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플레이어들과 캐릭터 메이킹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하는 말이 있음.


백그라운드가 얼마나 세세하고 독특하고 독창적인데다 상세하고 복잡한지 마스터는 전혀 관심 없다는 것임. 마스터가 보는 것은 자신이 펼칠 마스터링에 이 캐릭터의 백그라운드가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냐임.


예를 들어, 미친 엘프 대공 '쿠르탈로스 레이븐크레스트'가 자신의 가신들을 모조리 살해한 뒤 언데드로 되살려 자신의 영지를 언데드 소굴로 만들어버린 일을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이 있다고 치자.


이때 이 캠페인에 녹아들 수 있는 캐릭터 백그라운드는 정말 다종다양하게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쉽게 녹아들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음. 물론 GM과 협의를 거친다면 더 좋고.


1. 쿠르탈로스 레이븐크레스트의 숨겨진 아들 / 딸 / 동생 / 사생아 등등

- 일단 '언데드화'된 영지에 돌아갈 필연적인 이유가 있고,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최종보스(쿠르탈로스 레이븐크레스트)의 모가지를 따거나 정화할 합당한 이유가 생김. 이 백그라운드를 가진 캐릭터는 어지간하면 플레이에서 튕겨나오지 않게 되고, 마스터도 아주 쉽게 시나리오 후크를 걸 수 있음. (아니 당신은! 쿠르탈로스님의 아들!! 여기 서브퀘스트를 드리겠습니다!)


2. 레이븐크레스트가 살해한 가신의 가족

- 1번과 유사하지만 약간 변주한 것임. 서브퀘스트 걸기도 아주 쉬움. 1번 캐릭터는 최종보스의 모가지를 따는 순간에 머뭇거리거나 주저할 수밖에 없음. 혈육이고 가족이니까. 이 순간에 2번 캐릭터는 망설임 없이 도끼를 내리칠 수 있음(물론 성향상 주저하는 캐릭터로도 제작 가능)


3. 레이븐크레스트 영지민

- 쿠르탈로스 레이븐크레스트의 모가지를 따야 하는 것은 자신의 가족의 복수 + 자신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분연히 떨쳐 일어난 캐릭터임. 전형적인 방구석 출신 용사 백그라운드임. 1번, 2번과 마찬가지로 시나리오에서 어지간하면 떨어지지 않고, 밑바닥 앰생이었다는 설정도 붙여서 입체적인 캐릭터 제작도 편리한 백그라운드임.



쉽게 녹아들지 못하는 캐릭터 백그라운드도 물론 존재함. 아주 흔히 쓰이는 클리셰이지만 굴리다보면 플레이어도 '얘가 왜 레이븐크레스트 영지에서 계속 처박혀서 삽질을 해야 하는거지'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백그라운드도 있을 수 있음


1. 영지민에 의해 고용된 용병

- 어딘가의 영지로 레이드 뛰는 시나리오일 때 많은 플레이어들이 들고 나오는 캐릭터임. 단골 대사는 '그래서, 얼마 준다고?' 같은 게 있음. 이건 괜찮음. 돈만 받으면 캠페인 끝까지 일단 붙어 있는다는 말이니까. 다만 이 '금액'을 초과하는 시련이 닥쳤을 때(고용주가 함정에 걸려 끔살당한다거나) 이 용병 캐릭터의 거취는 상당히 애매해짐. 물론 '동료와의 으리'라든가, 파티에서 떨어져나오지 않게 만들어주는 소재를 플레이 중에 얻게 한다든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상당히 어설프고 헐겁게 파티와 엮일 위험이 있음.


2. 외부 의뢰로 들어간 탐사대 / 모험가 파티

- 1번과 유사하지만 고용주가 플레이 중간에 폭사당할 위험을 배제한 백그라운드. 역시 플레이 끝까지 시나리오를 따라갈 수 있는 백그라운드지만, 높은 확률로 캠페인 배경과 동떨어진 백그라운드를 들고 오게 됨. 눈앞에 닥치는 인카운터만 그때 그때 해결하면서 보스까지 달리고, 중간중간 NPC로 서사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외부인'으로 남게됨.



물론 이건 단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임. 장편 캠페인의 경우 캐릭터 하나로 여러개의 캠페인을 뛰게 됨. 오늘은 레이븐크레스트 영지를 털고, 내일은 스톰송 계곡으로 떠나고, 그 다음날엔 폭풍바람 협곡으로 날아가야 하니까 한군데에 얽매인 백그라운드는 오히려 굴리기 버겁게 됨. 앞서 말한 '용병'이나 '모험가'가 오히려 이럴때 굴리기 편한 백그라운드가 됨.



어쨌든, 백그라운드는 자캐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캠페인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냐는게 중요하다는 말임. A4용지 앞뒤로 세 장 꽉 채운 백그라운드는 캠페인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 전부 내다버려야 하고, '레이븐크레스트의 사생아, 인성 씹창나서 영지 외부로 쫓겨나 떠돌다 정신차리고 돌아왔는데 영지가 좆됨' 같은 한줄짜리 백그라운드라도 캠페인에 빈틈없이 들어맞는다면 그 한줄로도 꽤 괜찮은 백그라운드가 되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