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로시 떡밥도 식어가는 분위기고, 피드백 글도 까는 글도 많이 올라와서 후기까지 쓰면 떡밥 좀 뇌절인가? 싶어서 걍 후기는 안쓸라고 했는데


간간히 덧글로 보이는 생불 GM의 멘탈 터진 모습에 이건 사죄를 안하면 사람새끼가 아닌 거 같아서 쓴다.


내 RP를 봐왔으면 알겠지만 난 존나 씹덕이니 글에서 풍기는 씹덕내는 좀 감안하고 읽어주.


생불 GM아, 내가 꼴보기 싫어도 진짜 진심 담아서 썼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번만 읽어주면 좋겠다.



1. 블랑카 NTR의 시작


일단 난 로시 첫 플레이는 실시간으로 못 봤다. 


밤에 할짓없어서 갤들어갔는데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로시라는 애가 갤주취급 받고 있는거임. 턀갤에도 갤주가 있었나?


그래서 로그를 읽어봤는데 와 씨바...


대사가 그냥 내 씹덕감성을 존나 자극하는거임. 1 대 1 씹덕 세션 특유의 분위기에서만 나올 수 있는 PL의 모든 대사를 마스터가 커버쳐주는 마치 소설을 보는것같은 티키타카.


그 순간 난 로시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로그 자체에 반해버렸다고 할 수 있지.


턀갤러들 솔직히 다 씹덕이면서 씹덕 존나 까는데, 이건 뭐 완전 순도 100%의 씹덕 감성 로그가 념글가고 PC는 갤주되고 GM은 생불되고 난생 첨보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로시 대사가 옛날 애니 여주 느낌도 나서 틀딱들까지 서게 만들어버린건 덤이었지. 정말 세대를 가리지않는 턀갤 대통합의 현장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파딱인 김머장이 로시 구인글을 올려버렸고 레알 보자마자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링크를 눌러버렸음.


거기서 3초후에 들어오신 분이 있었는데 닉은 기억 안나는데 지금 생각하면 ㅅㅂ 내가 3초만 늦게들어갔으면 이 사단이 안났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님 이거 보고있음 제성해여어어어


어찌됐든 난 들어가자마자 '나 블랑카 선픽. 블랑카 할거임.' 을 박아버렸고, 마스터와 PL들도 흔쾌히 수락.


다른 PL을 통해 생불 GM에게 대여 허락을 받고 난 존나 들뜨기 시작했다.


블랑카는 사실 생불 GM의 개쩌는 RP력 때문에 커버가 된거지 뒷설정은 하나도 없는, 플에 나온 설정이 전부인 급조 npc였거든.


그래서 그 때부터 로그를 조오오온나 파기 시작했음. 내가 블랑카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얘가 왜 음유시인을 찾았을까? 왜 리치가 된거지? 다른 가족들은 어디가고 왜 여동생 무덤밖에 없는걸까? 붉은 보석이 성물함이던데 왜 자살하러 여기까지 온거야? 로시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 이유는 대체 뭐지?


하나하나 내 나름대로 캐릭터를 해석해 나가는 과정자체만으로 난 정말 즐거웠다.


블랑카의 "---다." "---군." 으로 끝나던 딱딱한 말투가 로시에게 마음을 열어가면서 "---어." "---야." 로 끝나는 무뚝뚝하지만 호감을 표하는 말투로 변해가는 것.


특유의 '과하다' 라는 말버릇과 로브 사이로 음색을 통해 드러나는 미세한 감정 표현까지.


내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블랑카의 설정을 완성시켰을때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어.


롤20 1000시간 따리이긴 하지만, RP하는걸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으니 적어도 망하진 않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지. 


그래.


그게 장장 2주간의 블랑카 NTR의 시작이었어.



2. 제발 그만 좀 보벼 ㅅㅂ


첫 시작은 트레직에서였고 나름 순조로워 보였음.


그레고르가 까이는 몇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로시/블랑카를 여관에 데려다주고 자기 일 보러간건데 난 그게 오히려 좋았다. 경비병 답잖아. 걔가 거기서 여관에서 죽치는게 더 이상한거 아님? 


그 후의 스토리도 싸움 나고 그레고르가 다시 찾아오고 블랑카가 자수하고 서까지 갔다가 그레고르 업무태만 들통나서 퇴직당하고 술먹고 신세한탄까지.


마스터도 플레이어들의 RP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을 택했기에 가능했던 딱히 억지가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의 진행.


중간에 페리가 미리 써둔 RP 복붙하는 과정에서 로시/페리가 벽보고 RP하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재밌게 세션을 즐겼음.


난 티알의 90% 이상이 RP라고 생각하는 진성 RP충이라서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거 같음.


로시도 솔직히 초반에는 첫 회차의 포텐이 안 터졌지만, 술마시면서 로시 특유의 감성적인 대사도 많이 치고 RP를 주도하려 하는 모습도 굉장히 좋게 느껴졌다.


마커스가 먼저 일어서고 그 담엔 그레고르가, 그 다음엔 페리가 로시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며 술자리를 파하고


취한 로시를 블랑카가 부축해서 침대로 데려다주는 장면까지.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소중했고 굉장히 만족스러웠음.


그렇게 "하아...만족했으...." 하는 마음으로 세션을 끝냈는데 이게 왠걸.


갤이랑 유튜브 채팅에서 진행 속도로 존나 까이고 있는거임.


우리끼리 재밌는 거랑 관전자가 재밌는거랑은 별개란걸 이 때 확실히 느꼈던것 같다.


나는 소위 말하는 플레이 타임이 늘어지는 것, RP가 많아지는 것, 플 진행에 크게 의미없는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에 대해 전혀 부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쪽이거든.


플레이어들이 주고받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나중에 큰 태풍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고, 그런 사소한 서사들이 쌓이고 쌓여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야.


그래서 플레이가 끝나고 피드백 시간에 그레고르님이 "아 님들 제가 여관에서 그냥 가버려서 ㅈㅅㅠㅠ" 라고 말했을 때 난 "저게 왜 죄송하지?" 싶었음.


뭐 어쨌든 내 성향이 그렇다는 거고 관전자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게, 솔직히 니들이 여캐 넷이서 4시간동안 마을에 죽치고 있는거 보려고 온건 아니잖아?


그런걸 볼거면 미소녀들 나오는 일상 애니 보러가는게 백배 났지 왜 남의 플을 보고있겠어.


어찌됐든 이런저런 여론을 보고 플에대한 피드백을 팀원들끼리 톡에서 한 결과


<관전자들의 눈치는 보지 말고 우리의 플을 하되, 진행 속도와 RP도 신경쓰는 방향으로 해서 두마리 토끼를 잡도록 노력해보자> 라는 꽤 훈훈한 결론이 났지.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보빔에 대한 거는 내 스스로 '난 로시랑 보비러 왔어요 텍섹조아' 같은 드립도 치면서 내 무덤을 판거기 때문에 '저새끼 존나 보빔충' 하면서 까는 건 괜찮아. 


근데 너무 이미지가 보빔충으로 치우쳐 버려서 그 외 다른 피드백들이 좀 묻히는 거는 좀 아쉬웠음. 


피드백 듣는걸 좋아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욕먹는것도 좋아하는 타입이라 여러가지 피드백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당시에는 갤을 뒤져도 블랑카 RP에 대한 피드백은 그다지 없고 보빔 극혐 만 있더라고.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하나가, 바로 이게 생불 GM이 만든 npc 였다는 거임.


내가 만든 캐릭터로 보빔 이 지랄 떨었으면 상관이 없는데, 블랑카가 욕 쳐먹을때마다 생불 GM도 당연히 기분이 나쁠텐데 거기까지 생각안하고 드립 치고 논 거에 대해서는 존나 진짜 존나 미안하게 생각한다. 


근데 문제는 사과할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지....씨바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3. 절망의 3회차


파딱이 '나의 TRPG를 보여주겠다' 공언한 3회차임.


일단 처음부터 미친짓 하나 하고 시작했지.


약 25분 지각.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시한번 팀원들에게 대가리 박는다.


늦어서 RP파악도 안되는데 플레이 방식도 달라진 상태에 설상가상 롤 20에서 보이스도 안들리는 상태라, 초반 장면의 90%는 나때문에 작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나마 바로 다들 디코로 전환해 줘서 정상적인 환경에서 플 할 수 있었지만, 이건 내 알피지 인생 최대의 흑역사로 남을 듯.


어찌됐든 그런 상태에서 플이 가닥을 잡고, 제법 평범하다고 볼 수 있는 모험담 분위기로 플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병사에게 포션을 주겠다는 그레고르와 그걸 막는 로시 사이에서 시작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러는 와중에 몬스터들이 습격하면서 그 상황에 집중하느라 페리나 내가 둘 사이를 케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지.


상황 자체는 지하 미로에 떨어지면서 일단 새로운 스타트 지점을 잡는 듯 했지만, 


봉합되지 않은 그레고르와 로시의 갈등만이 아니라,


로시의 PL인 불작님이 쉬는시간에 갤 반응을 보게되면서 멘탈이 터지게 되었어.


나는 사실 그때까지 이정도의 갈등은 플을 진행하면서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보았고, 진지하게 불만을 말하시는 그레고르 PL님께도 이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고, 진행하면서 충분히 잘 극복이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전개를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었지.


하지만 멘탈이 터진 로시의 RP가 극도로 소극적이 되고, 설상가상으로 주사위까지 말을 안들어주면서 상황은 점점 꼬이기 시작했어.


내가 플레이를 하면서도 '어? 이건 아닌데? 이게 아닌데?' 되뇌이면서 마땅한 대처법을 내놓을 수도 없는 그런 막막한 상태였지.


배에 상처를 입고 거의 죽어가는 그레고르. RP가 거의 사라진 로시. 열심히 노력하지만 뉴비인데다가 도적이라는 클래스의 한계, 따라주지 않는 주사위로 인해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던 페리.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와중에서, 천장에서 내려오는 태양 빛은 현실의 PL인 나에겐 정말 동앗줄 처럼 보였어.


그렇게 천장에 화염탄을 쏴서 구멍을 만들어 태양빛이 들어오게 했고, 언데드인 해골 몬스터들은 태양과 함께 사멸해버렸지.


물론 리치인 블랑카도 함께 말이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황천길 액션에서 '다시는 환생한 여동생을 볼 수 없다' 라는 조건으로 살아나버리고 말았고.


사신이 남겨준 마이네로스의 심장을 얻으면서 플은 찝찝하게 끝나게 되었지.


그리고 바로 여기.


이 부분이 내가 생불 GM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이자 이 후기를 쓰기로 결심한 부분이야.


바로 불작님이 로시라는 캐릭터를 사실상 놓아버리면서, 나 또한 블랑카라는 캐릭터를 놓아버리는 선택을 했다는거지.


캐릭터의 목표였던 영웅담. 블랑카가 다시 살아보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주었던 그 영웅담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


그것을 너무나도 간단히, 정말 너무도 간단히 내던져버린거야.


그것도 관직 상승의 꿈을 가지고 있던 탐욕스러운 대머리 시장과의 정략 결혼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분명 불작님은 아직 어리고, 뉴비이고, 티알판에서 전례없는 관심을 받아서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면 안된다는 건 알아.


그래서 어젯밤 디코에서 있었던 뒷풀이 피드백에서도 불작님에 대한 피드백은 하지 않았고, 팀원들끼리만 있는 톡에서도 최대한 내 감정을 절제하고 피드백을 했지.


근데 저건...


솔직히 배신감마저 들었다.


이미 갤에서 까일만큼 까이셨고, 그래도 팀원인 나까지 까면 안되지 하는 생각을 지니고 말 안하고 있었는데.


딴건 몰라도 이 말 한마디만은 드리고 싶다.


혹시 정말로 저 엔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 생각만큼은 절대로 틀린거라고. 낼 수 있었던 최악의 엔딩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어.


하지만 그런 최악의 엔딩보다도 더 최악인건, 로시의 RP를 본 후 내가 한 RP라고 생각해.


극도로 로시에게 의존하고 있던 캐릭터성을 핑계로, 황천길에서의 동생에 대한 패널티를 핑계로 내 캐릭터를 그냥 놔버리고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다고 묘사해 버렸거든.


영웅담을 같이 써내려가자고 했던 로시도 시집을 가버리고, 다시는 여동생의 얼굴도 볼 수 없으니 어쩌면 당시에는 합리적인 RP라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아니었어.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들이 있었고, 블랑카에게 조금 더 좋은 엔딩을, 그녀에게 어울리는 엔딩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


이런 말보고 과몰입 하지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RP충이라고 소개하고 다니는 한사람의 TRPGer로써 가지고 있던 가장 중요한 신념을 내팽겨쳐버린 느낌이야.


그것도 온전히 내 캐릭터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서 만들어지고, 여러 사람들에게 기대를 받고있던 일종의 공공재같은 캐릭터를 내 기분만으로 망쳐버린거지.


마스터는 PC의 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그리고 PL은 PC의 팬에게 어떤 형태로든 받은 사랑을 보답해 줄 의무가 있어.


그렇다면 관전자에겐 어떨까?


"우리끼리만 즐거우면되지 관전자를 왜 신경써?"


글쎄, 과연 정말 그럴까?


우린 정말로 관전자를 신경 안쓰고 즐기면 되는걸까?


관전자는 플의 참여자가 아닌걸까?


그들이 즐겁지 않은 플레이가 진정으로 우리에게도 즐거웠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내가 단순히 팀원들끼리만 즐기는 평범한 플레이만 해봤다면 이런 생각 자체를 안했을수도.


하지만 확실한 건,


생불 GM은 이 세션을 처음 연 마스터였고


블랑카를 플레이한 플레이어였고


로시의 모험을 지켜본 관전자 였고


무엇보다도 블랑카의 가장 큰 팬이었다는거야.


진짜로, 진짜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네가 날 믿고 흔쾌히 빌려준 캐릭터를 망쳐버려서 미안하다.


빌렸다는 생각을 못하고 내 캐릭터라고 생각해버려서 미안하다.


지난 2주동안 네 마음을 힘들게 한거 같아서 그게 진짜 너무 미안하다.




P.S. 솔직히 너무 과몰입해서 쓴거 같아서 턀갤에 올리긴 창피하긴 한데, 그래도 이보다 더 진심으로 쓸 순 없을거 같아서 그냥 올린다. 글은 저렇게 썼지만 나 멘탈 쎈편이니까 거슬리고 그런거 있으면 덧글로 팍팍 욕해주길 바람.


P.S 2. 로시의 모험 엔딩 비록 이렇게 나긴 했지만, 턀판에 있어서 나름 획기적인 사건으로써, TRPGer들이 다같이 즐길 수 있었던 추억으로써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