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에는 얼마만큼의 룰링이 필요한가
룰북은 거기 적힌 룰이 좋은 룰이라면 대개 마스터에게 충분한 양과 질의 플레이용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만, 그런 가이드라인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는 결국 한계가 있음. 아무리 좋은 룰북이라도 플레이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상해서는 그 때마다 '이럴 때는 어쩌면 된다'고 적혀있는 마법의 책 같은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플레이 도중에 마스터 자신의 판단력에 의존해서 상황을 정의하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거임.
근데 이걸 다르게 말하면 '사실 좋은 마스터는 어떤 룰을 하든 그 룰의 기본적인 / 핵심적인 부분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면 자신의 판단력에 의존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면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됨. 그래서 아예 작정하고 그렇게 해 보라는 컨셉으로 룰 부분을 가급적 간략화해서 나오는 게 OSR과 AWE 계열 룰들 같은 '룰 경량화(Rules-Lite)'를 추구하는 성향의 룰들임. 물론 딱딱 캠페인이나 시나리오에서 이미 짜여진 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라도 위에서 말했듯이 캠페인 서플먼트든 룰북이든 책에서 모든 상황을 커버해주지는 않기 때문에(물론 처음부터 모르는 천장에서 시작하는 그런 식으로 배경 / 소품 / 심지어 구체적인 대사 등이 모두 다 명확히 확정되어 있는 그런 트위터식 시나리오 같은 물건들은 대개 그냥 따라가면 기타 상황의 발생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짜여지므로 예외에 속한다) 룰링을 할 생각을 어느 정도 해 둘 필요는 있음. 간단히 말해서 룰에 따라 그 필요도는 차이가 있지만, 룰링은 결국 마스터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이거임. 그리고 이렇게 룰링을 해서 규정한 것이 나름대로 룰의 형태로 구체화 되어 중장기 플레이 중에 / 혹은 팀 내 플레이 내에서 계속 유지가 된다면 그게 곧 하우스 룰이 되는 거임.
룰링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그런데 결국 룰링이라는 개념을 길게 풀어서 말하면 '룰북에는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 혹은 다르게 명시되어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러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니 이렇게 판정할 거임 ^^'이 됨. 그러니까 이런 룰링을 플레이어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걸 제시했을 때 플레이어들에게 "설득력이.... 있어!" 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함. 그러려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룰링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부분 룰링이 '상식적인' 방향으로 / 혹은 '플레이어 친화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함. 룰링이라고 네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X랄하고 자빠졌네' 수준의 반응을 할 거 아니야? 특히 이미 '룰북에 룰이 있는데도' 내가 룰북과는 다르게 룰링을 적용하고 싶을 경우에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해지는 부분임. 간단한 예를 들어서.... CoC에서 탐사자가 심하게 화상을 입은 상태로 달아난 뒤에 회복되어 살아남는다면, 현실의 화상이 환자에게 남는 것처럼 탐사자에게 실제적인 방식, 그러니까 캐릭터 시트의 '데이터' 상으로도 화상의 여파가 남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뭐 싫은 사람도 있겠지.
어쨌든 CoC 7판 룰북에서는 부상과 그 회복 부분을 그냥 종류 안 따지고 동일한 방식의 규칙으로 싹 다 처리하기 때문에 그런 부상 종류에 따른 차이 그런 게 거의 없음. 그러니까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얼굴의 피부를 반쯤 태워먹는 부상을 당한 고담의 법조인 하비 덴트 씨도 탐사자였다면 침대에서 골골대다가 판정 좀 잘 하면 멀쩡히 나아서 퇴원할 수 있었다 뭐 그런 이야기가 가능한 거임. 아무리 외모 능력치가 진짜 외모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성격적 매력과 신체적 아름다움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치라지만 화상을 입고 얼굴을 태워먹힌 사람도 변화 없이 멀쩡할 수 있다면 뭔가 좀 묘하지 않냐?
그래서 이게 불만이 있는 좀 썩은 물이라면 6판 룰북의 불 관련 규칙을 들고 와서 불로 인한 피해가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될 경우에는 그에 따라 건강이나 외모를 깎을 수도 있을 거고, 그와는 다르게 완전히 자기 기준을 세워서 따로 외모나 건강 수치를 깎을 수도 있을 거임. 그러면 화상을 입고 능력치가 깎인 플레이어들은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받겠지만, 일단 '이게 좀 더 상식적이라는' 키퍼의 주장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겠지? 이래서 마스터가 룰링을 할 때는 가급적 상식적인 방향 / 플레이어 친화적인 방향이어야 하며, 룰링을 하는 목표에 대해서 플레이어들을 이해시킬 능력이 필요한 거임. 물론 네가 논리적인 말을 한다고 해서 플레이어들이 다 하하호호 하며 받아주는 것은 아니므로 때로는 너의 의견을 굽혀줄 줄도 알아야 함. 물론 한 발짝 더 나가서 네 생각에는 네가 제시한 룰링이 논리적으로 보였는데 플레이어들이 네 논리의 헛점을 지적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 상황도 충분히 나올 수 있고 말이지 ㅎㅎㅋ.
핵심적인 부분은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적인 부분'은 위에서 말한 것과 동일한데, 길게 풀어서 말하자면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모두 내용을 공유하며, 플레이 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규칙' 정도로 말할 수 있는 것들임.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기초적인 판정법이라든가 전투 규칙이라든가 주문 시전 규칙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 말이지. 이것들은 설명한 그대로 '플레이 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므로 수월한 플레이를 위해 각자가 규칙을 숙지하고 오거나, 혹은 초보자의 경우 플레이 도중에 배운 다음에 나중에 다른 플레이에서도 써먹어야 하는 부분이며 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대개 기본적인 구조가 잘 짜여진 상태이므로, 굳이 이걸 비틀어서 플레이어들과 너 자신에게 혼란을 발생시켜야 할 필요가 없음.
물론 가끔씩은 5판 레인저라든가 소서러라든가 뭐 그런 클래스 규칙 마냥(PHB 기준) 저 핵심적인 부분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마스터가 좀 손을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그런 병맛스러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한 다음에 그러니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식으로 확실히 이야기를 하고, 룰링을 적용할 때도 단순히 너의 판단에만 의존해 결론내리기 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 가능한 수단을 가져와 사용하는 식으로 진행을 해야 서로가 편할 거임. 아니면 아예 그 부분의 문제가 없는 비슷한 다른 룰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편일 수 있겠고.
3줄 요약
룰북이나 시나리오만으로 모든 상황이 커버되지 않으니 결국 룰링이 필요한 상황이 나옴.
룰링은 최대한 상식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하며 플레이어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함.
룰의 핵심적인 부분을 손대거나 플레이어들이 싫어하는 쪽으로 룰링하는 건 별로 안 좋음.
유익해 유익해... 룰링은 굉장히 좋아해. 항상 댄디할땐 키트에 기재된 물품을 어떻게든 이용해보려고 했었지... 솔직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GM이 허용해준것도 신기하다 생각하는데, 철붙이를 로프에 이어감고 철붙이 사이를 좁게 한다음 makeshift alarm trap 을 만들어서 야습방지로도 썼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로그도 없는데 작동이 유의미한 트랩을 만들었단걸 허용해주는게 신기하긴 하다.
이정도는 레인저나 로그가 아니어도 사냥꾼이나 군인배경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다면 할말없지만 ㅋㅋㅋㅋ
캐릭터 두 개로 했는데, 하나는 야전경험 풍부한 파이터였고, 하나는 인베스티게이터였음
설득력 있네. 기본적인 룰을 건드리는 부분은 하우스룰로 가야 겠지만 이런 부분정도는 룰링으로 칠 수 있겠음. 개인적으론 이런 룰링이 일어날 경험을 해본 적이 좀 적어서 직접 겪을 일은 없었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면 나도 APP을 -1하거나 일부 APP 판정시에 패널티 다이스를 받는다거나 하는 건 동의할 법한 일임.(문제는 APP 판정이 거의 일어날 일이 없다는 거겠지만, 그러나 이건 APP 안써도 다른 소셜 상황에서도 패널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있긴 하니)
내 기준은 주사위 굴려서 양쪽 결과가 재밌을 때. 예를 들어 잠긴 문 같은건 실패했을 때 아무런 이야기도 끌어낼 수 없다면. 그냥 주사위 굴림 없이 열림으로 판정해줌.
스닉어택맨은 몇번째에 속하나요
걔는 그냥 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