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없어서요. 그런데 스트레스는 받을대로 받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아마 존나 고지식하고 고압적으로 보이겠죠? 하지만 아마 RPG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밌자고 이 놀이를 할 겁니다. 뭐... 요즘에 보니까 모 게임 컨텐츠 학과에서는 학생들 교육을 위해서 TRPG를 시키기도 하던데,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놀자고 이 짓 하는 거죠. 당연히 마스터도 본질적으로는 자기가 재밌자고 RPG 마스터를 하는 겁니다. 이 점에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WoD는 RPG 중에서도 특별히 게임 모델이 모호하고 엉성하기로 유명하면서도, 쟝르적인 속성은 아주 편향된 축에 속합니다. 당연히 하기 힘듭니다. D&D야 대충 판 짜놓고 전투만 해도 최소한의 재미가 보장된다지만 WoD는 그런 거 없어요. 철저하게 서사적 재미를 추구하지 않으면 할 게 별로 없습니다. 제가 본 많은 WoD를 그만 둔 사람들도 대개가 이 막연한 시스템을 가지고 어떤 서사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또 그걸 어떻게 플레이어들이랑 공유하고 놀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상의 문제로 그만 뒀었습니다. 맞아요. WoD는 마스터의 부담이 꽤 심한 물건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WoD가 애초에 널리 즐겨지기 힘든, 다소 부적격한 상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WoD를 할 때는... 아니, 사실 RPG를 하겠다고 할 때는, 판 짜고 사람 모으고 진행할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정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기대되는 재미는 충족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정상일 겁니다. 그런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야 시발 나도 WoD 좀 해보자 캠페인 좀 열어줘"라고 한다고 바로 캠페인 준비를 하고 싶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마스터도 자기가 재밌겠다 싶은 게 있을 때 마스터를 하는 법입니다. 해달라는 사람이 있다고 막연한 책임감만 갖고 열어주는 마스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 마스터가 있다고 해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겁니다. 자기가 재미를 못느끼는데 의무감으로 뭘 얼마나 할까요? 돈 받고 해주는 거면 모르겠지만요. 그럼 마스터한테 캠페인 열게 하고 싶으면 뭘 해야 하냐고요? 진짜 팀을 구하고 싶다면, 혹은 모으고 싶다면, 자기 소개와 프로포절부터 해야지요. 나랑 놀면 너도 재밌을 거라고 꼬드겨야 합니다.
저도 WoD만 12년 하면서 모르는 사람 대상으로도 구인 많이 해봤고, 초보자들만 모아서 한 적도 있었고, 그 와중에 이상한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어땠냐고요? 자기 영어 못하니까 설정이랑 규칙을 읽어달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어줬습니다. 그랬더니 한 5분 듣고 "그냥 메모장에 정리해서 써서 보내주세요"라더군요. 뭐 제가 WW 직원이어서 상품 홍보하러 마스터하는 것도 아닌데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번역해 보내줘야 합니까?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WoD 팀에 들어와서 WoD가 아닌 걸 하겠다고 합니다. V:tM 하는데 갑자기 뒷골목에서 노숙자 대여섯 명 죽여놓길래 양심판정 시켰더니 "마스터가 내게 적의를 갖고 불리한 판정을 요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니 뭐 RPG에서도 막무가내 살인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고도 제약이 없길 바란다면 Slasher를 하시든 F.A.T.A.L을 하시든 하시죠... 중요 규칙으로 "무차별한 폭력행위나 살인을 저지를 경우 양심 판정을 시킨다. 실패할 경우 휴머니티가 떨어진다. 휴머니티가 0이 되면 게임 오버"라는 항목이 있어요. 이걸 적용했다고 마스터를 나쁜 놈 취급하면 곤란하죠. 이런 식으로 자기는 플레이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도 안 해오면서 마스터는 무조건 자기 PC한테 유리한 상황만 내주길 원하는 플레이어 여럿 봤습니다. WoD의 규칙상 허술함 때문인지 설정에 취해서 맛이 간 건지는 몰라도 유독 WoD만 하면 이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최소한 저는 멋도 모르고 아무나 받았다가 이런 플레이어들이 와서 제가 공들인 캠페인 준비가 날아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굳이 준비한 노력이 허사가 되는 걸 따지지 않아도, 이런 사람들이랑 서로 스트레스 주고받으며 소중한 주말 하루를 보내고 싶지도 않고요. 굳이 안 맞는 사람이랑 무리해서 놀려다가 적 하나 더 생기는 것도 싫습니다. 그게 제가 더 이상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아무나 받아서 같이 놀지 않는 이유입니다. 같은 이유로 WoD 공개구인 안 하는 마스터가 제 주위에 최소 셋은 더 있습니다.
주지하자면 결국 마스터의 기회비용 문제입니다. WoD 캠페인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는 시간과 정력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인지도 모를 익명의 존재를 받아서 캠페인 열고 싶겠습니까? 가급적이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나랑 같이 잘 놀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랑 하죠. 이너 서클 타령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저만 해도 WoD 처음 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자주 놀았습니다. 그렇게 같이 시작한 사람 중 꽤 오래 같이 놀게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최소한 저한테 "나랑 놀면 이런 점은 재밌을 거다"라는 어필을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은 "나는 항상 실리를 위해서 비굴하게 싫어도 좋은 척 하고 주류에 편승하며 살았다. 그래서 내가 덕후인 것도 숨기고 학창 시절 운동하고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며 지냈다. 그렇지만 최소한 게임에서 만큼은 내 욕망이나 비열함을 드러내는 선택을 내리고, 그 추한 결말에 직면하는 걸 해보고 싶다"고 쪽지를 보냈습니다. RPG 자체를 처음 하는 사람이었지만 냉큼 받아서 WoD 같이 했습니다. 이런 감수성의 사람이라면 같이 WoD로 재밌게 놀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 사람이랑은 지금도 같이 잘 놀고 지냅니다.
그런데 과연 여기에 뻘글 말고 진짜로 WoD 하겠다는 사람 중 잠재적 마스터에게 "나와 놀면 개쩌는 플레이를 보여주지"라고 어필하는 분은 얼마나 계실까요? 최소한 제가 봤을 때는 몇 분 안 계셨습니다. 대개는 "야 이런 설정도 재밌지 않겠냐" 정도였죠. 하지만 저는 해당 단편적 소재만 가지고 모르는 사람이랑 당장 의기투합할 정도로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하물며 저를 지정해서 요청한 것도 아닌데 제가 "왜 WoD 캠페인 여는 사람 없냐"는 얘기만 듣고 열 생각이 들겠어요? 가만 있으면 틀딱충 소리나 나오는 마당인데.
여기 얼마나 WoD를 정말로 할 의향이 있는 분들이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계시다면 틀딱충들한테 캠페인 열게 시켜서 재미 뽑아낼 생각 만큼이나, 어떻게 그 틀딱충들의 안 서는 고추 발기시켜줄지도 같이 생각하는 게 도리 아닌가 싶습니다. 마스터도 가시적으로 기대되는 재미가 있어야 마스터를 하는 법이니까요.
추신.
http://cafe.naver.com/trpgdnd/61344
한 마스터가 초보자용으로 캠페인을 구상해서 구인을 했었습니다만, 구인이 잘 안됐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추가 구인이 다 됐는지 모르겠군요.
동의합니다. 솔직히 누가 모르는 사람 잡아서 시트 짜는데만 몇십인시 걸리는 게임을 하고 싶겠어요.
맞는 이야기지만 밑에서 분통 터뜨리던 텍섹러들을 위한 답변은 아닌듯
비추 두놈은 뭐지?
마스터도 꼴리면 하는거고 꼴리지 않으면 안 하는거지 추천
아니 이 말에는 공감함. 이 말은 확실히 맞는 말이다.
222.118.*.*//소영이랑 으으시발 아니겠나. 지금 책 읽기는 싫고 지꼴리는대로 체리피킹 원하는거만 알아듣고 왜곡하는 텍섹에 미친 머라우더 같은 텍섹러가 딱 둘이니
뭐야 비추가 또 늘었네 텍섹러 ㄷㄷㄷ
ㄴㄴ관심법 자제좀... 글 내에서 언급했던대로 나는 그냥 대개는 "야 이런 설정도 재밌지 않겠냐" 정도였고, 룰 빨거면 마스터링 좀 돌리라는건 댄디 떡밥때도 꺼냈다.
ㄴ그런데 왜 wod 썰마다 왜 텍섹ㄱㄳ드립만 가득하냐?ㅋ
ㄴ그건... 음... 위 댓글의 '텍섹에 미친 머라우더'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겠음...
ㅋㅋㅋㅋㅋ보는 재미기 쏠쏠하네. 이 맛에 턀갤 온디
나는 디시-버 아재의 열렬한 팬인거슬... 저렇게 매도당하니... 잠이 다 달아납니다... 제가 WoD 관련해서 번역도 한 네다섯개 올리고 평행세계 켐페인도 제시해보고 그랬는데... 나쁜 녀석...
ㄴ;;;;;;;;;;;;;;;아재가또
답은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