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은 실존하는 것과 일체 성관계가 없습니다.


디씨왕국 변두리에 있는 작은 마을 중에 소싯적에 다른 세상을 구했던 영웅들과 그런 영웅들이 싫어하는 악당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어요. 영웅들이 모험담을 전시한다고 해서 갤러리라 이름 붙은 마을이였죠. 눈동자가 주황색으로 빛나는 태초의 존재와, 파란 완장을 찬 삼인의 원로가 마을을 다스렸습니다.

갤러리는 때때로 왁자지껄하고 서로 언성을 높히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나이가 있어 평소엔 조용한, 그런 마을이었어요.


어느 날, 갤러리에 허풍선이 라그나라는 사내가 찾아왔어요. 그는 옆 마을에서 자경단 활동을 하다가 영웅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가 갤러리를 찾아왔는데, 행색이 마치 영웅들이 싫어하는 악당과 같았답니다.

허풍선이 라그나는 마을에 도착하자 마자 시끄럽게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리며 외쳤습니다.

"이봐, 영웅이 대체 뭐냐? 자경단이랑 비슷한 건데 더 좋은 거라면서?"

"이봐, 영웅이 뭔지 나한테 이해시켜 줄 사람 없나?"

"이봐, 영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주민들은 새 영웅 지망생을 언제나 환영했지만, 그의 행색이 너무나 악당같았기에 그를 피해다녔어요.

그 중에 몇 명, 영웅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허풍선이 라그나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게 자경단이랑 뭐가 다른데?"라고 되물었습니다.

지쳐가는 주민들 사이에서 허풍선이 라그나를 마을에서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생길 무렵, 주민 중 하나가 그에게 영웅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겠다며 그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어요.


다음 날 아침, 허풍선이 라그나는 마을 광장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저 녀석이 영웅이 뭔지 알려주겠다고 해놓고선,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주민들은 술렁였어요. 허풍선이 라그나의 행색이 악당 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악당들을 대하듯 모욕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주민들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하던 주민 하나가 일어나 허풍선이 라그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진정하게, 젊은이. 영웅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했지? 영웅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네, 자경단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면 직접 한 번 경험해 보는게 어떻겠나? 우리 마을은 지금 근처 동굴에 자리잡은 고블린들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네, 자네가 영웅이 되어 그들을 처치해주지 않겠나?"

라그나는 자신만만하게 외쳤어요.

"물론이지! 이 몸은 자경단 출신이라고! 고블린 정도는 껌이야!"


허풍선이 라그나는 곧장 고블린들이 산다는 동굴로 향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기대 반, 의심 반인 마음으로 라그나를 따라 가 지켜 보았죠.

허풍선이 라그나는 조금 어설프고 엉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검술 실력 하나만은 제법 쓸만한 수준이었답니다.

마을 주민 중 하나가 몰래 발을 걸기도 했지만, 그는 마침내 고블린을 성공적으로 동굴에서 몰아냈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를 새로운 영웅으로 추대하며 마을의 주민으로 받아들였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해피엔딩이었겠죠.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를 기쁘게 받아 들인건 아니었어요. 허풍선이 라그나가 처음 찾아왔을 때 두드리다 부숴버린 문의 주인들, 그가 자경단 활동을 한 것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 그가 다른 마을에서 저지른 악행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주민으로 받아준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습니다. 때때로 밤중에 담벼락에 그를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적기도 했지만 담벼락에 적힌 낙서는 큰 힘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분열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