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적 부터, 한 가지 악몽이 집요하게 되풀이되곤 했다. 매일 밤 꿈속에서 나는 한밤중에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어둡고 외진 길목을 걷고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작은 난쟁이가 나를 쳐다보며 나를 뒤따라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뒤를 돌아볼 때마다 그것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결국 내 바로 뒤에 와있을 즈음엔, 고층 건물 한 채 크기의 크기가 되어 있곤 했다. 그 괴물에게 짓밟히거나 붙잡히려는 순간, 꿈은 끝나곤 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술을 마시지 않고 들어온 날 으레 그렇듯 울면서 나를 껴안고 무릎에 내 머리를 뉘었을 때, 나는 어머니에게 내가 꾼 꿈에 대해 말했다. S 시 토박이인-그리고 그 사실을 끔찍이도 싫어했던-어머니는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에 그런 귀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은 여느 때처럼 술에 취해 들어온 어머니의 구타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 나는 다시 그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하고픈, 아니, 어머니와 대화 자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어머니가 풍에 걸려 누운 뒤로는 공사장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거기서 사귄 가장 친한 동생이 무너지는 자재에 깔려 목 아래로 몸이 마비되는 것을 본 이후로 나는 그 일을 그만 두었고, 이후로는 가방끈도 짧고 배운 기술도 없는 탓에 별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급한대로 폐지를 줍는 일을 시작했다. 못 배운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일이 끝나고 짧은 휴식 시간이 생길 때마다 책이나 인터넷 따위를 뒤지며 내 무식한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는 잡다한 지식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 어릴적 어머니가 말했던 괴물에 대한 파편적인 정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이나 중국에 이와 비슷한 귀신에 대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지역이 있다던가, 한국 도깨비 설화 중에도 이런 특징을 지니는 도깨비 이야기가 있다던가, 딱히 정확한 정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고, 이름도 어려운 한자어라 외우지 못했지만, 어쨌든 나는 그 과정에서 그 괴물이 인간의 공포로 힘을 얻으며, 그 괴물에 대한 공포감을 억누르면 지척에서도 난쟁이의 크기를 유지하게 되어 손쉽게 제압 가능해진다는 약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밤 꿈에서 그 괴물에게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소용 없었다.


 꿈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자, 내 앞에는 예의 괴물이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이번엔 하나가 더 있었다. 내 팔 다리의 모습을 바라보자, 영락없는 그 괴물의 팔다리가 보였던 것이다. 내 앞에 나타난 다른 괴물이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고 싶다면 내일 열 두시 반에 육거리 앞 꽃집 앞에 서있는 검은 양복 차림에 꽃무늬 넥타이를 맨 남자를 찾으라고. 잠에서 깨어난 뒤, 나는 그것이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직감이나, 본능처럼. 그 다음 날 그 괴물이 말한 장소로 나가자, 진짜로 그 남자가 그 장소 앞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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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이제 내가 그 괴물이 되었다고 했다. 매일 밤 꿈에서 봐온 바로 그것. 자신처럼 말이다.


 나는 이제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고, 그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하며, 새로 갖게된 기이한 욕구, 그러니까 사람을 쫓고 짓밟고 해치려는 욕망을 적당히 충족시키며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무작정 그 굶주림을 억누르면, 마치 굶주린 걸인이나 발정난 짐승처럼 미쳐 날뛸 수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지만, 심정적으로 그것을 받아 들이기는 어려웠다. 아마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그 남자도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길, 자신도 처음엔 그 욕망을 무작정 억눌렀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잠자다 일어났는데, 옆에서 같이 자던 마누라가 죽어 있더라고. 집채만해진 내 손 안에서."


 그 자의 조언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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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어두운 뒷골목을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웬 발가벗은 난쟁이 하나가 자신을 뒤쫓아 오고 있었던 것이다. 허깨비를 본 것이려니 하고 길을 걷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그것이 자신을 뒤따라 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채로.


 문득 겁에 질려 뛰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따돌렸겠지 하고 뒤를 돌아보자, 아무 것도 없었다. 안심하고 앞으로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그 괴물이 자신의 눈 앞에 서있었다.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집채만한 크기가 되어.


 그 괴물의 발이 남자의 몸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야 이 새꺄!"


 꼰대가 남자를 밟아 뭉갠 K에게 소리쳤다. 내 '영역'과 겹쳐졌던 거리는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있었고, 앞에서 성난 표정으로 다가온 꼰대가 K의 정강이를 걷어 찼다.


 "내가 또 사람 밟아 죽이면 니 새끼 모가지 꺾어버린댔지. 이 개새꺄!"


 K는 불만에 찬 눈초리로 꼰대를 노려보다가, 어느새 둘 옆으로 다가온 나를 바라보며 샐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K는 꼰대가 나를 거둔 이후 두번째로 데려와 가르친 녀석이었다. 꼰대 입장에선 이번에도 우연에 힘입어 자신과 같은 종류의 귀신을 찾아 거둔 것이었는데, 원래는 허약하고 숫기도 없어서 꽤나 처맞고 다니던 불쌍한 놈이었다고 했다. 그런 놈이 이런 힘을 얻었으니 딱 삐뚤어지기 좋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힘에 도취되어 여러 번 사고를 치기 시작했고, 이번도 그 중 하나였다. '일'을 치룰 때는 그저 멍이 잔뜩 들 정도로 두들겨 팬 뒤 버려 두거나, 힘조절을 잘못해도 최소한 병원 신세에서 끝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는 것이 꼰대의 지론이었고, 나도 거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불만을 가진 K가 패거리에 들어온 것이다.


 이번엔 꼰대의 영역과 거리를 다시 합친 뒤 내 영역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꼰대의 영역 안에 자리한, 공사장을 닮은 곳으로 시체를 옮겼다. 사람의 얼굴이 벽마다 잔뜩 붙어있는 기괴한 몰골만 아니라면 그냥 어두컴컴한 공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을 터였다. 간혹 어쩌다 사람을 죽이게 될 때마다 이 곳에서 시체를 처리하곤 했다. 흉측한 풍경 때문에 이 곳을 다시 들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최소한 이렇게 빨리 들르지는 않길 바랬건만. 나도 슬슬 K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시체를 치우고 K에게 다시 지랄한 꼰대가 K를 먼저 보내고선 내게 담배를 건넸다. 같이 나란히 주저 앉아 담배를 피우던 중, 꼰대가 내일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는 말을 했다. 나는 담배를 문 채 고개를 돌려 꼰대를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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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 모터를 단 배가 댐의 호수 한가운데를 향해 내달렸다.


 좋든 싫든 이제는 너도 사람을 패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신세가 됐으니, 어차피 그런 신세가 된 마당에 먹고 사는 문제도 사람 패는 일로 해결하야 하지 않느냐는 게 꼰대의 말이었고, 비록 마음 한 구석이 켕켰지만 나도 그 말이 옳다는 데에 동의했다. 그러자 꼰대는 나를 데리고 김 영감을 찾아갔다.


 호수 한 가운데에 바로 그 김 영감이 탄 배가 떠있었다. 그 배 위에서 오래된 트로트를 틀고 우리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있던 김 영감이 우리 배가 가까이 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맞았다.


 처음에는 김 영감 뒤편의 호수 한가운데에서 집채만한 이무기가 솟아 올라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 이무기가 김 영감 본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김영감은 우리 같은 귀신 내지 괴물 같은 것들 사이에서 각자 자기 팔자에 어울리는 일거리들, 특히 지저분한 것들을 알선해 주는 큰 손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김 영감과 뻔한 인사치레를 나누던 꼰대는 나를 김 영감에게 소개시켰다. 순간 나를 요모조모 뜯어보는 눈빛으로 그 영감이 나를 쳐다봤고, 그것이 언짡다고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푸근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게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 날, 우리는 얼굴 반반한 어느 잘 사는 집 도련님의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놓으라는 일거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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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까지 받아가며 곱게 자란 남의 집 자식의 두 다리를 무참히 부러뜨린 날,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나는 포장마차에서 잔뜩 술을 퍼마셨다. 술김에 옆 자리 건달들과 시비가 붙어 먼지가 나도록 두들겨 맞던 와중에, 옆에서 말없이 담배를 태우던 긴 생머리의 라이더 재킷 차림의 여자가 놈들과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구타가 멎고 몸을 추스려 일어나자, 건장한 장정 셋이 순식간에 포장마차 식탁 위에 나란히 머리가 처박혀 기절한 모습이 보였다. 여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 했지만 여자는 말없이 담배를 놈들 중 한 녀석의 등짝에 비벼 끄고는 바로 몸을 돌려 주인 여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후 한동안 꼰대와 K의 '외출'에 동참하지 않았다. 어느 새, 나는 꼰대가 말했던 욕구 불만 내지는 굶주림 같은 것이 점점 내 속에서 커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위험해지기 전에 어느 정도는 해소를 하자는 생각으로 간만에 꼰대에게 전화해 같이 외출하자고 연락했다.


 그리고 그 날, 외진 골목에서 여느 때처럼 사내놈 하나를 반죽여 놓고-물론 이번도 K의 탓이었다-각자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 때, K의 영역과 합쳐진 거리에 우리 외의 초대 받지 않은 누군가가 발을 내딛었다.


 지난번 나를 구해줬던 그 여자가, 도로 한 켠에 오토바이를 세우고선 그 옆에 매달린 목검 한 자루를 꺼내 들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여자가 든 목검에서 연신 검은 액체가 방울져 흘러나와, 중력을 무시하고 위로 떠올라 연기처럼 사라졌다. 괴물의 몰골을 하고 있었으니, 여자가 나를 알아 보았을 리는 만무했다. 순간 어째선지 나는 그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흥분한 K가 여자에게 달려가 손을 내밀어 붙잡으려 했기에, 나는 K에게 소리쳐 제지하려 했지만 혹여나 여자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 지 모른다는 모종의 두려움 때문에, 왜 그런 두려움이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K에게 외치려던 말을 도중에 멈추었다. 그리고 그 때 내 눈에 비친 K의 모습은 더 이상 거대한 귀신이 아니었다. 그 여자의 앞에서, K는 그저 작은 난쟁이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K의 손이 피를 뿌리며 허공을 날았다.


 K가 손이 잘려나간 한쪽 손목을 움켜쥐고 괴성을 지르는 사이, 여자가 반쯤 주저 앉은 K의 목덜미에 목검을 박아 넣었다.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무어라 고함을 지르며 달려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엔 여자를 제지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음 순간 여자를 내 손에 쥐고 있었고, 갑자기 이 여자의 겁에 질린 모습을, 그 표정을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아니,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 후 이 여자가 피를 쏟으며 거리에 널브러진 모습까지 봐야만-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여자의 면상을 아스팔트 바닥에 갈아버린 뒤 구석으로 거칠게 내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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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의 주검 앞 벽에 기대어, 나는 주저 앉아 아무 것도 못하고 묵묵히 여자의 주검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자연스레 일어난 일이라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뭔가 가슴 한켠이 탁 트인, 아니, 그뿐만 아니라 뭔가 구멍이 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꼰대가 내 옆에 주저앉아 담배를 꺼내 태우더니, 내게도 한 개비를 내밀었다. 그가 물었다.


 "괜찮냐?"


 "아뇨."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나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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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familly는 anakim으로, hunger는 hunter로 구상 중. 아직 완성된 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