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같은 경우엔 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쭉 풀어 쓰고
나중에 읽어보면 자기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쓴 표현이나 메시지 같은 게 보인다네
그럼 그걸 좀 더 선명히 드러내는 식으로 또 한번 써서 글을 완성한다고 함.
즉, 주제부터 정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부터 쓰고 그 이야기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를 잡아 다시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것...
TRPG도 이런 전개를 따르는 게 최선아닐까?
마스터가 우리 플의 주제는 이거다! 라고 정해봤자 플레이어들이 마스터의 수족도 아니고 분명 마스터가 원하는 대로 전개 안 됨...
주제란 건 플레이가 전부 끝나봐야 드러나는 게 아닐까.
아....우리의 플레이는 결국 이런 게 주제였구나...하면서.
알피지는 소설과 다르게 퇴고가 불가능하므로 (나중에 팀원끼리 말 맞춰서 일부 사항을 변경시키는 게 가능은 하다만 퇴고 수준으로 갈아 엎는 건 불가능) 스티븐 킹의 예시는 부적절해 보임. 그리고 원래 캠페인 핵심 주제 자체도 마스터 혼자가 정하는 게 아니라 팀원 전체 합의하에 정하는 게 기본이고, 주제가 그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각 캐릭터나 시나리오 별로 또 다를 수 있음. 물론 주제 같은 거 의도적으로 미리 잡지 않고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거랑 별개로 사전에 미리 주제를 잡고 시작하는 플레이가 또 영 못 써먹을 방법인가? 라는 의견엔 반대임
마스터가 주제를 잡고 들어간다는게 플레이어가 꼬붕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자 자신이 하려는게 있겠지.
그리고 많은 알피지 시스템들은 어떤 이야기 구조를 제시하고 그걸 따라가도록 시키면서 이미 어떤 특정 주제를 잡아 놓은 경우가 많음. 많은 경우 그걸 의식 못하고 그냥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면서 무의시적으로 해당 주제를 갖고 놀게 되기도 하고. 디앤디 같은 게 대표적인 예지.
애초에 용도 자체가 툴킷에 가까운 범용 시스템들 제외하면, 여기 갤럼들이 많이 할 거 같은 던전월드나 아포칼립스 월드, 피아스코, 폴라리스 같은 것도 다 핵심 주제는 있는 걸로 안다. 난 던월이랑 아포 월드까진 룰북으로 직접 봤는데, 이 두개는 이미 룰북 서장에서 시스템이 지향하는 핵심 주제를 설명하고 있었고.
음...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TRPG에서의 주제란 것이 소설의 주제만큼 빡빡한 것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서.
사람마다 다르지 싶은데, 나는 주제를 잡아 놓고 하는 쪽이 오히려 마스터랑 합 맞추기가 쉽더라. 예컨대 CoC에서 라이더 킥을 하는 것이 마스터가 암시하는 주제에 부합하는가 생각해 보게 되니까. 분위기라던가 목표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게 주제잖아.
글이 언급하는건 주제를 미리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마스터가 독단적으로 주제를 선정했을때-혹은 몰래 선정했을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인듯.
레일링 자체는 룰이나 이야기보다는 마스터의 문제가 크니까
스티븐 킹 같은 플레이어랑 마스터만 있으면 그래도 되...기는 뭐가 되냐 공동 창작인데 절대 불가능일 듯. 주제 다 정해놔도 제대로 안 흘러가는 게 보통이야. 주제를 안 정해놓으면 아예 엉망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