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작이 유동으로 숨지 말라고 울던 모습이 눈에 밟혀서 고닉으로 쓴다.


파딱이 마스터링했던 로시 던월 ~완결편~ 에 대한 후기는 이미 나보다 경력 많고 노련한 갤럼들이 이것저것 들어서 많이 이야기했으니 제끼고


그 뒤에 있었던 뒷풀이와 턀갤 마스터링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나 몇줄 써볼까 해.


세션이 끝나고, 유투브 시청자 채팅이 불타고, 시원하게 감상을 말할 디스코드를 요구하고, 마스터가 디코를 열었고, 시청자들이 들어가서 썰을 풀고, 마스터가 그거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답변을 내놨었다. 지금도 동영상 보면 나올 건데 그 날 새벽에 대충 그런 일이 있었음.


지적은 대부분 정석이었고, 마스터가 내놓은 답변은 솔직히 모범적이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특히 갤에다가 '모범을 보이겠다'고 공언한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지. 이 부분은 뭐 턀갤럼들도 수없이 들었을 내용이니 줄이겠는데.


당시에, 그 이야기를 쭉 듣다 보니까 난 좀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


"과연 나라면 갤에서 어그로 끌던 뉴비를 데려다가 뭘 할 수 있었을까?"


답은 금방 나왔어. "미쳤다고 데려옴? 시간과 노력을 시궁창에 쳐박을 생각인가?"


불작이 이 글 볼까봐 호다닥 덧붙이는데, 불작이 뭘 잘못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플레이어랑 마스터가 전혀 친하지도 않고 딱히 면식도 없는데다 서로를 파악할 여유도 없다는 건 세션 진행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하려는 거야.


당장 갤을 불태우고 있는 던월 이야기를 해보자.


던월은 룰 내용을 포함해서 세션을 시작하기 전에 플레이어한테 전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다른 룰에서 소위 "세션 0"이나 미리 작성된 핸드아웃을 사용해서 전달해야 할 비중 있는 정보들은 세션 진행 중에 즉흥적으로 튀어나오기 일쑤고, 마스터가 어떤 진행을 생각하든 테이블에 앉아서 5분이면 (물리적으로) 산으로 가고 있는 파티의 모습을 볼 수 있지.


근데, 이건 보통 (오늘 누가 한 말마냥) 유저들의 능지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님.


'던월은 플레이어한테 전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말을 다르게 써보자면, 던월은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는 다른 룰에 비해서 플레이어의 자연스러운 일탈의 확률이 훨씬 높다는 말이 된다. 정보라는 게 원래 적게 전달되면 전달될수록 논리필연적으로 오해를 낳고, 오해로 인한 인식의 차이는 진행에 있어서 마스터가 상상도 못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하는데, 이게 굳이 플레이어가 빡대가리라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룰 특성상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그럼 여기다가 위의 공개구인 상황, 즉 마스터랑 플레이어가 서로 전혀 파악이 안 된 상황적 배경을 접붙여보자.


당연하지만, 사람 사이의 친분이란 게 서로간의 원활한 소통에 영향을 준다. 애초에 너무 코드가 안 맞아서 소통이 잘 안 되면 서로 친분이 생길 일이 없고, 취미생활에서 친분이 어느 정도 생겼다는 것은 서로 관심사에 대해서 가볍게나마 공유하고 이해를 나누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지.


근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끼리 굳이 던월을 해본다고? 네추럴 본 아싸찐따인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의기투합할 수 있다면 당신들은 도대체 얼마나 솔직한 인싸들인 것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날 유투브 방송을 굳이 보러 갔던 이유에는 내심 그런 호기심도 있었던 거 같아.


하지만 방송에서 내가 본 바로는, 파딱은 자신이 준비했던 것들, 그러니까 분위기, 스토리라인, 세부 묘사 etc...와 캐릭터 간의 소통을 쿨하게 포기했다. 대신 파딱은 들어주고, 맞장구 쳐줬고,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지.


준비를 안해왔던 건 아니야. 언뜻언뜻 나오는 묘사의 순발력과 타이밍을 보면 전달력 포텐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능숙했고, 실제로 좋은 반응을 얻었어. 다만 본인이 뒷풀이 때 직접 말했듯이, 그걸 어떻게든 전달하려고 밀어붙이기보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떠들게 두는 걸 의도적으로 선택한 거야.


뒷풀이 때 나왔던 말처럼 그걸 '시간낭비'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건 마스터가 선택한 거고, 선택에 따른 책임은 세션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이미 충분히 졌지. 그리고 위에 이야기했던 상황과 룰을 고려해보자면, 소통을 포기하는 건 짐짓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마치 드래곤의 레어 앞에서 낮고 그르렁거리는 포효를 들었을 때 다리가 풀리고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마을 사람처럼.


늦게나마 전한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하지만 알지? 시청자들은 그런 걸 보고 싶어서 모인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