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월드가 막 정발됐을때, trpg에 입문하고 싶었던 나는 스레딕이란 사이트에 trpg게시판이 있었던걸 떠올렸어.
스레딕 trpg판에선 마침 한 마스터가 던전월드 정발 기념 플레이를 열려던 참이었지
플레이어는 모두 한 용병단 소속이고 마스터가 용병단 게시판에 퀘스트를 올리면 참가를 희망하는 PC가 그 퀘스트를 수주하는 rp를 하면서 즉석에서 단편팀이 꾸려지는, 흔히 말하는 상시플 형태의 플레이였어
옆집이었던 역할극판(자캐커뮤)에서는 이런 형태가 일반적이었다고 하는데 그쪽은 나는 잘 모르겠고, 시기상 던월로는 처음 돌아간 상시플이 아니었을까 싶어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서 캐릭터 시트를 한번에 관리하고 irc 채널에서 메타챗+선언을 하면서 다이스를 굴리고 그 결과와 묘사를 게시글에 덧붙이는 형태로 진행했는데, 단편 두 세개를 진행하는 동안 플레이는 별 다른 문제 없이 잘 굴러갔어.
매일 같이 세션을 돌리다 보니 참가자끼리 좀 친해지기도 하고 새 참가자도 계속 조금씩 늘어났어.
그러던 와중에 플레이어 H도 플레이에 참여하게 되었지. H는 역할극판에서 자주 활동을 했고 trpg는 처음이라고 했는데, 역할극을 했던 경험 덕분인지 섬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
단편 세션 하나를 마친 H는 마스터링을 해보고 싶다고 했어, 판타지가 아닌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로.
며칠 후, H는 던전월드를 스페이스 오페라로 개조한 개수룰을 가지고 돌아와 기존 마스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새 플레이를 열었어.
기존 플레이가 상시플 형태였던 덕분에 플레이가 비는 인원 중 몇명이 함께 하게 되었지. 그 중 하나가 나였어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단편플은 별 문제없이 깔끔하게 끝났어, 도중에 어떻게든 자기 pc를 자폭시켜 죽이려는 플레이어와 어떻게든 그 pc를 살려주려는 마스터 사이의 기싸움이 있기는 했지만 말야.
문제는 프롤로그를 끝내고 장편으로 돌입하려는 와중에 일어났어.
PC 하나의 캐릭터 시트 내용이 전부 그 캐릭터의 플레이어를 욕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던 거야. 시트 테러를 당한 거지.
테러 해놓은 내용으로 추측컨데 범인은 역할극판에서 피해자 플레이어와 충돌이 있었던 모양이야.
마스터, 그러니까 H는 급하게 시트를 복구했지만 테러는 몇번이나 반복됐어. 수정권한을 바꾸는 해결책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번거로운데다 이미 마스터도 플레이어들도 의욕을 잃어버려서 플레이를 속행하는건 불가능해 보였지.
H는 결국 스레딕에서 플레이를 계속하기를 포기하고 문제 없었던 플레이어 몇 명을 데리고 팀을 꾸려 네이버 카페로 도망쳤어. 그게 내 첫번째 팀이야.
카페로 옮긴 후에는 참 재밌었어.
같이 넘어온 플레이어 중 하나가 마스터를 사이버스토킹 하다가 플이 터지기도 하고
추가 구인한 플레이어와 그 플레이어를 따라 온 다른 플레이어가 사귀다가 헤어져서 플이 터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나는 입대를 하면서 그 팀을 나오게 됐지.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개수룰, 상시플, 자캐커뮤까지 턀갤이 싫어하는 소재만 모아놓은 trpg 입문이었네.
엉망인 것 같아도 나름 추억이라 그때 했던 로그라도 찾아보려 했는데 스레딕 옛날 기록이 싹 날아간 모양이라 아쉽다.
와.. 저렇게 엉망으로 돌아갈 수 있긴 있구나. 나도 입문은 스레딕 같은 사이트에서 OR 입문했는데 확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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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트테러 당하기 전까진 재밌게 잘 놀았어
으으 H가 언제 통수 칠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