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하는 PBP세션이 살짝 정신나간 아포칼립스인데, 아무리 봐도 어떻게 이런 또라이들을 플레이어로 세션을 돌릴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 대견해진다...
자고 일어나서 이어진 부분 보니까 집단으로 미쳐돌아가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여행, 그러니까 걸어가면서 동료들과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귀찮은 야영을 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는 부분은 짧게 생략되고는 한다.
일행들은 가벼운 기분으로 출발을 하고, 잠시 선을 하나 그은 후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런 식 말이다.
물론 그리 시원스레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흔한 일이었다. 즐거운 여행길의 장애물들ㅡ적선을 요구하는 산적이라거나, 보통은 이야기 후반쯤에 배신하는 새로운 등장인물ㅡ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불행히도, 요한과 식스, 그리고 닥터 또한 그런 장애물에 부딪혀 있었다.
그건 표지판이었다.
살아있지도, 폭발하지도, 화성어로 쓰여있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표지판이었다.
거기에는 이리 적혀있었다.
'XXX 랜드까지 앞으로 500미터.'
처음 세 글자는 어째서인지 말라붙은 핏자국 색의 잉크로 덧칠되어 알아보기 힘들었다.
?
"붓다-예수 맙소사! 이 앞에서 나쁜 폭발의 기운이 느껴지네! 마치,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쥐 인간이 우리를 나무 망치로 짓이길 것만 같은 기운이야! 알라의 이름에 걸고, 여긴 너무 위험해!" 라며 이반은 호들갑을 떱니다.
그리고는 이반은 공포에 벌벌 떨면서, 표지판에 수류탄을 던져 폭파시키고는 말을 잇지요.
"나는 이 장소를 아는 기분이 드네... 세상이 멸망하기 전엔 '걸즈두낫니더프린스'인지 뭔지 하는 괴성을 외치며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입을 찢어 죽여버리는 공주의 드레스를 입은 괴물과, 너무 못 만들어서 보기만 해도 정신이 무너져버리는 우주 영화, 그리고 세계를 반으로 갈라져서 죽게 만드는 즉사치트의 사용자까지... 이런,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지는군!"
이라며 장광설을 늘어놓고는, 이반은 다시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을 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난다면, 폭발의 신께 낯을 비출 체면이 안 서지! 전우들이여, 내가 앞장서겠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 지옥같은 땅을 헤쳐 나가세!"
참으로 영웅적인 연설이었네요...
?
...그 영웅적인 연설을 들어주는 이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닥터 아포토시스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촉수들이 마치 거미의 다리처럼 움직이며 도로를 걷고 있던 닥터는 폭발음에 흘깃 눈길을 주긴 했지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걷는 건 아래 촉수들에게 맡기고서 위의 촉수들로는 메이드를 조사하고 있었는데.....
" 흠, 존재의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과연 네가 전의 메이드와 동일존재인가는 물리학적인 관점과 철학적인 관점이 있겠지만... 굳이 테세우스의 배 같은 낡아빠진 이야기를 끌고오지 않아도 되겠지. "
" 일단 생체구성은 동일한데...... "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촉수로) 걷다가 문득 앞을 봅니다.
저 앞 ㅡ아마 대략적으로 500m 정도 전방ㅡ 에 무언가가 보입니다.
" 저건.....? "
검고 살색의 원 세 개가... 데포르메된 수인의 형상.... 그러니까 쥐(Mouse)의 조형을 하고 있는ㅡ ■■■□■■□■■■!
?
그것은 쥐였다. 그것을 '쥐'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닥터 아포토시스의 눈과 뇌는 그것을 '쥐'의 조형을 하고 있는 '무언가'를 인식했으니, 그녀의 안쪽 깊은 곳, 뇌 이상의 무언가는 그것을 인식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것은 일종의 생존 본능이었다. 저것을 직시해서는 안된다, 전신의 세포가 그런 경고를 보내왔다. 심지어 그녀가 그 대부분을 자신의 입맛대로 개조 했음에도 말이다!
"고개 숙여!!!"
누구의 것일지 모를 외침이 들려왔다. 필사적인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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