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상으로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예전에 하던 무한세계 캠페인 플레이 로그 다시 꺼내 읽어보다가 생각났다.
무한세계로 플레이를 하되 특무부 캠페인 같은 거 안 하고... 기본 무한경비대원 템플릿+50~100CP 정도 캐릭터로, 초능력이나 마법 같은 거 가능한 최소화하고+현실적인 배경 하에서 정석대로(즉,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 방식대로) 센트럼과의 역사계 땅따먹기나 초차원 범죄자와의 대결 같은 걸 주된 컨텐츠로 해서 플레이한다 치자고.
전에 있던 팀 마스터는 역사랑 밀리터리 관련으로 이런저런 잡지식이 풍부하고, 평소에도 관련 다큐멘터리나 논픽션 같은 거 자주 찾아보며 교양을 쌓아두는 사람이었음. 나도 그런 쪽으로 관심이 있는 편이었고. 그런 요소들이 '배후에서 역사에 개입하는 초차원 준군사 집단'이라는 무한경비대 플레이의 기본 전제와 잘 맞물려서 같이 플레이하면 즐거웠음(물론 싸우기도 많이 싸우긴 했는데. 그 사람도 턀갤 보기 때문에 험담은 안하겠음ㅋ).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자면 그 때의 무한경비대 플레이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마스터도 나도 그런 요소들에 관심이 많고, 플레이 상에서 어떻게 녹여낼지 연구하고, 그런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거든. 그런데 깨놓고 말해서 '책에 나와 있는 데로' 하자면 무한경비대 플레이 자체가 좀... 난이도가 높은 편이란 말이야. 일단 역사에 대해선 좀 알아야 하는데... 역사나 밀리터리가 드라마나 예능 프로에 비해서 라이트하게 즐길 만한 취미라고 하긴 힘드니까. 그래서 그 당시에도 나랑 그 마스터는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다른 플레이어들은 영 조용하다거나 수동적이라거나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음.
해당 룰에서 다루는 장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즉, 앞에서 말한 '교양'에 있어 초보자라 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룰의 취지에 잘 맞게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룰 자체가 갖고 있어야 할 요소가 뭐가 있을까
직관성?
근데 특정 취향을 타겟으로 하는 룰/플레이면 어쩔 수 없지 배경 지식 없는 초보자면 병풍행 확정 아님? 룰이 존나 복잡한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아니라면 그런 허들을 적당히 낮춰주는 건 마스터링의 문제 내지 경험자 플레이어 들이 적당히 도와줘야 되는 문제 같은데 다 같이 놀자고 하는게 TR이니까
ㄴ그건 그렇긴 한데... 가능하면 그러한 면에 있어서의 개념원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룰 자체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해서. '공격을 한다고 선언하고 목표를 지정한 뒤 주사위값 n이상이 나오면 명중하고, 지정된 피해를 입힌다' 와 같은 기계적인 메카니즘으로는 무리겠지만. 좀 더... 비선형적이고 주관식 내지 서술형 답안스러운 무언가... 가 있지 않을까 싶음
음... 내 생각에, 누군가가 밀리터리 RPG에서 밀리터리에 대한 이해도가 딸린다면, 그건 턀갤에 물어볼 게 아니라 기갑갤에 물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함. 이건 RPG의 문제가 아니라 장르의 문제 같음. RPG가 아니라 다른 분야(독서건 영화건)에서도 장르의 접근성 문제는 발생하니까...
그런 무언가가 대부분의 룰에서는 대부분 서플리먼트 북 내지 설정집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좁은 세계관/RP 위주 룰에서는 그냥 룰북을 보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여튼 위에서 예로 든 겁스같은 경우는 대놓고 범용 룰 표방인데다 무한세계도 이리저리 비틀 수 있는 유연성 많은 세계관이라 초보자가 플레이 못따라오면 마스터가 해줘야될 일이 많아 질 수 밖에 없지 싶음. 서플북 비스끄무리한 걸 추가로 만든다든가 ...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면 피아스코같이 초보자도 쉽게 낄 수 있는걸 플레이 해보는게 나은듯
서플과 자료 공부를 파고들지 않는 플레이어가 그 수준을 흉내내게 하려면, GM 차원에서 핸드아웃을 줘서 플레이에 바로 써먹을 정보를 주는 방법이 있어요. GM은 핵심 정보를 쪽지로 준 다음에 시침 뚝 떼고, 플레이어는 자기만 받은 쪽지(핸드아웃)을 전부 자기가 떠올린 것처럼 연기를 하며 이야기에 푸는 거죠.
룰북에 있는 거만 핵심 소재로 쓰면 되는데요. 모르는데 즐거운 건 없어요. 모르는 걸 안 쓰는 게 가장 훌륭한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