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친구들이여. 그것이 우리의 유년이다.

우리에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꿉친구들이 너무도 많다.

= 지나쳐간 유동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는 분명히 통성명을 나누었고

어쩔 때는 서로 가장 친밀한 단짝이라며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 대충 걔네랑 세션하긴 했는데, 걔랑 계속 같이 티알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치 진녹색 뱀이 허물을 한 풀씩 벗어버리듯

유치원에서 국민학교 1학년으로, 1학년에서 2학년으로,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소꿉친구들'과 헤어지고 그들을 망각했다.

= 그래서 대부분은 환승했다.


그러나 나는 운 좋게도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소꿉친구가 한 명 있다.

= 그러나 나는 운 좋게도 턀갤에서 사람 하나 건졌다.


그 친구를 K라고 하겠다.


K와 나는 같은 유치원에서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까지 진학했다.

비록 중간에 반이 갈린 적이 많았으나 이따금 똑같은 반에 배속되었고

우리는 그때마다 옛날의 우정을 일깨워서 신학기를 수월하게 보냈다.

= K는 갓 플레이어였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한참이나 만나지 못했지만 말이다.

= K가 군대를 가 버려서 티알을 못 하게 됐다.


K와 재회한 것은 동창회 때다.

= 전역했더라.


동창회 특유의 과장되고 어수선한 공기 속에서

K와 나는 서로 편안해질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였다.

= 다른 애들 다 바빠서, 티알 같이 할 애가 K 뿐이었다.


우리는 직장 생활의 어려움, 가족사, 주식 얘기 따윌 떠들었고

얼마 가지 않아 아주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 잡담하다가 턀갤구인 얘기가 나왔다.


대화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놀이터의 단짝친구'에 대해 얘기할 때도 지극히 편했으며

맞은편에 앉은 K의 표정이 점점 오묘해진다는 사실조차 뒤늦게 깨달았다.

= 탈주범새끼 얘기 하는데 K의 표정이 점점 씹창이 났다.


"나도 거기 있었어."

K는 내 얘기를 다 듣고 입을 열었다.


"거기?"

"그 아이. 네 단짝친구. 놀이터에서 갑자기 사라졌을 때 말이야."

= K는 사실 턀갤구인 세션을 관전중이었다.


영문을 몰라서 쳐다보고 있자니 K가 말했다.

"네가 그걸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는데."

= "그 옛날 일을 기억하네"


"사실 그 아이가 사라진 이후에 넌 아무것도 모르는 애새끼처럼 굴었거든.

이해할 수 없었지. 바로 네 눈앞에서 사라졌는데도 말이야."

= "너 까먹은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 놀이터에서 왕따를 당했던 거 같아.

너가 같이 놀아주지 않을 때는 걔 혼자서 그네를 타고 있었어.

걔가 그네를 탈 때는 우리들 중에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던 거로 기억해."

= "그 새끼 턀갤 빌런이었어. 걔 혼자서 지랄할 땐 아무도 관심 안 줬던 걸로 기억해."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K가 들려주는 얘기는 정말 처음 들어보았다.

= 그런 빌런이 있었는 줄 몰랐다.


내 기억 속에서 '놀이터 단짝친구'는 언제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즐겁게. 발랄하게.

밝게.

= 탈주 전까진 그래도 괜찮게 했는데...?


"걔 곁에선 항상 축축한 냄새가 났어.

미역을 씻고 나서 부엌에 하루나 넘게 버려둔 냄새였지."

= "아냐 그새끼 rp에서 수산시장 비릿한 도적 냄새 났는데."


"그래서?"

나는 조금 기분이 나빠져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 정신승리가 깨져서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튼 그 아이가 사라졌을 때 너도 있었다고?"

"응."


"그날 난 놀이터 반대편에서 너희를 보고 있었어.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 순전히 너희 때문이었지."

= "그 날 난 roll20 방에 들어가진 않고, 로그로 들어가서 새로고침해가며 몰래 보고 있었어."

=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 순전히 너희 때문이었지."


"왜?"

"너희 둘이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거든."

= "너희 둘이 요상한 룰을 하고 있었거든."



K의 말에 따르면

나와 그 아이는 미끄럼틀 아래 그늘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차가운 모래를 쌓아올리며 두 사람만의 합창을 벌였다고 한다.

= K의 말에 따르면, 그 날의 세션은 두 사람만의 자강두천이었다.



그건 극히 평범한 동요였다.

= 그건 극히 평범한 coc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멜로디가 달랐어."

K가 말했다.

= "하지만 하우스룰이 오졌어."


"가사만 똑같았지 완전히 다른 노래였지.

사실 가사도 똑같진 않았던 거 같아.

너희는 2절, 3절, 4절... 내가 모르는 가사들까지 이어서 불렀어."

= "시나리오만 coc였지 완전 다른 룰이었지. 사실 시나리오도 개조 존나 했던 것 같아."

= "너희는 2절, 3절, 4절... 뇌절까지 했어."


"내가?"

"그 아이가 먼저 선창을 하면 네가 후렴구처럼 따라부른 걸로 기억해."

= "걔한테 존나 끌려다니던데"



어린 K의 귀에 우리 둘의 노래는 너무나 이상한 음조로 들렸다.

= 어린 K의 눈에 우리 둘의 세션은 너무 좆같았다.



마침 저녁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호명을 기다렸다는 듯 도망쳤고

어느덧 놀이터에는 그 아이와 나, K, 세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 사실 관전하던 놈이 더 있었는데, 다 빤쓰런을 때렸다.



"그런데도 너희 둘은 노래를 멈추지 않았어."

합창은 계속되었다.

= 근데 티알은 계속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