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립-악 가치관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보기에 댄디의 이 가치관 시스템을 가장 정확하고 편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시나리오 내에서 모호한 부분을 없앤다' 가 아닌가 싶다.

 

즉, '티아티스인들에게 억압받는 트랄라다라인을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는 과격파 민족해방전사'라거나, '평범한 민간인들이 휘말려드는 것마져 감수하고 사악하고 잔인한 레드위저드의 압제에 맞서는 영웅'이라거나, 이런 캐릭터들에게 맞서서 '너희의 대의가 아무리 옳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말려들게 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어!' 라고 외치는 인물 같은 건... 그냥 만들지 않으면 되는 거지.

 

'선' 쪽에는 항상 타인과 대의와 선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봉사하는 인물들을 넣고, 이런 인물들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도덕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게 해 주거나, 플레이의 결과로 여러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게 해 준 다음에 '봐! 노-오-력 하니까 모두 함께 행복해 질 수 있잖아!' 라고 잘난 척 할 수 있게 해 주면 되. '악'쪽 인물들은 자기 나름의 사정이나 대의 같은거 주지 말고 단순히 자기들만의 이익이나, 아니면 그냥 나쁜 짓이 좋아서 나쁜 짓을 일 삼는 인물로 만들면 되고.

 

이게 너무 단순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플레이 내에서 '선'의 기준을 마스터가 명시적으로 던져 줘도 좋겠지. '이 시나리오에서는 트랄라다라 독립운동이 선입니다' 그러면, 설령 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휘말리게 하고, 고문과 학살을 일삼더라도 그 인물이 '진정으로' 트랄라다라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이상 선 성향인 거지. 반대로 설령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헌신한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트랄라다라 독립운동을 반대하는 인물이면 악 성향 달게 되는거고.

 

결국 이 문제는, 룰적으로 선 악을 강하게 규정해 버리는 댄디의 시스템으로 현실에 속한 제작자 및 플레이어들의 복잡한 윤리관을 판단하려고 드니까 생기는 문제 아니냐? 그렇다면 뭐...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윤리관 자체를 단순화 시켜 버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