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몬은 그래도 어케 좀 주워들은게 있어서 알겠는데 머미랑 오르페우스는 하나도 모르겠음
[일반] 누가 머미 데몬 오르페우스 썰좀 풀어줘요
늅뉴비(218.153)
2016-05-02 19:18
추천 9
댓글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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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미 역사는 사실 세타이트랑 사일런트 스트라이더랑 관련되어 있음. 머미들이 뻉이치는 이유도 그렇고. 저승에 기반을 두고 있다보니 레이스랑도 연관이 많지
저승에서 진시황 제국에게 농성하고 있는 오시리스라던가.
세트의 토퍼 이전 행적 자체는 그냥 고대 이집트의 왕권을 두고 오시리스와 다툰 야심만만한 프리텐더 정도랄까, 사실 그렇게 절대악이란 느낌은 안 드는데 어쩌다 팔로워즈 오브 세트는 막장 사교의 대명사가 된 것인가...
??? 진시황이랑 오시리스가 왜
띠용...
오시리스랑 찡시황 커플렁? 레이스에선 찡시황이 마엘스트롬 땜시 반란일어나고 그래서 확장을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새 정복전쟁들어갔음?
아멘티(다크 킹덤 오브 샌드)는 진시황의 다크 킹덤 오브 제이드랑 잘 안 엮여요. 다크 킹덤 오브 제이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라오스 같은 거 집어먹고 있고, 여섯 번째 마엘스트롬 때까지 인도도 다 못먹은 상태. 대신 유럽의 가장 강한 "제국"인 다크 킹덤 오브 아이언과는 알력을 벌이다 결국 여섯 번째 마엘스트롬 직전에 스마일링 로드의 배신으로 도움을 받아서 한 번 전면전도 벌이기는 하지요.
머미는 2판 때랑 Rev 때랑 완전히 달라요. 전자는 진짜 신화시대부터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살아오는 불멸자들이고, 후자는 여섯 번째 마엘스트롬 이후 아멘티의 불사신 영혼들도 찢겨서 훼손된 후 오시리스가 새 스펠 오브 라이프로 만들어준 애들. 제 기억이 맞다면 후자는 찢겨진 고대 불사신의 혼과 반쯤 죽어가는 인간의 혼을 융합시켜서 만들었던가 그래요.
오르페우스는 직접 해보진 않고 대강 책만 봐서 저도 많이는 모르는데, 여섯 번째 마엘스트롬 이후에 임사체험한 사람 중 일부가 유체이탈해서 유계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내용이었던 듯. 그래서 이 "오르페우스"들이 여섯 번째 마엘스트롬 이후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 사이의 장벽이 약해진 탓에 생기는 문제들을 다루는 거였던 듯하네요.
그리고 세타이트는 클랜북만 봐도 "절대 악"이라는 느낌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전통적인 선에 대비되는 안티테제로서의 악이라는 개념이고, 실체하는 악이라기 보다는 니체식 허무주의에 가까운 애들.
오르페우스 시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마엘스트롬 이전 시점을 말한다면 오시리스가 진시황에게 버티고 있다는 건 금시초문...
그리고 진시황(인 척 하는 원스본)은 컨커드 테리토리에서 반란 진압하느라 바빠져서 스티기안 엠파이어랑도 싸움 못하는 거 맞아용. 제가 알기로 오시리스랑 엮이는 얘기는 없던 듯.
신판 머미에서 오시리스는 여섯 번째 마엘스트롬 이후 웹 오브 페이쓰 자체가 됐다는 식으로 나오는 걸로 알아요.
221.151만 나타내서 해명해주면 상황끝날 듯.
리바이즈드 세타이트는 엽기적이게도 영지주의를 괴랄하게 비튼듯한 사상을 가지고 나오는데 그게 얘네가 각 세력들 중간에서 온갖 분탕질을 치는 원인 중 하나임. 그래서 전형적인 절대악 타입은 아닌데, 어쨌든 이 새끼들도 정상은 아니고 그래서 쯔미시 만큼이나 짬먹은 클랜 멤버 아키타입 따라갈 수록 플레이어 캐릭터 짜기가 힘들어지는 클랜 중 하나임.
영지주의가 또...! 카이나이트 헤러시도 그렇고 사실상 뱀파이어 입장에선 영지주의가 모든 악의 근원 아니냐?
물음표..? 세타이트는 영지주의와는 가장 대척점에 선 애들이죠. 얘들 Path of Enlightenment 중에서는 Path of the Warrior 빼고 항상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거짓된 독트린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애초에 영과 육을 이원론적으로 나누어 영이 순수하고 선하며 추구해야할 것, 육은 순수하지 못하고 악한 물질적 감옥이라는 생각에 가장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게 세타이트죠. 그렇기 때문에 세타이트는 소위 "망치를 든" 것처럼 "선"에 반대되는 행위를 시켜서 선악 개념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방식을 취합니다.
영육의 이원론이 아니라 알려진 신은 사실 거짓 신이고 진정한 진리의 담지자는 숨겨져 있다는 측면에서 영지주의라고 한 거 아님? 예컨대 악신으로 알려진 세트가 사실 진정한 진리를 담지한 신이고 세상의 보편적 도덕률이란 것은 사실 가짜 신이 퍼뜨린 미혹이다라고 한다면 영지주의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
아뇨. 세타이트들의 신화를 보면 세트만이 우월한 진정한 신이라 따르는 게 아니라, 세트가 다른 신들의 거짓으로 점철된 지배에 항거해서 인간들에게 "너희도 신들과 같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자 했기 때문에 숙청을 당한 위대한 신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사실은 거짓된 신과 진실된 신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닌 거지요. 세타이트들은 신들(혹은 신)은 인간을 스스로를 죄많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어 스스로 굴종하게 만들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이 노예의식으로부터 탈피시키고자 "유혹"을 하는 거지요.
실제로 죄라고 믿는 것들을 한 번 범해봐라. 처음에는 죄책감에 몸서리칠지도 모르지만, 금방 그것이 진정으로 "좋은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알고, 강하고, 즐겁고, 자유로운 것이 좋은 것이다. 희생과 봉사와 자제 등은 모두 도덕적 노예화의 사슬이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않나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등장한 판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인 Road of the Serpent와 Path of Sutekh에서도 비슷하게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비롯해서 다른 Path들도 조금씩 초점이나 방법론은 다르지만 이 의식에 목적을 두고 있지요.
글쎄. 내가 그쪽 견문이 적으니 틀렸을 수 있지만, 리바이즈드 클랜북에서 영지 주의 언급하면사 우리 사상 변형해서 모탈들에게 뿌린 거임ㅋ 하는 대목이 나왔던 걸로 봤거든.
히스토리 부분이었나, 근데 뭐 오래전에 본 거라 잘못 기억했거나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Rev 클랜북에 나오는 아홉 Gates of Revelation를 보면 세타이트들의 사상적 교육은 인간 시절의 도덕적 편견들이 실제로는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하고, 그 수단으로 육체적인 쾌락도 사용됩니다. 역사 파트에서 그 얘기 나오는 거면 아마 막달레나이트쪽 얘기일 텐데, 얘들도 똑같이 신자들이 욕망에 충실하도록 이끌었다는 언급이 나오죠.
팔로워즈 오브 세트의 주요 교의가 '신과 같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긍정하는 것이라면 이건 충분히 영지주의와 합치된다고 볼 수 있는 부분 아닌가? 영지주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람의 원초적 자아가 신성과 동일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인데.
역시 쨍은 무섭군... 일정 이상 파면서 똑바로 파악하고 굴리려면 인문학 공부를 반 강제하는 무서운 시스템...
제가 영지주의는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대개의 영지주의가 이원론을 상정하기 때문이에요. 그에 반해 세타이트들의 Path of Typhon 계통은 본질적으로 영육의 분리나 영혼의 육신에 대한 우월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거나, 심지어는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요. 물론 발렌티니아니즘 같은 초기의 소수 퀄리파이드 모노이즘까지 영지주의로 친다면 큰 궤에서는 "지성으로 자신을 신과 동급의 존재로 둔다"는 점에서 비슷한(같지는 않고) 부분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지성으로 신과 같이 될 수 있는 잠재성만 놓고 본다면 영지주의 외의 다른 사상 계보와도 너무 많이 겹칠 듯하네요.
머미의 경우 2판 설정을 그냥 레트콘해서 없애버린 게 아니라 리바이즈드에서 이어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2판 머미=리바이즈드에서 인간의 영혼과 결합한 존재들이었던 걸로...
찾아보니까 영지주의의 비조 중 하나인 Simon Magus가 amoralism을 주창했다는데 윤리허무주의란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군.
Rev 머미들의 영적 정체성 중 50% 정도는 대부분 2판의 셰메스-헤루인 게 맞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요. 완전히 다르다고 한 이유는 이들이 지닌 특성이나 능력, 캐릭터를 규정하는 기타 요소들에서 너무 큰 차이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당장 시트만 봐도 매우 큰 차이가 생겼죠.
영지주의가 직접 영향을 줬다고 설정된 건 카이나이트 헤러시하고 패스 오브 카타르 쪽이고, 세타이트 클랜의 철학은 오히려 영지주의 그 자체보다 훨씬 오래된 고대의 반사회적 타락자들이라는 컨셉 아닌가요? 영지주의하고 비슷하다고 하기엔 너무 다른댜...
시몬..? 그 사람 거의 전설적인 존재 아닌가요. 욕 먹는 거 외에는 본인이 뭐 썼는지도 모르겠던데;
아멘티의 불사신 영혼들 이라고만 하면 머미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이해를 못 합니다(뭔지 모름) 그래서 첨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미: 더 리저렉션은 별로 취향에 안 맞던 듯. 일단 버츄가 싹 사라지고 밸런스라는 자원 게이지화된 게 묘해요. 이쪽이 훨씬 편하고 직관적이긴 한데, 옛날의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그 뭔가의 분위기가 안 남...
영지주의에서 이야기되는 시몬 마구스가 사도행전에 나온 시몬 마구스에 가탁한 허구의 존재인 건 맞는 듯. 뭐 그래도 그 이름에 가탁해서 주장되는 게 영지주의의 시초인 건 맞으니까.
영지주의와 관계되서 욕 먹는 거만 알지 그 사람이 쓴 무도덕주의는 무엇이고 얼마나 전파되서 수용됐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2~5세기 사이의 영지주의 운동에 얼마나 수용됐는지, 그리고 고중세에 다시 나타나는 영지주의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영지주의는 예전에 캐릭터에 쓰려고 조사를 좀 했었는데, 수많은 스펙트럼이 있지만 대부분 공통된 특징은 4가지에요. 1. 존재론적이고(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실재에 적용하려고 하므로) 계급론적인(영적인 것을 우위에 두므로) 이원론 2. 이 이원론에 입각하여 영지(그노시스) 즉 진정한 자기인식과 물질 세계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함 3. 기독교에 대한 강력한 부정 또는 영지주의 사상에 부합하는 해석이 존재(즉 기독교를 존나 의식함) 4. 이교적 사상의 도가니(그럴싸한 사상은 다 가져와 섞어버리는 경향)
크...찾아보니까 영지주의 이단으로서의 카인파Cainites도 나오고 사실상 영지주의가 V:tM의 주된 리퍼런스인 것으로...
그런데 클랜북이나 로드, 패스 설명에 나오는 세타이트 클랜의 기본 철학은 이것들처럼 스펙트럼이 넓지도, 쓸데없이 복잡하지도 않아요. 뭐 당연하죠. 그렇게 복잡하면 플레이에 써먹을 수가 없으니까. 리바이즈드의 세타이트 클랜북에 나오는 얘기는 제 기억으로 "세타이트 클랜이 영지주의에 영향을 끼쳤다" 라는 것일 텐데,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위에 말한 대로 "세타이트 클랜의 철학이 영지주의보다 더 오래된 고대의 사상이다"라는 컨셉이니까 나오는 드립이고요.
근데 나나 쀍빠가 보인 반응으로 봐선 저 세타이트 영지 주의 건은 사전이나 관련 서적 쬐끔 참고한 비전공자 입장에서 헷갈리기 쉬운 건 맞긴 한듯. 어쩌면 제작진도 꼼꼼히 공부 안 했거나 헷갈려서 멋모르고 세타이트 클랜북에서 영지 주의 언급한 걸 수도.
뷁커드빠// 영지주의가 주된 레퍼런스인 게 아니라, "기독교"에 관련된 레퍼런스가 다크에이지스의 주된 자료인 거죠. 영지주의는 걍 곁다리고.
애초에 영지주의란 것 자체가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각 분파들마다 수많은 설을 만들어냈어요. 하나의 단일한 사상도 아닌 거죠.
시몬 마구스(아마도 그 이름을 biblical figure에 가탁하였을)가 amoralism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웠다는 얘기는 2세기에 쓰여진 이레네우스의 저서에 등장하는데, 당대의 영지주의를 보편 기독교의 교리와 대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책에 따르면 2세기 무렵에 영지주의의 일부로서 amoralism이 유행한 것은 사실인 듯.
물론 영지주의가 모두 이원론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 전에 얘기한 발렌티니아니즘 같은 경우는 사실 묘하게 일원론적인 구석이 있고, 최근에는 영지주의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인식되고 있다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원론 세계관이 영지주의의 큰 특징이라고 보는 이유는 실제로 많은 영지주의가 이원론을 따르고 있기도 하거니와, 완화된 일원론(번역어가 이거 맞나 모르겠지만)을 주장하는 파벌도 엄격히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하지 않을 뿐 실은 차등을 두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적인 것의 추구를 물질적인 것의 추구에 앞서 배치하는 경향이 일반적이고요.
이레나이우스의 기록에 근거하는 무도덕주의를 가르친다는 언급이라면 실제로 무도덕주의를 설파했다기 보다는, 그의 교회 내 적들이 도덕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레나이우스만이 아니라 그 후대의 교부들도 흔히 자기 사상적 적들을 비난할 때 그런 방식의 공격을 자주 사용하니까요. 좀 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211.59// 듣는 사람이 일부러 헷갈리게 써놓은 거지(좋은 작성 방식은 아니지만), 작성한 제작진이 그걸 헷갈렸던 거 같지는 않군요. 클랜북이나 로드 설명에선 세타이트 클랜의 철학이 뭔지, 단순한 개념부터 얘기하고 있어요.
세타이트는 음...사상 부분만 보면 존나 현대적인 힙스터인데 실제 그 사상 갖고 하는 짓 보면 정이 안 감...
글쎄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레네우스의 책(영지주의에 관한 매우 중요한 초기 텍스트인)에 언급된 영지주의 사조들은 전부 다 날조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실제 엄격하게 역사적으로 존재가 인정되는 영지주의만 가지고 팔로워즈 오브 세트의 사상과 비교하여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팔로워즈 오브 세트가 현실에 존재하는 단체도 아니고, 애시당초 WoD에서 그렇게 사적 진실에 엄밀히 합치되는 리퍼런스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
라이스미스// 뭐 여러명이 썼으면(실제 그런지는 기억 안남) 역사 파트 맡은 애가 삽질 정도 했을 순 있겠지... 뭐 그게 아니라고 쳐도 되려 알면서 그렇게 헷갈리게 써놓은 거면 더 더러운데. 원래 그 게임 설정 푸는 스타일이 그렇다지만.
애시당초 팔로워즈 오브 세트 클랜북에서 영지주의 운운했을 때 발달된 고증학 등으로 엄격히 사적 진실에 합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영지주의만을 의미한 것이라곤 보지 않는데 말이지.
왜냐하면 무도덕주의가 실제로 영지주의가 지닌 특성이 맞는지, 혹은 영지주의를 비난하는 이들에 의해 부여된 허수아비공격의 오류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영지주의 운동 시기에 영지주의자 및 철학자들과 싸웠던 테르툴리아누스 같은 경우는 철학자가 본질적으로 오만하고 무엇이든 인간의 한계지어진 지식으로 알고자 하므로 철학 자체에 반대했어요. 그렇다고 테르툴리아누스가 철학자들에게 부여한 부도덕하고 오만하다는 특성이 모두 사실인 건 아니에요. 시몬만 해도 그의 사상적 적들이 마귀라거나, 공중부양을 하는 요술사라며 헐뜯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걸 전부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요.
211.59// 내 기억이 100% 정확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세타이트 클랜 철학이랑 패스 오브 카타르 쪽은 내가 실제 플레이에 써먹으려고 한 차례 훑었었는데 그때 사상 자체의 완결성이나 혹은 해당 텍스트를 작성하려고 참고한 레퍼런스 간에 크게 모순되는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 위에서 말한 게 전부임. 하위의 여러 분파나 이런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썰이야 많이 나오지만 그게 사상의 핵심 줄기를 뒤집어 엎는다는 식으로 써두지는 않아서.
당장 아우구스티누스만 하더라도 펠라기우스파를 공격할 때 드는 근거들은 "펠라기우스파의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다"이지, 텍스트 자체만 놓고 물어뜯는 건 아니지요. 이거 후대에도 마찬가지고요. 13세기에 이단으로 단되 당하는 애들도 "너희 말을 따르면 이렇게 해석되서 문제가 생긴다"는 식이지요. 라틴-아베로이즘이 단죄 당할 때도 똑같은 패턴이었고요.
뭐 세타이트 클랜 철학이랑 패스 오브 카타르는 그럴덧하게 잘 만들었다는 건 나도 ㅇㅈ. 영지주의 쪽 얘기는 나도 더 아는 게 없으니 더 말 할 건 없고... 근데 패스 오브 카타르는 실제로 플레이에 써먹어 봄? 결과는 어땠음? 난 npc 용으라고 봤는데. 뭐 잘 써먹는 애들은 뭐든 플레이어용으로도 갖다 쓴다지만.
뷁커드빠// 실제 레퍼런스에 엄밀하게 합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안에서의 설정의 컨셉 자체가 영지주의랑은 거리가 멀다는 얘기에요. 세타이트 클랜의 철학은 영지주의보다도 훨씬 오래되었고, 그 영향력도 널리 퍼져 있고, 각 클랜원들에 의해 사상의 수질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게임 안에서 설정이 되어 있어요. 일부 영지주의 분파와 사상적으로 다소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해서, 영지주의를 직접 레퍼런스로 써서 만들었다고 보기엔 많이 부족하죠. 차라리 카이나이트 헤러시 또는 패스 오브 카타르가 영지주의를 직접 레퍼런스로 써서 만든 쪽에 가까워요.
그런데 실제 영지주의가 지닌 특성과는 무관한, 적에 의해 부당하게 규정지어진 허구를 마치 영지주의의 속성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그건 케찹을 많이 먹으면 죽는다는 잘못된 이야기를 믿고 "청산가리는 케찹이랑 비슷하지 않냐"는 거랑 같은 궤지요.
211.59// 어...르네상스 시기로 넘어가는 플레이가 될 예정이었는데 터져서 캐릭터만 만들고 써먹어 보지 못하여...이번에 중세 배경에서 다시 해볼까 하지만 근처에 사는 세타이트가 없어서 잘 될지 모르겠네요...
난 그 사적 진실에 합치하는 '실제 영지주의'라는 게 WoD라는 세계 내적으로 과연 유의미한가?가 의심스러움. 영지주의에 대한 기록 상당수가 그들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기독교인들의 기록이고, 그 밖에는 마땅한 기록이 없어서 오늘날 영지주의에 대한 연구는 상당 부분 금서목록에 그 이름만이 남은 책의 내용을 재구하는 것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꼴이지. 당연히 적대적인 저자가 묘사한 모습이 실제 그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하지만 실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비학 계열에서 연구된 영지주의는 바로 그러한 리퍼런스에 기반해서 재구된 영지주의이고, WoD에서 말하는 영지주의 또한 그렇게 재구된 영지주의이지, 현대 고증학 및 고고학적 발견으로 재구된 사적 진실에 합치하는 영지주의는 아니라고 봄.
WoD의 영지주의가 그렇게 실제 영지주의와 다르게 재구축된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알 수 없고, 애초에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로 들어가는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사실 영지주의인지 아닌지는 상관 없다는 말 아닌가요? 저도 뭔지 모르겠는 그 "WoD에서 말하는 재구된 영지주의"가 세타이트들의 Path of Enlightenment와 비슷하다는 거지? 그렇다면 애초에 왜 영지주의랑 비슷하냐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군요. 애초에 그게 영지주의도 아닐 텐데.
참고로 영지주의의 경우, 상이집트에서 영지주의에 관한 대량의 콥트어 사본이 발견되었을 때 초기 교회의 교부들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왜냐하면 영지주의의 등장은 가톨릭 교회가 이단과의 싸움에 대하여 자신의 보편성과 신앙의 준거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으니까요. 고고학/신학/철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에 이르러 새롭게 구축된 영지주의에 대한 인식은 과거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악의적인 해석보다 훨씬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말한 4가지 특징은 이 현대 고고학/신학/철학자들의 연구 사료를 보고 추출한 거에요. 이레네우스의 텍스트가 이 현대 연구자들의 견해보다 훨씬 객관적이거나 권위가 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지금 얘기하고 있는 건 세타이트의 Path of Enlightenment는 영지주의가 아니라는 얘기였고, 이 근거로 영지주의의 특성 중 핵심적인 몇 가지가 세타이트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WoD의 영지주의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세타이트의 Path가 영지주의가 아니라고 하면 되는 문제 아닌지?
라이스미스//흠... 내 수준에선 당장은 패스에 충실한답시고 세속적, 감정적 집착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결국엔 스스로 고통 받으며 망가지거나, 인간적으로 교류하게 된 이들을 결국 권력과 보신을 위해 희생시키고 고뇌하는 pc 같은 거 밖에 생각 안 나는군. 후자는 휴머니티 따를 때랑은 결말 여운이 좀 다를 것 같긴 한데. 휴머니티가 '아 씨바 필요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안 됐으면 좋았을 텐데'란 느낌이 강하다면 후자는 '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근데 왜 이렇게 속이 쓰리지...' 같은 느낌일듯.
아니면 결국 패스를 어기고 모든 걸 잃은 뒤 패스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해서 '내게 이제 남은 세상은 이 지상 밖에 없는데 그 세계에서조차 나는 낙오자가 됐구나'라는 자괴감 때문에 졸라 짜거나.
전통적으로 영지주의에 관한 리퍼런스로 인정되는 텍스트를 저본으로 하여 재구된 영지주의와 현대에 들어 과학적 방법을 통해 사적 진실에 부합하도록 재구된 영지주의를 구별하자는 말임. 소크라테스의 철학이라고 전해지는 게 전부 다 제자인 플라톤이 나는 이렇게 들었다는 식의 여시아문 드립으로 기록한 것이라 사실은 historical figure로서의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아니라 스승의 이름에 가탁한 플라톤의 사상이 아닐까 의문이 제기되지만, 전통에 따라 이를 소크라테스의 철학으로 보는 것처럼.
211.59// 덧글로 다 얘기하기는 무리겠지만, 일단 제가 말한 두 캐릭터는 동일인물이고요. 과거 플레이나 지금 플레이나 바뀌지 않은 설정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그가 애증을 품고 자기 대부를 죽이려 시도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일로 인해 고향으로부터 추방되어 낯선 땅으로 왔다는 것, 셋째는 그렇게 도착한 장소에서 자기-세계 인식을 바꿀 만한 초자연체들과 '다른 세상'의 실체를 목격하는 사건을 겪었다는 것, 넷째는 그가 양성애자라는 것입니다. 이 설정들이 캐릭터로 하여금 휴머니티에서 로드 오브 신으로 옮기게 하는 구름판으로 기능하도록 (플레이 중에)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211.59// 말하자면 이 설정들은 캐릭터가 자신의 뿌리(고향, 대부, 과거)와 그로 인해 형성되었던 옛 정체성을 버리고, 자신의 의지로 새로운 철학과 윤리관과 행동 방식을 만들어가고자 결심하는 발판인 거지요. 세타이트의 철학도 그 발판으로 쓸까 해서 들여다본 거고요. 사실 패스 오브 나이트하고 연계할까도 했는데...어쨌거나 실제로 하질 못했으니 뭐, 이번 거나 잘 해야겠네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누가 플라톤 저작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나오는 말을 소크라테스 철학이라고 하나요? 저도 역사/철학 전공이지만 그 얘기를 소크라테스 철학이라고 하는 사람 못봤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으로 보이는 플라톤의 철학이라고 하지. 왜 신뢰할 수 없는 문헌의 적의로 가득한 언급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객체의 특성으로 간주하나요? 어느 문헌 고증학에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그 경우에는 "저자가 서술대상에 대해 뭐라고 거론했고, 이를 통해 저자는 서술대상에게 어떤 인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까지만 인정됩니다. 그 다음은 다른 여러 역사적 증거들과의 교차검증을 통해 추론할 뿐이고요.
엥? 난 소크라테스 철학이라고 배웠던 거 같은데? 서양철학사는 물론이고 법사상사에서도.
뷁커드빠// "WoD에서 말하는 영지주의 또한 그렇게 재구된 영지주의이지, 현대 고증학 및 고고학적 발견으로 재구된 사적 진실에 합치하는 영지주의는 아니라고 봄." << 그렇게 볼 만한 근거가 없는 거 같은데요. '재구된 영지주의'를 쓴다는 근거가 될 만한 텍스트가 클랜북 세타이트나 다크에이지스 뱀파이어 로드 설명 또는 어떤 서플북에 나온다고요? 전혀 모르겠네요...텍스트를 줄 수 없다면 정확한 책 이름과 쪽수를 좀 듣고 싶은데요.
당연히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문헌에서 얻은 속성을 일반화시켜서 적용하면 안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레나이우스의 주장에 따른 "무도덕주의를 가르친다"는 언급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시몬이나 그 제자의 텍스트 중 무도덕주의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확인되거나, 최소한 시몬주의자들의 역사적 행보가 다른 문헌 및 고고학적 증거로 입증되야합니다. 그런데 신뢰성이 떨어지는 악의에 찬 서술들만 놓고 "영지주의에 무도덕성도 포함된다"는 것은 일단 입증이 되지 않은 불건전한 논증일 뿐더러, 잘못된 일반화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만약 이레나이우스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는 건지 추가로 물어본 거고요.
라이스미스//아, 처음부터 이미 갈데까지 간 애를 갖고 노는 게 아니라 좀 더 본격적인 변화 - 탈인간화 - 단계에 들어선 캐릭터를 하는 거면 뭘 하겠다는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감이 오네. 근데 그러려고 캐릭터가 다른 패스들까지 건드리고 연구하기 시작한 단계부터 시작하는 거면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나 노고가 장난 아닐 거 같은데... 뭐 좋은 플레이 하길.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플라톤의 저작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나오는 철학은 당연히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플라톤 저작 중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나오는 철학은 플라톤의 철학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사료들도 있지만, 이 중 소크라테스가 직접 이야기한 것과 플라톤이 자기 저작 중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자기 철학을 꺼낸 건 분명히 구분됩니다. 당연히.
그러니까 그렇게 엄격하게 고증학적으로 인정되는 내용의 문헌을 WoD에서 저본으로 삼는가가 난 의심스럽다는 얘기임. 당장 헤브루 신화에서의 아담의 첫번째 아내로서의 릴리스라는 존재는 창세기 문헌상의 내용 모순을 설명하기 위하여 나온 설인데, 이러한 모순은 어디까지나 창세기가 복수의 저자가 기록한 문서를 짜집기한 데서 온 것이라는 게 현대 성서고증학의 설명이지. 하지만 WoD에서는 릴리스가 그냥 나오잖아.
웬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떠올랐다... 그거보다는 좀 더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캐릭터를 목표로 하는 거 같지만.
참고로 누가 썼느냐는 중세까지도 계속 가면서 따지는 문제입니다. 중세까지도 철학과 신학에 있어서 위서 굉장히 많고, 책에 쓰여진 저자와 실제 저자를 구분해서 거론하는 경우가 일반입니다. 위-디오니시오스 같은 경우처럼 말입니다.
다른 얘기로 빠지지 말아주세요. 지금 하던 얘기는 "세타이트의 Path of Enlightenment가 영지주의스럽냐 아니냐"입니다. 여기서 WoD 내에서 재해석된 영지주의가 거론될 이유가 없습니다.
헉 내 댓글 어디갔어...
211.59// 생김새라던지 하는 짓이라던지 멘탈 약한 거 보면 MCU의 로키에 더 가깝지 않나 싶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캐릭터가 내 길 갈아타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며 인간성의 Threshold에 서서 "고민하는 지점"부터 하는 게 훨씬 쉬워요. 그러면 자기 캐릭터의 설정과 철학이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융합되거든요. 오히려 처음부터 갈 데까지 가서 다른 로드나 패스를 꽤 높은 수준으로 실현하고 있는 캐릭터를 하려면, 아무것도 없는 바닥부터 쌓아올려야 하니까 더 어렵죠.
내 입장을 정리하자면, 난 '영지주의'라는 개념을 전통적으로 영지주의에 대한 리퍼런스로 인정된 이레네우스의 저서를 포함한 텍스트로부터 재구된 영지주의라는 개념으로 사용했음. 실제 중세 신비학 전통에서 시몬 마구스와 헬레네에 관한 전승을 실제 역사적 인물을 기술한다고 믿기 어려운 자료으로부터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처럼. 만약 여기서 이레네우스의 기술이 실제 영지주의를 묘사한 것으로 믿을 만하냐? 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음.
이레네우스의 텍스트는 영지주의에 대한 "낡은" 해석이죠. WOD 제작자들이 그 해석을 썼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WOD 안에 그런 판단을 내릴 만한 텍스트가 있는지 근거를 달라고 한 건데, 근거는 없는 모양이네요.
이레나이우스의 시몬에 대한 언급은 당시의 이레나이우스를 비롯한 교회측 인물들이 초기 영지주의자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었는지 보여줄 따름입니다. 실제로 그들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들로 보다 보강되지 않는다면 그 맥락에서의 "무도덕주의자" 언급은 당연히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만약 이 텍스트를 여과 없이 수용할 거라면 영지주의자 중에는 악마나 공중부양 요술사도 있었다 생각해야겠지요. 시몬이라는 인물에 대한 단편적인 비난도 영지주의의 특성으로 일반화시켜서 수용한다면, 영지주의자들에 대한 다른 종류의 비난도 영지주의의 특성으로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근데 난 분명 서양철학사에서 소크라테스 철학이라는 부제하에 트라시마코스와의 논쟁편 같은 걸 배운 기억이 나는데...;;
트라시마코스 나오는 거 보면 아마 국가 초반부일 텐데, 그럼 국가를 소크라테스 철학이라고 하나요.
그래서 난 소크라테스 철학이라는 걸 플라톤의 기록에서 재구된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철학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음. 실제로 법사상사 책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룰 때 소피스트들에 대비되는 소크라테스의 정의관으로 제시한 것도 국가에서 나타나는 소크라테스였고.
플라톤 철학이라고 합니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사상도 상당히 반영됐겠지만, 어디까지나 플라톤 철학이죠. 아까 얘기한 것처럼 위-디오니시우스가 디오니시우스인 척하고 썼다고 해서 디오니시우스의 철학으로 인정 안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플라톤이 작 중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펼치는 플라톤의 철학과, 플라톤 저작에서 나오는 소위 Socratic questioning 같은 소크라테스적 사상과는 혼동이 없어야 합니다.
위 디오니시우스의 저서는 어디까지나 위서니까 당연히 디오니시우스의 철학으로 인정될 리가 없는 거고, 플라톤의 저서에서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재구하는 건 훨씬 더 미묘한 문제지. 어디까지가 소크라테스의 사상이고 어디서부터 플라톤인지를 가르기 어려우니까.
허미 쉬벌;; 아무생각없이 쓴글에 왜이리 댓글 많이달렸나 했더니 토론중이였군여
실제 디오니시우스와 위-디오니시우스 사이의 연관성에 비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연관성이 더 강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플라톤의 철학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국가는 소크라테스 사후 거의 20년이나 지난 플라톤의 원숙기 시절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크라테스와 관계됐던 다른 학파들인 에우불리데스나 디오도로스, 안티스테네스 등에게서는 언급되지 않는 개념들과 사상이 국가에서는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이미 원숙기에 접어들고 다른 소크라테스들의 제자들과도 차별화되는 고유한 학파를 구성시켜가고 있던 플라톤이 저작에서 이야기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릴 지언정 소크라테스 자체의 철학이라고는 이미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소크라테스로부터 배운(최소한 영감을 얻은) 사상을 발전시켜 자신의 것으로 화한 플라톤의 철학이지요. 시기상으로 보나 다른 제자들과의 차별화로 보나 여러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철학이라고 보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플라톤 자신의 저작들 사이의 비교, 예를 들어 비교적 젊은 시절에 초안을 완성했던 트라시마코스로부터 시작된 논의를 국가에서 심화시키는 것을 통해서도 플라톤이 이미 스승의 방식을 취하면서도 스승이 도달하지 못했던 결론에 이르렀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청년기 중 라케스나 에우티프론, 프로타고라스는 다른 문헌을 통해서도 소크라테스가 자주 주제로 삼았던 종류의 덕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 이 시기에 쓴 저작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리고도 아포리아로 끝을 맺는 경우가 꽤 잦습니다. 하지만 후기로 넘어가면 보다 정교해진 이데아론을 통해 이전에 아포리아로 끝났던 논의들을 다른 궤에서 또 다시 다루며, 노년기로 넘어가면 원숙기의 이데아론도 약간의 구조적 변화를 겪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플라톤 스스로도 파르메니데스에서 제3인간 논증 등으로 자기 이론이 부딪칠 수 있는 난점들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후 저작들을 통해 그러한 점들이 다소 보완되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미 원래 주제에서는 많이 벗어난 것 같으니, 이 점은 블라스토스를 통해 확인하시길.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13232
뷁빠 극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