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쓰는 얘기. 저랑 같이 놀던 사람들은 이미 몇 번 들은 이야기일 테니 넘어가세요. 참고로 구판 Werewolf the Dark Ages에 수록된 이야기입니다.


 WoD에서 아주 오래 전의 에이레(Eire; 아일랜드)에는 세 개의 타라(Tara)라는 성지가 있었어요. 전설에 따르면 이 타라들은 한때 인간, 요정, 늑대인간들이 맺은 맹약의 징표로 타라 언덕에 세워졌다고 해요. 하나는 인간들의 하이 킹을 위한 장소. 다른 하나는 요정들의 하이 킹을 위한 장소.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피안나의 하이 킹을 위한 장소였어요. 이 중 인간의 타라인 철의 타라는 로마의 독수리들이 브리타니아를 정복할 때에 켈트족 사이의 불화로 인해 사라지고 말았어요. 요정 왕의 타라인 하이 타라는 오랫동안 에이레에 존재했지만, 성 패트릭이 아일랜드에 나타난 후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소문에 따르면 그들은 숨겨진 자신들의 세계로 타라를 옮겼다고 해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것이 바로 피안나 늑대인간들의 타라인 은의 타라였어요.


 실버 타라는 고대에 인간의 영웅들과 요정 왕들이 맺은 맹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어요. 이곳은 타라 언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어딘가에 철저히 숨겨져 있었고, 피안나의 가장 강한 영적인 주술과, 요정 왕들의 마법에 의해 아무나 다가올 수 없게 감추어져 있었죠. 전설에 따르면 실버 타라는 투아하 데 다난(Tuatha de Danaan)이 지어준 것이었다고 해요. 언덕 위 200ft. 높이까지 지어진 실버 타라는 그 자체로도 은빛의 후광을 내뿜었고, 가장 아름다운 예술들로 장식됐지요. 실버 타라는 고귀한 장소였기에 가장 명예로운 피안나들의 케언이기도 했어요. 모든 피안나 셉트는 실버 타라와 문브릿지(Moonbridge; 늑대인간들이 영계를 통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적인 다리로, 주로 케언들 사이에 연결됨)를 놓는 맹약을 맺고 싶어했지요. 하지만 가장 명예로운 장소였기에 실버 타라는 피안나 부족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영웅들만이 출입할 수 있었어요. 또 실버 타라가 위험에 처할 경우 피안나의 하이 킹은 실버 타라에 있는 6점짜리 신물인 숫사슴의 뿔피리(The Horn of the Stag)를 불 수 있었어요. 가장 위험한 시기에만 불 수 있는 이 뿔피리가 소리를 내면, 실버 타라를 지키기 위해 세계 곳곳의 피안나 케언들로부터 문브릿지가 놓이며 피안나 부족 전체가 소집됐어요. 이처럼 실버 타라는 피안나 부족의 자긍심이자 명예였고, 그들이 다른 위대한 존재(요정 왕 등)들과 맺은 맹약의 징표이기도 했어요.


 그렇기에 누구도 함부로 실버 타라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설령 어떻게든 실버 타라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고 해도, 실버 타라는 그 유명한 일곱 개의 장벽과 관문들로 보호되고 있었거든요. 이 관문들에는 피안나 중에서도 가장 흉포하고 기량이 뛰어난 전사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각 관문에는 멋대로 실버 타라에 접근했다가 살해된 적들의 머리가 수없이 효수됐었어요. 심지어는 다른 부족의 늑대인간들 중에서도 오직 피안나의 하이 킹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가장 고귀한 손님만이 초대를 받고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어요. 심지어는 모든 늑대인간 부족들 중에 가장 고결한 혈통을 지닌 실버 팽의 왕들도 피안나의 하이 킹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을 때만 이곳에 다가올 수 있었고, 그마저도 실버 타라 안까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실버 타라가 위치한 언덕 아래 비탈길에서 하이 킹을 만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죠.


 그런데 한 킨포크 소년이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콜라(Colla)였죠. 어릴 때부터 실버 타라의 전설을 듣고 자라난 그는 언젠가 자신도 실버 타라의 장엄한 광경을 직접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어요. 그래서 콜라는 언젠가 커서 피안나의 전사가 되고 싶어했지만, 안타깝게도 늑대인간이 되지는 못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는 언젠가 반드시 두 눈으로 실버 타라를 보겠다는 맹세를 했어요. 그리고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위대한 전사가 되고자 했죠. 비록 피안나 늑대인간이 될 수는 없다 해도, 그들을 돕는 뛰어난 킨포크 영웅이 된다면 자기에게도 실버 타라를 방문할 기회가 허락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어요.


 콜라는 과연 뛰어난 기량을 지닌 전사로 자라났어요. 그러나 그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피안나 부족의 장로들이 아니라, 어떤 다른 존재였죠. 그는 바로 겡그렐 클랜의 뱀파이어였어요. 그 겡그렐 뱀파이어는 콜라가 지닌 전사의 기량을 높이 사서 그를 포옹해버렸어요. 거머리가 된 콜라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죠. 그리고 피안나 부족의 모두가 빠르게 그를 잊었어요. 때는 어두운 시대였고, 죽거나 사라지는 킨포크는 흔했으니까요.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어느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밤, 실버 타라의 첫 번째 관문 앞에 한 거머리가 나타났어요. 그 정체불명의 뱀파이어는 놀랄 정도의 힘과 속도, 그리고 기술을 지닌 전사였어요. 뱀파이어는 빠르게 관문의 수호자들을 따돌리거나 제압하며 관문을 뛰어넘었고, 곧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실버 타라의 관문들을 하나씩 돌파했어요. 그렇게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며 관문들을 돌파하면서도, 거머리의 눈은 오직 실버 타라만을 향해있었어요.


 실버 타라의 장로들은 충격에 휩싸였어요. 도대체 어떤 거머리가 무슨 이유로 실버 타라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들이 채 대응을 하기도 전에 그 뱀파이어는 마지막 관문의 파수대조차 쓰러뜨린 후 실버 타라로 진입한 상태였어요. 그의 몸은 관문을 지키던 피안나 전사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이미 너덜해진 채였죠.


 마지막 관문을 넘고 기진맥진한 뱀파이어는 고통도 잊은 채 무릎을 꿇었어요. 그의 앞에는 드디어 환한 달을 등진 실버 타라의 찬란한 모습이 빛나고 있었어요. 그의 핏물이 맺힌 눈은 마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감동에 찬 채 지켜보고 있었지요. 마치 꿈을 꾸는 소년처럼요. 바로 다음 순간, 뱀파이어를 쫓아온 관문의 파수대가 그의 머리를 날려버렸어요. 뱀파이어는 그렇게 실버 타라를 지켜보던 채로 먼지가 되어 흩어졌어요.


 그 후 실버 타라에는 비상이 걸렸어요. 그 거머리가 도대체 누구였기에 이런 기행을 저질렀냐는 거였지요. 곧 정령들과 요정들의 도움 덕에 피안나 부족은 그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 뱀파이어는 바로 몇 백년 전에 실종됐던 킨포크, 콜라였던 것이에요. 콜라는 뱀파이어라는 부정한 존재로 오염된 된 후에도 자신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힘을 키워왔고, 그 맹세를 지킨 후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었어요.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피안나 부족의 장로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어요. 이 거머리가 된 킨포크가 일으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었어요. 오랜 논쟁 끝에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어요. 킨포크라도 부정한 웜의 존재인 거머리가 된 이상 죽임을 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 킨포크는 피안나 부족의 긍지를 동경하여 맹세를 했고, 바로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저주받은 삶을 악착같이 이어온 끝에 결국 맹세를 지켰다. 또한 그의 전사된 기량은 이미 피안나의 가장 뛰어난 전사들이 지키는 일곱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이미 웜에 오염된 그 존재를 실버 타라 안에 둘 수는 없지만, 그 재를 모아 저 멀리 실버 타라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 위에 묻어주도록 한다. 앞으로도 늘 실버 타라를 지켜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해서 피안나 부족의 시어지(Theurge)들은 콜라의 재를 모아 실버 타라가 내려다보이는 먼 언덕의 정상에 묻어주었고, 그의 소박한 묘지는 아직까지도 그곳에서 실버 타라를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