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첫 세션을 기억하십니까?

음. 첫 세션을 공포와 함께하는 끔찍한-시간을 보내신 분도 계실 테니, 첫 세션이 좋은 추억이었던 분만 슬쩍 떠올려보십시오.

어떤 기분이셨나요? 제 경우엔, 긴장이니 뭐니 하는 진지함은 없었고. 그저 재미나게 놀아야겠다 이 생각 뿐이었습니다.

친구랑 같이 했거든요. 친구가 COC라고 한 판 땡기지 않겠느냐 하니, 마음이 동해서 이 TRPG 판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어지간하면 반평생 갈 취미를 얻었으니 운이 좋았지요.


그 이후로 3년인가, 4년인가를 한 것 같습니다.

이 취미도 재능빨을 타는지, 아니면 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좀처럼 실력은 늘지 않더라고요.

대신 경험은 꽤 쌓였습니다. 시간을 그토록 갈아넣었으니 이런 거라도 얻어가야겠지요.

갤에 수두룩하신 할아버님들에게는 귀엽게만 보일 경력이겠습니다만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의 플레이어들을 보았습니다.


이게 사람새낀가 싶을 정도로 날아다니는 갓-플레이어도 보고.

이게 사람새낀가 싶을 정도로 처참한 똥-플레이어도 보고.


그렇게 보고 있으려니, 가치판단을 내리기 애매해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던 겁니다.

같이 놀기 싫은 사람이지만, 같이 티알은 하고 싶은 플레이어.


예. 어제 이 촌구석을 환히 비출 정도의 광량을 뿜어내던 장작의 왕.

그 분이 제게는 딱 이런 유형의 사람입니다. rp는 톡톡 튀니 보는 맛이 있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상대하라고 하면 주사위 꾸러미 챙겨서 진작에 달아날 것 같습니다.


곱씹어보니 그 간극이 참으로 묘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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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젯밤 관전을 참 재미나게 즐겼던 터라. 아침에 갤을 보고 있으려니 속이 쓰렸습니다.

자신이 애착을 가진 무언가를 주변에서 욕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 사람의 생1리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부족한 솜씨로나마 그림을 그려서는, 저 념글에다가 별 몇 개를 띄웠으니 제가 오죽 신났겠습니까.

이렇게나 재밌었거늘.
물론, 개그적인 의미의 재미였습니다만은.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그들의 주장에 깊이 납득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렴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 그분이 썩 좋은 태도는 아니었지 않습니까?

암만 게임을 잘 하는 친구가 있어도, 평소에 패드립을 난사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같이 놀기 싫을 겁니다. 그럼요.

사실, 어젯밤에 관전에 들어갔던 것은. 생불 마스터에 대한 응원이 2할, 뉴비놈이 얼마나 좆되나 한 번 보자는 흉흉한 마음이 8할이었습니다.

그랬다가 이리도 급커브를 틀게 되다니,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오묘합니다.


세션의 안과 밖.

이러한 내적 갈등을 다른 분들도 겪었음인지, '로시'와 '장작'을 분리해버리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현실에서야 어떻든, 갤에서야 어떻든, 플레이가 진행되는 동안 행실 바르고 풋풋한 맛이 있는 뉴비였다면 진행하는 데에 문제는 없지요.

물론 룰북 미숙지로, 생불 마스터가 한 수저씩 떠먹여줘야 캐메가 가능했다는 점은 괘씸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서도...

첫 세션임을 감안하면 고개를 저으며 진저리를 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갤에서 예의 바르고 건실한 척 하다가, 세션 들어가니 쿨병걸린 쌍검사가 지랄발광을 떠는 것 보다야 백 배 낫지 않겠습니까?


어느 쪽도 맞는 말 같다.
그럴 때에 저는 선을 긋습니다.

~~이럴 때에는, ~~~~하다.
이렇게 분명히 구분해 두고 저 혼자만 마음 편해지는 것이 제 장기이지요.

그래서 쓰는 뻘글이니, 너무 신경 쓰진 마세요.


TRPG를 게임으로 혼자 즐기려거든 그는 나쁘지 않은 플레이어고.
TRPG를 놀이로 함께 즐기려거든 그는 나쁜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히오스를 돌릴 때, 그 좆망겜을 즐기려거든 솔큐로 족하고. 좆망겜을 친구랑 같이 하면서 웃고 떠들고자 한다면 다인큐를 돌리지 않겠습니까?

뒤집어서 말하자면.

장작의 왕께서 플레이 외적으로 웃고 떠드는 건 다소 힘들지 않을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데려가라는 사람은 많았으나 정말 데려간 사람이 파딱 뿐이었던 것은, 많은 분들이 TRPG를 후자로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게 짐작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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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주가 아니라, 장작님에게 말씀 올립니다.

이 글을 읽으실지, 3줄 요약이 없어서 슝 지나가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은.

제 심성이 배배 꼬인 터라, 장작께서 낭낭하게 즐거워하고 계신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적잖이 속이 끓어 몇 자 적었습니다.

혹여 심기가 불편하시거든 이 글 올릴 때마다 쓰고 계신 "냐하하하" 짤 값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깽값입니다.

이 소박하고도 웅장한 취미에 흥미를 가지셨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간간히 하실 생각이라면 부디 유념해주십시오.

TRPG는 나, 보다도 우리,가 중요한 취미입니다.

구인글에서 괜시리 사람을 두 명 이상 구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쪽이 보다 즐겁기 때문에 그리 하는 것이지요.

1대1로 했을 때에야, GM님이 생불이라 세션 하나가 뚝딱 하고 끝났습니다만은.

사람이 많아지면, 세션을 한 명의 인내심으로 끌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과 부대끼려거든, 응당 자신의 색을 죽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스스로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 말 해서 갑분싸 될 것 같으면 입을 다무시라는 이야기입니다.

갤질 하실 때도 그렇고요.

또한, 당신에겐 뭔가를 요구할 권리가 없음을 기억하세요.

뉴비에겐 고인물에게 공략을 요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고인물이 뉴비를 가르쳐야만 하는 의무도 없고요.

많은 턀갤러들이 당신에게 조언과 응원세례를 보낸 것은 순수한 선의입니다. 당연한 것이 아니에요. 각 이상한 데 잡지 마세요.

그리고 룰북 좀 읽으십시오.
룰북 숙지는 단언컨대 예의의 영역입니다.

관전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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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는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궁극의 취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뭘 배우건, 다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플레이어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TRPG에 있어서만큼은 단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성격이 배배 꼬여서 개열받는다구요?

그럼 그 사람은 남 개열받게 만드는 rp를 정말 잘 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제대로 통제만 할 수 있다면요.

이번의 좋은 추억이, 돌이켜보니 끔찍했던 악몽이 되지 않도록.

모쪼록 즐거운 TRPG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