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 팀도 아니고, 이미 재밌게 끝냈다는 친구들한테 "이렇게 바뀌어라!"라고 종용할 생각은 없지만
어제 파딱세션 끝나고 디코 뒷풀이까지 들어 보니까 까는 쪽과 까이는 쪽에서 받아들이는 단어의 의미가 달라서 서로 평행선을 그린 느낌이라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으면 내가 답답해서 그 부분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음
일단 내가 하는 설명은 소설 작법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실제 TRPG에 대입시키는데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놓고 싶고
한창 피드백할 때는 생각이 정리가 안돼서 뒤늦게 뒷북치는건 미안함
1. 진행은 사건이다.
파딱은 진행이 늘어졌다는 의견에 대해서 '서사룰에서는 던전까기가 진행의 전부가 아니다,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모든 이야기가 플레이의 진행이 된다. 플레이어들이 RP를 많이 원했기에 RP위주로 장면을 길게 준 것'이라고 답했어.
하지만 까는 갤럼들이 말했던 '진행'은 '던전까기'나 '적과 대립하기'같은 거창한게 아냐, 그것들을 포함한 큰 개념인 '사건'이지.
이야기의 삼요소가 뭐냐? 인물, 사건, 배경이지? TRPG에서 인물은 캐릭터로, 배경은 세계관으로 이미 제시가 되어 있어 그렇다면 남은건 사건이란 말이야?
물론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모든 행동이 사건인건 맞아, 하지만 그 사건이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선, 그러니까 읽는 재미가 있기 위해선 사건이 배경과 인물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해.
쉽게 말해서 이 일이 일어남으로써, 이 행동을 함으로써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가 보여야 한다는 의미야.
플레이어들이 RP를 원했고, 그래서 RP를 허락했다고 했지? 그 RP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RP를 통해 캐릭터들의 관계가, 생각이, 목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줬어야 해.
우리는 로시와 블랑카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세 편이나 봤고, 페리와 그레고르를 만난 후의 이야기를 두 편이나 봤지만
아직도 블랑카가 페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레고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리치로서 어떤 고뇌를 품고 있는지 몰라.
로시가 과거의 아버지 부관이었던 페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분명 RP를 원했고, RP를 많이 했는데 우리는 로시와 블랑카에 대해 첫 세션보다 더 알게된 사실이 없어.
반면 진행이 잘 된 캐릭터라 평가받는 그레고르를 보자.
그레고르는 처음 봤을 때 트레직의 경비병이었어, 세션이 진행되면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들 알지?
그레고르는 변화했어. 변화는 사건이고 사건은 시간의 진행이야.
갤럼들이 말하는 '진행'은 바로 이런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변화를 말하는 거야. RP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2.마스터는 플레이어를 방치했다.
모험을 떠나기보다 캐릭터로 노는게 좋아서 RP를 길게 가져갔다면, 적어도 그만큼 캐릭터만은 확실하게 보여줬어야 했어.
캐릭터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고, 알았던 사실을 변화시켰어야 해.
물론 이건 1차적으로 캐릭터를 운용하는 플레이어의 몫이지만, 플레이어들이 그걸 어려워 한다면 마스터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어.
그리고 갤럼들이 마스터가 플레이어를 방치했다고 말하는건 플레이어가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그걸 돕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레고르는 직장에서 짤리고 크게 상심한 것 같은데, 본의아니게 그 원인을 제공한 페리는 미안해 할 것 같네요. 아닌가요?'
'페리는 지켜야할 아가씨와 동행하고 있는 일행에 대해 좀 더 알려고 하지 않을까요?'
똑바로 서라, 김대장! 왜 RP를 돕지 않았지?
3.RP가 많았던건 문제가 아냐.
로시와 블랑카의 플레이어는 공통적으로 '내 RP가 너무 많은가?'를 고민하고 있었어
하지만 김머장의 말을 빌리자면 서사룰에선 전투가 전부가 아냐, RP를 원하는 팀에서 RP가 많은건 물론 좋은 일이지.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행동이 단순한 몸짓을 벗어나 사건이 되기 위해선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거나, 기존의 사실에 변화를 주었어야 해.
블랑카가 로시를 좋아하는거? 다들 알아.
로시가 제멋대로인거? 다들 알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캐릭터의 특징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건 강조가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면 뇌절일 뿐이야.
2회차 세션보다 3회차 세션에서 관전자들이 더 답답해하고 화가 난 건 바로 그것 때문이야
2회차 세션에선 모든게 새로웠지. 페리와 그레고르, 그리고 마스터 김대장이 연기하는 NPC들과 트레직은, 1회차에선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었기 때문에, 무슨 정보를 주더라도 그건 새로운 정보야.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니까 답답하지 않아. 로시와 블랑카도, 새로운 정보를 주진 않지만 그래도 두사람이 함께 여행해 트레직까지 왔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웠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허용범위 내였어. 실제로 2회차때도 RP가 너무 많다는 말은 나왔지만 3회차처럼 갤 반응이 뜨겁진 않았지
하지만 3회차는 달라. 왜냐하면 2회차에서 이미 사람들은 네 명의 파티원과 트레직에 익숙해졌거든.
그리고 3회차 세션은 새로운 정보 없이 이미 익숙해진 풍경만 2시간 가량을 가져갔어.
술취한 아저씨가 2시간 동안 옆에서 "블랑카는 로시를 좋아하고 로시는 사고뭉치인데 블랑카는 로시를 좋아하고 로시는 사고뭉치인데 블랑카는 로시를 좋아하고 로시는 사고뭉치인데 블랑카는 로시를 좋아하고 로시는 사고뭉치인데 블랑카는 로시를 좋아하고 로시는 사고뭉치인데..."이거만 중얼거리면 화가 나지 않겠어?
RP가 많았던건 문제가 아냐, 오히려 장점이야. 근데 똑같은 부분만 부각시키는 RP만 계속 반복하는건 문제야, 단점이야, 보는 사람을 화나게 해.
4.그리고 관심
마지막으론 세션 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야.
어차피 TRPG는 팀끼리 즐기면 그만인데 왜 갤에서 구박하냐는 놈들도 있고
파딱도 '팀끼리 즐기는게 최우선, 관전자는 음경이다'라고 말했지.
맞는 말이야, 파딱이 '다음주엔 파딱의 클라스를 보여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맞는 말이지.
지난 2회차까지의 세션을 빌런 출신 뉴비인 불작이 어떻게 게임하는지 보고싶다는 마음으로 구경했다면
이번 3회차 세션은 파딱이 공언했던 그 '클라스 있는 마스터링'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
그런데 끝난 다음에 '관전자? 신경안씀. 걍 우리 팀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했음'이라고 해버리니 실망이 굉장히 컸어.
얼마나 실망스러웠냐면, 영화 끝나고 경품 행사를 한다면서 사람들을 앉혀놓고 공개 프로포즈를 하는 꼴을 본 것처럼 실망스러웠어.
적어도 '너희가 보고 싶은걸 보여 줄게'라고 말했으면, 메인으로 생각하진 않더라도 신경 쓴 척이라도 하는게 맞지 않을까?
오늘 유달리 갤이 불탄건 김대장에 의해 부푼 기대의 반동이라고 생각해.
무언가를 보는 행위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져.
"나를 봐줘!"라는 말은 "나를 생각해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그리고 이게 파딱이 봐달라고 했던 파딱세션에 대한 내 생각이야.
ㄹㅇ 마스터링의 정수를 보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국면
혀가 잘못했다
이건 너무 개맞말이라 개추를 안 할수가 없다
명문이로세
4번이 진짜 조온나게 문제였음. 이게 비공개세션이었으면 RP 위주로 플레이를 하든 아예 4시간동안 텍섹잔치를 하든 아무 상관이 없어. 말 그대로 자기네들끼리만 즐기면 되는 거니까. 근데 공개 방송 켜고 불특정 다수가 관전할 수 있도록 허락한 순간 머장은 이미 자기 플레이가 평가의 대상이 되도록 허락한 거임.
머장 본인이야 멘탈 꽤 단단한 거 같으니 그런 비판에 노출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같이 플레이했던 사람들은? 특히 불작은 십자포화 집중적으로 얻어맞고 멘탈 나가서 로시 엔딩을 던져버렸던데 이거 반 정도는 머장 책임임. 최소한 세션을 공개로 할거였으면 플레이어들 RP 방향을 자기네들끼리만 즐거운 방향이 아니라 어느정도 공통적으로 보기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의무가 있었음. 누구나가 머장처럼 욕쳐먹는걸 허허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게 아님...
불작이 어제 일로 RPG를 접을지 아님 계속할진 모르겠는데 만약 접으면 머장은 진짜 걔한테 존나 미안해해야한다
세줄요약점
그건 본문에나 따져 시발;
1. 비공개였으면 뭘하든 좆도 상관 없었다 2. 근데 공개플이여서 어쩔 수 없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3. 갤에서 조리돌림 당한 로시의 맨탈터짐은 김머장 잘못도 있다 이정도 아님?
돼공님 너무해여
ㅇㅇ
ㅊㅊ
야 이건 맞말이다
길어서 안읽을려 했는데 잘 읽히게끔 글 잘 쓰네 내용도 공감가는 내용이었음
2번까지 읽다 내렸다 플레이어 rp에 개입하는 마스터가 옳다고? 댓글까지 보니 갤 수준 훤-히 보인다
물론 이건 1차적으로 캐릭터를 운용하는 플레이어의 몫이지만, 플레이어들이 그걸 어려워 한다면 마스터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어. 그리고 갤럼들이 마스터가 플레이어를 방치했다고 말하는건 플레이어가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그걸 돕지 않았기 때문이야. - dc App
ㅋㅋ 유동 븅신 허접새끼 지 수준 낮은건 모르고
이런 새끼랑 같은 1표 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