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 아닌 친구였기에, 나는 반가히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는 무척이나 피로하고, 또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그는 끊임 없이 주변을 살폈으며, 며칠 째 제대로 자지 못한 듯 눈에는 핏발이 돋아 있었다.

간단히 최근 들어가 있는 세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담배 하나를 입에 물어 불을 붙일 때였다. 그는 조심스레, 내게 질문을 던졌다. 고양귀를 기억하느냐고.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누구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담배가 절반쯤 타 들어갈 때서야 나는 비로서 그것이 누구였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대략 3년 전이던가... 내가 아직 뉴비이던 시절, 오무소에 잠시 몸을 담았을 때 만난 이였다. 당시 크게 인기를 끌던 애니의 캐릭터를 프사로 삼고, 소위 말하는 '쿨찐'의 언동을 반복하고 있기에 가까이 하지 않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이자, 친구는 suru를 아느냐고 물었다. 최근 턀갤에서 시끄러운 이름이었다. 그것을 말하자, 친구는 어딘가 음습한, 미소를 지으며 한 뭉텅이의 서류들을 꺼내 내게 건넸다.

그 모습에서, 나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분명 눈 앞에 있는 것은 나의 오랜 친구였으나, 마치 계약서를 들이미는 악마와도 같이 보였다. 그가 건넨 서류를 받아들이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는 직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후에 내가 행한 일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아아, 그대로 그 자리에서 일어섰더라면!

어리석게도, 나는 호기심이라는 인류의 가장 큰 적을 이기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 종이들을 받아들고, 어디선가 흥미, 기대까지 느껴가며 그것들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무무무, 고양귀고양, 니시미야, suru, 끝내는 카토라는 이까지. 팀 밖으로 잘 돌아다니지 않는 나라도 한두번쯤 귀에 한 빌런들의 행적들.

사실 그것뿐이라면,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 모두를 추적한 기록과, 그들이 같은 인물이라는 결론에 이르르는 내용은 내 표정을 굳게 하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친구는 이것을 기사로 써 널리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람들 모두가 이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것들이 진실이라 확신할 수 없으며ㅡ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인류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빠른 진실이었다. ORPG의 세계에서 몇명의 희생자가 그 괴물에게 당하더라도, 이것들이 알려지는 것보단 나으리라 생각했으니까.

또 다른 이유로는ㅡ솔직히 말하자, 나는 눈앞의 친구가 두려웠다. 이미 그의 미소에서는 광기가 새어나오고, 두 눈동자에서는 증오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야흐로 우리가 빌런이라 부르는 이들과 닮은 형상이었다. 인간과 짐승, 그리고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것들의 경계에 선 존재.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한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다행히도, 그는 납득해주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전처럼 평범한 미소를 지으며 만나서 반가웠다고 악수를 건네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아서는 그의 등 뒤를 보며, 나는 결국 그 저주받은 문장을 내뱉고 말았다. 오, 신이시여. 부디 저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호기심이라는 악마를 이기지 못한 이 나약한 인간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3년 전, 하나의 세션에 참여했음을. 그리고 그곳에서, 끔찍한 지옥을 보았음을. 평범한 인간도, 순진한 뉴비도, 끔찍한 빌런도 뒤섞여 있던 그곳에서ㅡ형언해서는 안될 것을 보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에, 나는 아무런 입도 열지 못했다. 그런 나를 보며 친구는, 다시금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것은 하나의 기록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도 더 전에, 그가 참여했던 하나의 세션의 기록. 지금 내 서랍 속 가장 깊은 곳에 둔, 그 기록 말이다.

모독적이고, 형언할 수 없으며, 결코 봐서는 안되는ㅡ


...허나, 이미 늦었다. 나는 또 다시 호기심에게 패배했다.

아아, 들려온다. 그 소리가!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또 다시 운명점이 사용되었어!!

느껴진다. 나 또한 점점 미쳐가고 있음을. 거울을 보면, 수척한 광인이 나를 반긴다. 이것이 호기심의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의 말로란 말인가?

또야! 또 주사위가 구르는 소리가 났어! 마리! 마리! 어서 그 트레이를 치워!!!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이런 미치광이의 긴 이야기를 들어준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그리고, 사죄한다. 당신들을 이 호기심의 악마가 만들어낸 지옥에 끌여들였음을...

자, 여기 하나의 기록과 서류가 있다.

이것을 펼쳐보는 것은 당신들의 자유이다. 두렵다면, 조용히 책을 덮고 이 곳에서 떠나도록. 그것이 당신을 위한 길일테니까.

하지만, 만약 당신 또한 나처럼 진실에 눈이 먼 자라면ㅡ 읽어보도록 해라.

그렇다면, 당신들 또한 이 주사위가 구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테니...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A7OjEKe-WGjneZacIMpbxpctrOTSZfgJkw5piN607p4/edit?usp=sharing

https://sites.google.com/site/ggorpg/peiteu-ko-eo/guggagyeon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