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WoD Dark Ages에는 집단전투 규칙이 있습니다. 사실 현대물에도 몇 번씩 시도는 됐었지만, Dark Ages 버전이 그나마 제일 깔끔해서 소개해봅니다. 전에 Dark Ages 거론하면서 잠깐 얘기했었는데, Dark Ages는 특이하게도 어느 정도 서로 치고박고 투닥거리는 전투 상황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Dark Ages의 집단전투 규칙은 거의 미니어쳐 게임을 연상시키는 측면들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전술 게임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쉽고 간단하고 쓸 만하다고 봅니다. Dark Ages: Vampire의 Storyteller's Companion에 수록된 것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상세정보 직접 찾아보시길.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특별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적-특수 규칙이지, 일반적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기억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래는 간략한 요약입니다.


 이 전투는 PC들이 다수의 인간 적, 혹은 약한 뱀파이어나 기타 괴물들을 상대할 때에 한정해서 사용됩니다. 여기서 PC나 꽤 강하고 중요한 적들은 주요 캐릭터(Major Characters)로 취급하고, 다수의 중요하지 않은 적들은 비-주요 캐릭터(Minor Characters)로 취급합니다. 이 중 후자는 D&D에서의 Mob 비슷하게 한 무리로 엮어서 취급합니다. 이를 테면 Minion-Swarm이랄까... 뱀파이어 PC가 불특정 다수의 성난 군중과 싸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집단전투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선권: 안 굴립니다. 주요 캐릭터들은 Dexterity가 높은 쪽이 먼저 움직입니다. 비-주요 캐릭터들은 무조건 주요 캐릭터들의 행동이 끝난 후에 움직입니다. 다만 아군으로 비-중요 캐릭터들이 있을 경우에 대해서는 상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군에도 비-중요 캐릭터들이 있을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Dexterity가 아니라 Wits로 우선권을 결정해도 좋다고 봅니다. 특히나 집단전투의 특성상 혼란한 와중에 빠른 판단을 내리거나, 아군을 현명하게 지도하는 것은, Wits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식 규칙은 Dexterity로 우선권을 정합니다.)


2. 행동 고르기(Selecting Actions): 행동 선언이라 보시면 되는 단계입니다. 다만 일종의 유지단(Upkeep phase)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라 용어가 적절하지 못한 거 같긴 합니다. 

2-1. 프렌지(Frenzy) 판정: 여러 사람에게 몰린다는 초조함, 공포, 분노, 기타 격앙된 감정, 피의 냄새 등이 카인족(Cainite)을 자극해서 프렌지로 몰고 갑니다. 자제력(Self-Control)/본능(Instinct) 판정을 난이도 6으로 합니다. 만약 실패하고 싶다면 자의로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성공수만 나와도 이성의 끈을 부여잡을 수 있지만, 실패시에는 일반 규칙에서처럼 프렌지에 빠집니다. 프렌지에 의한 규칙도 모두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집단전투에서 프렌지한 뱀파이어는 훨씬 극악하게 날뛰며 대량학살을 벌일 수 가있으므로, 집단전투에서의 Melee와 Brawl의 난이도가 1 감소합니다. 물론 프렌지에 빠지면 PC의 통제권이 스토리텔러한테 넘어간다는 점, 그리고 Road 깎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2-2. 사고(Mishaps) 판정: 워해머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한 부분이네요. 사실 이게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판정은 어둡고 험한 중세의 밤에 얼마나 잘 전투에 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뭐 말이 완전히 안되는 건 아닌 게... 옛날에는 밤에 야습하러 가다 공격자가 길 잃어버리는 경우도 흔했으니까요. 그 외에도 사소한 우연에 의해 캐릭터가 작은 틈을 보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판정입니다. 주요 캐릭터 중 보행 중인 캐릭터들은 서있을 경우 Dexterity+Athletics, 승마 중인 캐릭터들은 Dexterity+Ride를 난이도 6으로 굴립니다. 하나만 성공해도 지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해당 캐릭터는 이번 턴에 한해서 Dexterity가 1점 감소합니다. 그래도 최소 1점이라서, Dexterity가 0점 이하까지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보치가 날 경우 이번 턴에 아예 행동이 불가능해집니다. 보치가 나면 이전에 사용 중이던 집중을 요하는 Discipline(Arms of Ahriman 같은)들은 집중 판정에 성공해야 유지됩니다. 연출은 뛰어가다 넘어진다거나, 바닥을 흥건히 적신 피에 미끄러진다거나, 탄 말이 놀라서 진정을 시켜야 한다는 등, 상황에 맞게 행동이 방해받거나 정신이 팔리는 식으로 해줘야 합니다.


2-3. 행동 선언: 위의 두 가지 판정을 한 후에야 행동 선언이 가능합니다. 행동수는 기본적으로 자기 Dexterity 점수 만큼 주어집니다. 만약 이보다 많은 행동수를 쓰고 싶다면 일반적인 다중행동(Multiple actions) 규칙을 쓰거나, Celerity를 써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이동, 공격, 방어, Discipline 사용입니다. 이 중 공격과 Discipline 사용이 적을 제거하는 주요한 수단이 됩니다. 이동은 아마 뭔지 아실 테고. 공격도 일반 전투에서의 공격과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비-주요 캐릭터들에 대해서는Dexterity+Brawl/Melee/Archery 등으로 명중 성공수를 내면 바로 사상자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명중 후 따로 피해 판정을 하지 않아요. 명중 성공수 만큼 비-주요 캐릭터들 숫자(혹은 Mob의 hp)가 줄어듭니다. 이는 죽었다고 할 필요 없이 사기가 저하되서 도주했다고 설명해도 됩니다. Discipline을 공격의 용도로 쓰는 경우에는 판정이 실패하지 않은 한 성공수에 상관 없이 사용 점수의 두 배 성공수로 취급됩니다. 예를 들어서 Presence 1점인 Awe를 발동해서 성공수가 여섯 개 나왔다면? 삼지창과 쇠사스랑을 들고 "마귀"를 태워죽일 기세로 다가오던 농노 중 둘이 뱀파이어의 존재감에 압도되어 도망칩니다. 성공수는 여섯 개지만 사용한 Discipline은 Presence 1점이므로, 1점의 두 배인 2를 성공수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Discipline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즉시 발동되는 것. 다른 하나는 집중을 요하는 것. 전자는 일반 전투에서처럼 그냥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후자는 여러 턴 동안 집중을 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Obtenebration의 Arms of Ahriman이나, Animalism의 Quell the Herd라거나, Dementation의 Howling Lunacy 등이 후자에 속합니다. 이런 효과들은 계속 사용하는 한, 혹은 연장 굴림(Extended roll)을 하는 동안, 행동수를 소모하며 Wits 판정을 난이도 6으로 하거나, Willpower를 소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 PC가 집단전투 규칙에서 Arms of Ahriman으로 계속 적을 공격하고 싶다면, 촉수들로 공격을 지시할 때마다 PC 본인이 행동수를 소모하며 Wits 판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집중이 실패하면 일반적으로 Discipline 사용은 중단됩니다. 보치가 나면 뱀파이어는 집중이 깨지는 데 더해서 집중하던 중 방어까지 소홀해진 것으로, 해당 턴 동안 적이 자신을 공격하는 난이도가 1 감소합니다.


 비-주요 캐릭터에 대항한 방어는 좀 특이한데, 여럿에게 두들겨 맞는 상황이다보니 Block, Dodge, Parry가 불가합니다. 대신 방어(Defense)를 선언하면 자기 행동수 절반(반올림; 최소 두 개의 행동수는 남음)을 소모하는 대신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적의 공격 난이도를 1 올립니다.


 전투 중 흡혈도 가능합니다. 모든 행동수를 소모하면 자기 Blood pool의 최대한도까지 피를 채울 수 있고, 하나의 행동수만 소모하면 d10점의 피를 채울 수 있습니다. 아마 상황은 잘 상상이 되시겠지요? 광란에 빠진 뱀파이어가 적에게 올라타 피를 빨아대는 것입니다. 하지만 흡혈은 캐릭터에 대한 적의 공격 난이도를 낮춰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이 조금 묘한데, 확정적으로 "난이도를 낮춘다"가 아니라 "공격을 용이하게 해줄 수 있다"고 쓰였습니다. WoD 규칙이 애매한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알아서 합의를 보고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3. 결과: 일반 전투에서와 똑같은 결과단입니다. 다만 여기에 더해서 비-주요 캐릭터들의 반격이 이루어집니다.

3-1. 공격 결과: 피해 적용에 따른 사상자를 적용하고, 비-주요 캐릭터들의 사기(morale) 판정을 합니다. 표준으로는 주사위 세 개만을 굴리지만, 비-주요 캐릭터들이 얼마나 정예인지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습니다. 이 세 개의 주사위 중 성공수가 하나만 나와도 적들은 계속 문제 없이 항전합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적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해당 비-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모든 공격 난이도가 다음 턴까지 1 감소합니다. 보치 시에는 3 감소합니다. 판정의 난이도는 PC가 한 턴에 적을 몇이나 죽였나, 혹은 무슨 초자연적 힘을 보였나 등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프렌지에 빠진 카인족을 보는 것은 난이도 7이고, Tenebrous From처럼 극도로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힘을 목도하는 것은 난이도 8입니다. 자세한 것은 마찬가지로 본서 참고. 다만 적이 누구냐에 따라 난이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시로는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 같은 전사들이 나왔네요.


 반면 사기 판정에서 성공수가 세 개 이상 나오면 해당 비-주요 캐릭터들은 반격에 3개의 주사위를 더 받습니다. 반격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3-2. 반격: 비-주요 캐릭터들의 공격입니다. 각각의 인물이 하나씩 공격하는 게 아니라, Mob 단위로 공격합니다. 표준 공격 주사위는 5개입니다. 하지만 물론 적에 따라서 이 공격 주사위의 개수는 달라집니다. 비-주요 캐릭터들의 공격 난이도는 6입니다. 공격 성공수 하나당 2개의 피해 주사위를 굴리며, 이렇게 나온 데미지는 기본적으로는 L 타입입니다. 그러나 피해 중 1/3은 Agg 타입입니다. 만약 9점의 피해를 받는다면, 6점은 L 타입이고 3점은 A 타입인 셈이지요. 이렇게 입은 피해는 일반 전투에서처럼 Soak 해야합니다. 그런데 만약 공격(명중) 판정에서 다섯 개 이상의 성공수가 나왔다면? 피해량도 피해량이지만, 비-주요 캐릭터들의 공격 판정에서 5개 이상의 순수 성공수가 나오면 해당 공격을 받은 카인족은 당장 전투불가 상태에 빠집니다. 이것은 극심한 피해로 Torpor에 빠진 것일 수도 있고, 나무로 만든 장대가 심장을 관통해서 Staked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연출은 스토리텔러의 몫이지만, 중요한 것은 PC가 더 이상 전투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4. 기타: 그럼 비-주요 캐릭터들의 Mob-data는 무엇이냐? 이 Mob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냐에 따라 다릅니다. 이들은 성난 농노들, 용병들, 기사들, 심지어는 늑대인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이들의 총 Mob-health와 반격 주사위, 사기 주사위의 수도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농노들일 경우 해당 Mob을 이루고 있는 실제 인원 하나당 1점의 Mob-health를 지닙니다. 예를 들어서 10명으로 구성된 농노 무리라면 총 10점의 Mob-health가 있겠지요. 그러나 늑대인간 5마리로 이루어진 무리가 5점의 Mob-health를 갖진 않을 것입니다. 비록 몇 가지 예시가 수록됐긴 하지만, 사실 Mob-data는 전적으로 스토리텔러가 작성하는 것입니다.


5. 아쉬움: 하지만 중간에 비-주요 캐릭터들 중 사망자가 속출한다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단지 사기 판정만 시키는 게 아니라, 해당 무리의 공격 주사위도 감소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합니다. 농노 10명이 싸울 때랑 농노 1명이 싸울 때랑 공격 주사위가 똑같이 굴러가는 건 뭔가 이상하잖아요. 물론 D&D에서도 Swarm이 누적 피해에 따라 피해량이 감소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제 기억에 Mob은 피해량도 줄었던 거 같은데..?


 이 집단전투 규칙은 나름대로 WoD Dark Ages에서의 전투를 재미있게 해줄 잠재성은 있습니다. 특히 일반 전투 규칙 가지고 적이 여럿 나오는 상황을 다루기 힘들었던 기존 WoD 전투 규칙을 생각하면, WW도 꽤 자기네 약점에 대해 신경을 썼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미완의 규칙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Dark Ages에서의 기조를 이어서 계속 규칙을 보강했으면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Dark Ages는 oWoD 역사상 가장 규칙상 보완이 많이, 상세하게 이루어진 때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변화가 오래 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nWoD가 나와야 해서 Dark Ages가 끊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