OO 차례입니다. 주사위 굴려주세요 → 주사위 굴림 → 마스터 : 성공 OR 실패네요. 다음 OO 차례입니다. 의 반복.

씨발 구라 안치고 어렸을때 초등학교 시절 공책에 연필로 스탯창이랑 맵 그려넣던 공책 RPG가 떠올랐다.

이 와중에 마스터는 마이크도 제대로 안되서 음성 채널을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고, 차례가 바뀔때 2분 정도 아무 말도 없다 "다음 누구차례 였죠?" 를 시전했다..

난 이때 뭔가 크게 잘못됐음을 느꼈고, 플레이어A도 그것을 느꼈는지 처음엔 이런저런 채팅을 하던 그도 자기 차례가 아니면 아무 채팅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제일 어이 없었던 점... 내가 몬스터가 뭐냐고 하니까 앞엔 오크고 뒤엔 스켈레톤 아쳐 랜다. 나는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면 출혈 데미지를 주는 기믹이 있더라.

그래서 물어봤다.

나 : 혹시 스켈레톤 아쳐한텐 출혈 데미지가 안들어가죠??

마스터 : 들어갑니다.

나 : ???? 스켈레톤이면 뼈 아니에요??

마스터 :  살점이 붙어있는 스켈레톤이에요 ^^

나, 플레이어 A : .... (실제로 디스코드에 채팅침)

그렇게 중간 중간 시간이 자꾸 비면서 전투가 지연되니 나는 딴짓을 하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TRPG 갤러리를 열어서 탐방하기 시작했다.

정녕 이게 내가 아는 ORPG가 맞는 것인지... 내가 지금 옳은 ORPG를 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방황하는 어린 양이 예수를 찾는 마음으로 TRPG 갤러리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페이지에 무려 [16세기 중반 서양배경 자작룰 티알피지 구인글]을 떡하니 봐버리고 말았다. 시발 카톡방에서 아무 이야기 없던 이야기 배경과 롤20 사용 안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댓글에 탈주닌자라고 욕도 존나 박았더라... 급작스럽게 현타가 몰려왔다. 시발 내일 출근해야되는데 이 좋은 주말에 나 새끼는 무엇을 하고 있는것인가?

이 때 탈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지만, 나는 앞으로도 TRPG를 계속 하고 싶었고 탈주닌자 타이틀도 달고 싶지 않아서 /R 2D8 이나 치면서 어떻게 해야 존나 고뇌했다.

그런 고뇌를 하는 도중 길었던 첫번째 전투가 끝났다. 마스터는 전리품을 일러주고는 진행 멘트를 쳤다.

마스터: 여러분은 마을에 돌아가 휴식을 취할수도 있고, 앞으로 더 나가실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해보지도 않은 다키스트 던전 UI 가 눈에 그려지는것 같았다... 이 때 플레이어A는 전투 1번으로 체력과 스트레스가 씹창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길을 택했다.

아마 시트를 찢고 탈주해버리고 싶었던게 아니였을까? 지금에서야 그렇게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번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설명을 안해준) 몬스터 5마리가 몰려왔고, 플레이어 A는 장렬하게 시트가 찢기고 만다.

내가 시발 부럽다 하고 HP 0이 되는걸 보고 있는 중에 마스터는 플레이어 A에게 죽음의 문턱이라는 던전 월드 스러운 기믹을 들이댔다.

마스터 : 죽음의 문턱에서 체력회복 아이템을 사용하면 살아 나실 수 있어요~

플레이어 A : 저는 체력회복 아이템이 없는걸요?

마스터 : 동료껄 빌려서 사용하시면 되죠~

나 : 저는 체력회복 아이템이 식량밖에 없는데 제껄 빌려줄 수 있다구요?

마스터 : 동료가 먹여준다고 하죠~

나 : (지금 뒤진 새끼한테 밥을 처먹인다고 살아난다고 하는것인가??) 그럼 식량으로 동료 살리면 턴 소모가 되나요?

마스터 : 그냥 먹어서 회복할 땐 턴소모구요, 죽음의 문턱에선 턴 소모 없어요~

내 마음속에서 자작룰=지좆대로 의 공식이 성립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꾸역꾸역 식량을 먹여대며 플레이어 A를 부활시키자 플레이어 A는 15시경에 갑자기 15시 30분에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한다는 뜬금없는 탈주 선언을 해버린다.

그도 나처럼 고통스러웠겠지... 그렇게 나도 플레이어 A를 따라 RP없이 전투 2번 한 세션을 마감하고, 바로 모든 TRPG 관련 톡방과 디스코드 방을 나갔다.

전의 세션도, 그 전의 세션도 RP 는 던져놓고 모험과 낭만, 탐험과 역할이 있는 RPG 세계를 플레이하는게 아닌 주사위로 허상의 생명체에게 데미지 판정하는 세션만

쳐 하다보니 약간 현자타임이 왔었는데, 이번 세션을 하면서 TRPG 하겠답시고 월차 낸 내가 너무 병신 같아졌다.

TRPG.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말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