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십 년이나 된 RPG에 대해서 그 시스템을 추천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도 좀 웃길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가치와 매력이 없는 시스템이 그렇게 오래 존속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요. 오래된 시스템에는 팬이 있기 마련이고, 그 팬들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는 제한이 따르고, 그러니 낡은 면모가 어느 정도 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90년대 중후반에 D&D 수정해서 오리지널 시스템을 만들자던 분이 'THAC0 룰은 결코 수정되어선 안 된다' 이러셨던 기억이 나네요. 몇 년 후에 나온 3rd에서 사라졌죠;)

 게다가 장단점은 서로 상쇄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죠.

 예를 들면 BRP의 단점인 캐릭터 메이킹의 단조로움(능력치 굴리고 타입 골라서 스킬 포인트 배분하면 끝)은 가볍게 캐릭터 메이킹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될 것이고, 밋밋한 %롤은 자주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아, 내가 뭘 했을 때 몇 % 확률로 성공이겠군'이라는 점을 복잡한 계산 없이 알려준다는 점에선 장점일 수 있어요. 윳쿠리 크툴루를 통해 친근감이 생겼다(..), 공통된 화제('킥'의 데미지라든가)가 생겼다든가 하는 점도 분명히 장점일 터(..).



 다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만들어내려는 목표가 있을 텐데, 그걸 잘 지원하고 있는가는 좀 미묘한 감이 있어요. 이전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요. 바로 그 점에서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제가 플레이 하면서 경험했던 불만점은 대충 세 가지 정도가 될 것 같네요.



 1. 빠지기 쉬운 함정이 많음.


 숨기와 숨기기와 조용히 걷기가 따로 있고(뭐 그럴 수 있다 치고), 투척과 권총과 샷건과 머신건과 서브머신건과 라이플이 따로 있고, 마샬아츠와 펀치와 킥과 조르기와 박치기가 별도 스킬로 있는 게임을 아시나요. 물론 겁스가 있지만 이 게임은 일일히 퍼센트를 투자해서 올려야 한단 말이죠(물론 기초 수치는 있습니다만). 물론 이렇게 전투 스킬이 많아 보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PC들은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전투가 벌어지면 잘 죽습니다(..). 쓸데없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메이킹 단계에서 위험한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에요.



 2. 유의미한 스킬이 한정되어 있음.


 1을 넘어서고 나면 그 다음에 오는 게 이 단계입니다. 역시 게임의 양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갖는 스킬도 한정되어 있어요. 범용성을 갖는 설득, 응급처치, 도서관, 회피, (취향에 따라서는 '도약'이나 '등반'. 주로 전투 회피나 생존술의 의미에서;), 크툴루 신화 스킬 등이 필수 스킬 취급을 받고, 전투를 상정한 사람들이 전투계 스킬을 좀 얻고, 시나리오의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으면 의미없는 전문계 지식 스킬 등은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모사하는 방향성의 게임이니 '버려지는' 스킬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겁스의 경우 디폴트 규칙이 충실한 편이고 장점으로 다양한 방향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가 많이 다르거든요.



 3. 실패시의 구제책이 모자람.


 일단 필요한 스킬이 없을 경우 디폴트 수치만으로 판정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별한 보정 없이 쿨한 %롤이기 때문에 결과도 단호한 경우가 많죠. 문제는 이 게임이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타입의 게임이라는 것. 필요한 때 필요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면 게임이 막히게 되는데, 물론 마스터가 시나리오를 잘 짜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이라면 그런 것에 대한 구제책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단 말이죠. 


 영어맹이기에 말만 들었지만 『트레일 오브 크툴루』 같은 경우는 판정에 실패해도 정보를 주는 시스템이라는 모양이고,

 『진 여신전생 TRPG』 같은 경우에도 클래스에 '정보를 획득하는 스킬'을 준다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얻는 보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거나 하는 안전책이 있으며,

 『로도스도 전기 RPG』에서도 자유기사를 타면 '의문제시', '의문해결'이라는 스킬로 GM에게 정보를 뜯어낼 수 있고(..),

 『인세인』 같은 경우엔 모아야 할 정보를 명시해 놓고, 판정 실패시 구제를 위한 아이템+호기심이라는 규칙으로 보충하고 있으며,

 심지어 동인 시스템인 『MSS 크툴루와의 해후』 같은 경우에는 心氣體라는 3개 능력치와, 그에 해당하는 어빌리티를 조합해 판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 어빌리티라는 게 흔히 생각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과거나 성격적 특성 등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판정을 시도해 볼 수 있어요. (그러니 구매 예약하신 언니께서는 빨리 입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숙련된 팀이라면 저런 문제도 잘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숙련된 팀이 뭘 하건 그건 제가 가타부타 할 일이 아닐 테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란 말이죠.(해외라면 시나리오 라인업이 상당히 튼실한 편이니 그걸로도 커버가 되겠지만)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제가 CoC를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 편인데, 이 점이 7판에서 상당히 바뀐 것 같아요! 탁상예능』의 리플레이를 들어봐도 보너스 주사위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고, http://under6feet.egloos.com/912433 를 읽어보셔도 판정과 성공, 그리고 구제책 등이 착실하게 변화한 걸 확인할 수 있죠.




 4줄 요약

 CoC 그거 조사하라고 만든 룰인데 관련 규칙이 노답임

 그런데 7판은 다른 것 같기도 해서 저도 막 기대가 됩니다

 크, 큰 기대는 안 할 거라능… 그리고 일본인들은 왜 그렇게 CoC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능…

 그러니까 7판 펀딩하시고, 몇 겁스 남으시면 https://www.evernote.com/shard/s65/sh/e00c0b6f-b03f-4312-8549-62f9891ba3bf/c6a869fdcb1ca8344a012cd8e331f7f7 에서 RPG 동인지를 팔고 있는데, CoC 시나리오집도 몇 개 남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