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델버가 더 좋았다
판델버의 잃어버린 광산을 끝낸 이후 에센셜 키트, 얼음첨탑 산봉우리의 용 를 사서 돌려보았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나는 판델버가 더 좋았어.
얼음첨탑 산봉우리의 용은 퀘스트들이 너무 산개되어 있는 느낌이었어.
마치 TRPG계의 오픈월드 같은 느낌..?
팀바팀이겠지만 우리 팀에게는 별로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판델버의 경우에는 군드렌 락시커를 지켜야 한다는 목적 하나로 플레이어들이 세션1에서 엔딩까지 똘똘 뭉칠 조건이 완벽히 성립해서 편했어.
가이드북에도 "군드렌 락시커는 여러분의 후원자이거나 친구입니다."라고 대놓고 모험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게 바로 판델버거든.
둘다 초보자 친화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나는 판델버 쪽이 더 초보자 친화적이라고 생각해.
난이도...?
두 캠페인 다 난이도는 구리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판델버가 더 낫다고 생각해.
너희가 판델버를 끝낸 후 자연스럽게 에센셜 키트로 스토리를 잇고 싶다면,
적어도 캐릭터 레벨을 고려해서 많은 시나리오를 쳐내야 할 거야.
우린 초반 시나리오는 쳐내지 않았고,
후반 시나리오 몇개를 쳐냈어.
우리 파티는 길거리에서 암소 패튜니아를 입에 물고 있는 백룡 크라이오베인을 보고 죽여버렸어.
너넨 절대로 오만하지 말고 HP 10 달면 그냥 요새로 도망쳐.
고작 영 화이트 드래곤으로는, 이미 판델버를 끝내고 온 플레이어들을 길바닥에서 2라운드 이상 상대할 수 없다.
열심히 준비한 본거지 액션 못 쓰고 죽을 수도 있음.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건데, 파티 파워가 세면 옆에 서리 거인이나 겨울 늑대 붙여주는 게 더 나을 거야.
두 캠페인의 차이
얼음첨탑 산의 용은 판델버랑 배경은 같지만, 차이점이 많아.
판델버는 자연스럽게 군드렌 락시커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
애초에 "군드렌 락시커" 라는 모험의 실마리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어.
하지만 이 얼음첨탑 산봉우리의 용은 메인 스토리가 두 개야.
탈로스의 수도자들, 그리고 백룡 크라이오베인.
둘 다 재미있는 스토리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자연스럽게 진행하기는 힘들어.
한번 캠페인을 끝내고 난 지금에서야, 이제는 어떻게 진행해야 자연스러울지 알겠더라.
근데 말야, 처음부터 "어떻게 굴려야 좋을지" 판델버처럼 잘 알려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
얼음첨탑 산봉우리의 용은 초심자가 그렇게 쉽게 접근하기엔, 메인 스토리도 너무 많고, 너무 오픈월드 느낌이 물씬 나.
마스터가 숙지하면 좋을 것들
나 같은 뉴비 마스터들이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다면, 아래의 것들을 꼭 숙지하도록 해.
이 캠페인의 위협은 크게 두 가지다. 탈로스의 수도자들, 백룡 크라이 오베인.
캐릭터들이 그들을 물리쳐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체크. (판덜린에 연고가 있거나, 명예를 중시하거나, 막대한 돈을 제시)
캠페인의 메인 스토리와 관련이 없는 백스토리의 경우, 캠페인을 개수하거나 캐릭터를 쳐낼 것.
이미 TRPG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야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뉴비들은 이런 거 잘 모른다...
그냥 판델버에서 스토리 이어서 진행하려니 너무 어려웠음.
특히 우리 팀은 캐릭터 백스토리가 제각기라서,
메인 퀘스트를 대거 쳐내거나 개조해야 했어.
특히 탈로스의 수도자들은 결국 끝까지 진행 못했어.
천둥맷돼지 소환하는 건 다음 캠페인 스토리로 미뤄둘 생각임.
퀘스트 게시판..?
마을 퀘스트 게시판 말인데, 우리는 전혀 사용하질 않았어.
처음에는 말해줘도 별로 관심 갖는 사람이 없었고,
2번째 캠페인 마지막 세션이 되어서야 누군가 그런 게 있는지를 찾더라고...
그 대신, 우리는 촌장 할리아 쏜턴이 모험가들에게 의뢰를 부탁하는 식으로 퀘스트를 제공했어.
(*우리 캠페인에서는 하빈 웨스터가 촌장에서 해임되고 그 자리를 할리아 쏜턴이 꿰어찼어. 물론 젠타림이라는 설정은 그대로야.
그녀는 판덜린을 네버윈터와 워터딥 사이의 교역로로 삼아 젠타림에게 유리한 고지를 제공할 생각이야.)
우리 파티원들 중 일부는 이미 파도메아리 광산 건으로 판덜린의 영웅들로 불리고 있었고,
트레센더 저택의 지하를 본거지로 삼고 있었거든.
판덜린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가장 의존하기 좋은 사람들이었지.
두 캠페인을 이어서 진행하면 그런 부분은 편하고 좋더라.
오리지날 스토리
여사제 가라엘
이건 진짜 사담인데,
판델버로 이미 한 번 익숙해지니까 오리지날 스토리를 이것저것 막 더하게 되더라.
판델버에는 사실 젠타림, 하퍼즈, 에메랄드 엔클리브, 군주 연합, 건틀렛 결사단 등의 기초적인 5대 파벌이 전부 나와.
하지만 실제로 한 캠페인 내에서 그걸 전부 보여주기는 힘들지.
얼음첨탑을 판델버에서 이어서 하면 저런 걸 전부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시나리오 볼륨이 늘어날 거야.
그건 확실히 장점인 거 같아. 오죽하면 다들 얼음첨탑을 "판덜린 확장팩"이라고 부르겠어.
나 같은 경우엔 DMG도 샀겠다, 욕심이 생겼었어.
'사악한 어둠의 고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이템이야.
읽은 사람의 성향을 악으로 물들이고 사악한 지식을 전승한다...?
나는 이 유물을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 라는 CRPG에서 맨 처음 접했어.
그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나는 이걸 메인 스토리에 채용하기로 했어.
판델버의 잃어버린 광산 엔딩에서, 여사제 가라엘이 해골 장식의 이상한 책을 들고가는 장면을 보여줬어.
그녀가 하퍼즈 소속이었고, 임무 때문에 그 책을 찾고 있었다는 건 시즌2 최종장에서야 플레이어들이 알 수 있었어.
그 전까지는 열심히 참고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떡밥을 뿌렸어.
가라엘의 집을 훔쳐보다가 마을 경비병들에게 잡혀버린 수상한 바드가 있었어. (*그녀 역시 가라엘처럼 하퍼즈였어. 갖가지 재주가 있어서 쉽게 빠져나왔지만...)
가라엘의 집 앞을 지날 때 우리 클레릭이 지니고 있는 성수가 파괴되는 현상을 보여줬어.
그 집 주변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위를 눌리고 있었고, 다들 눈이 퀭해져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지 못했어.
행운의 사당쪽의 풀들을 제외하고는, 가라엘의 집 주변의 풀들은 모조리 시들어버렸어.
언젠가부터 가라엘이 보이질 않아.
일부 마을 주민도 사라진 것 같아.
언젠가부터 그 수상한 바드가 우리 파티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어.
일행 중 하나가 사브라스의 성지 제단에서, 다른 파티원이 가라엘에 의해 의식의 제물로 바쳐지는 환상을 봤어.
결국 우리 파티는 오랜 고민 끝에 정체를 드러낸 수상한 바드.. 그러니까, 하퍼즈 요원의 부탁으로 가라엘을 추적했어.
그 결과 판덜린 지하에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있었고, 그곳에는 숨겨진 거대한 공간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
오래된 이곳은 바알의 성소로 꾸며져 있었어.
책을 잃고 맛이 가버린 여사제 가라엘은 바알의 신도가 되어버린 거야.
책 때문에 사제로서의 신성력을 한 번 잃어버린 그녀는 자신이 티모라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바알을 섬기게 된 거지.
그리고 마을 지하에는 마을 주민 몇몇이 집회를 열고 있었어.
이 광신도들은 시즌2 중간에 하차했던 파티원을 제물로 바치려고 하고 있었지.
중간 과정은 생략할게.
결론적으로 가라엘은 티모라에게서도 버림받았고, 바알에게서도 하퍼즈에게서도 판덜린에서도 버림받게 되었다면서,
광적인 미소를 실실 흘리며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하려고 했어.
(*책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거든.)
우리 파티는 그녀가 죽는 것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
그녀를 재활성화 주문으로 살려냈고, 마을 촌장 할리아 쏜턴과 함께 들이닥친 경비병들이 그녀를 체포해갔지.
할리아 쏜턴은 이 흉악한 일이 마을 지하에서 벌어진 걸 마을 사람들이 알면 큰일날 거라고 생각했어.
파티원들에게 이 일을 비밀로 해줄 것을 요구했고, 경비병들의 입을 막기 위해 두둑한 돈을 주고 마을을 떠나보내기로 했지.
일부 파티원은 이에 동의했고, 혹은 침묵했어.
물론... 할리아 쏜턴이 정말로 선의를 품고 이런 짓을 한 건 아냐. 젠타림이니까.
거의 두 달 동안 떡밥을 뿌려댔던 바드는 파티원들에게 고맙다며 책을 회수했어.
PL들은 이 책을 우리가 받아서 힘을 차지해야 한다거나,
저녀석을 믿었다간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질 테니 우리가 맡아서 파괴해야 한다거나,
여러가지 의견들이 난무했어.
하지만 정작 PC들은 그 책을 딱히 달라고 할 성격은 아니었고, 하퍼즈 요원은 책을 가지고 떠나갔지.
물론 감사와 작별 인사는 잊지 않았고 말이야.
(*그녀는 캠페인 중간중간 "나는 너희들의 팬이야!" 라면서 자꾸 쫄래쫄래 따라다녔고, 무슨 영웅담을 집필 중이라고 했었지.
시즌 내내 진짜 아무짓도 안 했지만.... 이녀석 어쩌면 내 GMPC일지도 모르겠음.)
그 밖의 것들
여하튼 오리지날리티를 가미하니까 즐거운 점도 많았어.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시간을 들인 만큼 만족감도 컸던 것 같아.
등대에 거주하던 모에스코는 탈로스를 섬기는 하프드래곤 하프오크로 만들었어.
이 번개광은 등대 위의 자신의 심장으로 가는 계단에 천둥 룬 함정을 설치했고,
길막을 한 뒤 일렬로 선 파티원들을 향해 블루드래곤 브레스를 뿜뿜 발사했지.
정말 재밌었어....
(*오우거 건틀릿을 낀 클레릭이 힘으로 그녀석을 밀치고 진형을 바꾸기 전까지는.)
아 맞다. 우리는 맹독이빨이 여전히 살아있어서,
크라이오베인이 길바닥에서 모험가들에게 죽고난 뒤 그 요새의 보물들을 차지하러 날아갔어.
2세션 전에 합류한 새 파티원이 사브라스의 성지에서, 그 맹독이빨이 서리 거인의 도끼에 목이 날아가는 최후를 목격한 건 덤이지만 말야.
그러고보니 아직 풀지 못한 캐릭터들 백스가 있는데... 다음 캠페인은 뭘 베이스로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네.
혹시 네버윈터 근처나 소드코스트 북부 지방, 칼날 산맥에 어울리는 캠페인 있으면 추천 받습니다.
판델버끝냈으면 5,6렙일텐데 그럼 크라이오베인도 어덜트정도론 올려야하지않았을까?
이게 정답인 거 같음..! 사실 에센셜 키트도 크라이오베인을 5~6렙에 만나도록 설계해놓은 거긴 한데, 그렇다 쳐도 영 화이트 드래곤은 너무 약했음.... 또, 판델버를 마치고 온 파티라면 이미 매직 아이템이 빠방할 테니까..ㅠ
크 알찬후기 고수마스터 멋잇다
에이 그래도 아직 뉴비임 ㅋㅋㅋ (기분 욜라 좋아짐)
갠적으로 판델버는 진짜 잘만든 레일로드 같음. 어느 미션을 해도 최후로 이어지게 됨
ㅇㄱㄹㅇ... 완전 공감..
글 잘 읽었어. 나도 지금 생초보들 모아서 얼음첨탑 마스터링 중인데 (이게 첫 마스터링) 그냥 스타터 킷 살걸 후회중임... 작성자가 지적한 부분에는 완전 공감함. 전체적인 플롯이 텅 비어 있어서 캐릭터 배경이랑 연관짓는 게 어려움.. 그러다 보니 흥미가 금방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 님이 고민 많이 해서 오리지널 요소를 추가한 게 느껴짐.
에센셜 킷 어디서 샀는지 모르겠지만 실물이나 비욘드에서 산 거면 얼음첨탑 다음으로 이어서 판덜린 근처 레일론 이라는 마을에서 진행되는 시나리오 같이 줌. (7렙~9렙으로 기억함) 근데 한번 쓱 봤을 때는 별로 재밌어 보이지는 않았음.
roll20에서 사서 그거 가지고 있어..! 근데 나도 그게 별로 안 재밌어보여서 고민 중....ㅋㅋㅋ큐ㅠ
캐릭터들 백스가 몇 세션 안에 해소 되는거면 이참에 홈브류 도전해보는건 어떰?
음 한 번 해볼까.. 사실 도전 가치가 좀 있는 거 같긴 해. 항상 그렇게 짠 게 가장 만족도도 높았고..!
예전에 공식 어드벤처 짤막 평가글 올린 적 있긴 한데, 판델버는 그냥 스토리만 무난한 모듈이고 (인카운터 조정이 병신), 아이스스파이어 픽은 아예 방향이 대놓고 퀘스트물이었어야 했다고 생각해...
그리고 AL마냥 수정불가 포맷이 아닌 이상 DM마다 자기만의 개조나 첨삭은 다들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반응이 좋았다면 적극 권장되는 것
그리고 5판 공식 어드벤처 중에서는 스톰 킹즈 썬더가 소드코스트 북서부 배경이었을 것
덤으로 아이스스파이어 픽은 (1명이서 굴리면 사이드킥 껴도 당연히 어렵긴 하지만) 1:1 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게 설계되어 있어서 4명이 템 둘둘 말고 진입하면 죄다 박살나는 게 당연
아 그래서 그렇게 난이도가 쉬웠구나... 한번 공식 어드벤처 평가글 다시 찾아볼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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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첨에 올려준 아이스스파이어 로그 많이 참고했음 ㅋㅋㅋㅋ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