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한초가 허풍선이 라그나에게 맡긴 다음 의뢰는 정말 끝내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마을을 위협하는 용을 몰아내는 거였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기대를 품고 라그나의 파티를 따라갔습니다.

이번에도 라그나와 파티원들은 용의 둥지 앞에서 야영지를 펼치고 오랫동안 텐트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전처럼 용이 알아서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라그나와 파티원은 야영지를 정리하고 용의 둥지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건 용이 아니라 작은 와이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이미 실망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실망할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와이번을 발견한 라그나와 파티원은 주머니에서 어젯밤 다같이 열심히 싼 똥을 꺼내 와이번에게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의 투쟁 끝에 역한 똥냄새를 견디지 못한 와이번은 결국 둥지를 버리고 멀리 도망쳤습니다.

맨손으로 자기 똥을 던지고, 그마저도 부족해 즉석에서 똥을 싸 들고 던지는 모습은 마을 사람들이 기대하던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와이번을 몰아냈고, 그 업적이 영웅적이라는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마을로 돌아온 마을사람들은 저마다 그들이 영웅인가, 아니면 그저 똥쟁이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저녀석은 그냥 똥쟁이야! 저런걸 어떻게 영웅이라고 하겠어?"

"영웅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와이번을 몰아냈으니 당연히 영웅이 아니겠어?"

허풍선이 라그나 역시 논쟁에 끼어들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내가 붉은 해적단을 몰아냈을 때, 너희는 내가 아무것도 안했다며? 그래서 이번엔 뭐라도 해서 와이번을 몰아낸건데 그마저도 욕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너희는 그냥 내가 싫은 거지?"

애초에 라그나가 싫었던 사람들, 이 일로 라그나에게 실망한 사람들, 그리고 라그나가 찾아온 이후 마을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이 모두 한데 모여 두목 한초를 향해 항의했습니다.

"끝내주는 의뢰를 준비했다면서, 와이번이 네 최선이냐?"

"저녀석, 순 거품이었구만!"

그러자 두목 한초를 모시던 떡대들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여긴 우리 구역이다."

"그래, 당장 꺼져."

주민들과 떡대들은 마을 광장에서 한참동안 서로에게 욕설을 날리며 얼굴을 다졌습니다. 평소 두목 한초가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들, 반대로 그에게 호감이 있었던 사람들, 그냥 마을에서 싸움이 일어나는게 싫었던 사람들이 가세하면서 싸움은 마을 전체로 퍼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가 천지가 울리도록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마을 꼬라지 잘도 돌아간다! 원로라는 놈이 싸움을 말리긴 커녕 부추기고 있구만!"

마을 사람들은 잠시 싸움을 멈추고 소리를 지른게 누구인지 확인했습니다.

그는 한 때 사인의 원로 중 하나였으나 역사서를 집필하다가 그 내용에 대한 토론이 격화되어 스스로 물러난 전 원로, 노겐포저였습니다.

그의 외침으로 싸움을 멈춘 틈에, 태초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나머지 두 명의 원로, 비밀스러운 텍섹결사의 카자쿠스와 어둠 속에서 임하는 빗치 연꽃의 아이야 블랙포우도 함께였습니다.

태초의 존재는 조용히 마을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부터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싸움을 금하겠다. 싸움을 하는 자는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며, 그 집행은 원로들에게 맡긴다."

태초의 존재의 선언으로 당장의 육탄전은 멈췄지만 불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봐, 이건 원로에 의해 발생한 싸움인데 원로에게..."

"잠깐, 우린 싸운게 아니라 서로의 의견 차이를..."

불만을 말하던 사람들은 말을 다 꺼내지 못한 체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그들은 더욱 큰 불만을 품고 손짓, 발짓으로 두목 한초와 태초의 존재에게 항의했습니다.

허풍선이 라그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을 사람들을 비웃었습니다.

"헹, 꼴좋다! 군중 속에 숨어 우리 두목을 욕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나는 붉은 해적단을 몰아내고 용을 물리친 라그나다! 누가 감히 내가 영웅이 아니라고 하겠느냐!"

그리고 그 외침으로 인해 태초의 존재의 시선이 라그나에게 닿았습니다.

"그리고 너, 라그나여. 나는 이미 너에게 두 번의 자비를 배풀었거늘 너는 끊임없이 나의 마을을 망치려 드는구나, 너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두 번 유예된 형벌을 받을 때가 되었다."

태초의 존재가 그렇게 말하며 손짓하자, 허풍선이 라그나는 마을 밖으로 날라갔습니다. 목소리를 잃은 마을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을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