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은 편집본으로 99% 거짓이다


전편

https://gall.dcinside.com/m/trpg/134727





저번엔 어쩌다 이 무시무시한 세션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얘기했다


그러면 실제로 세션은 어땠을까?

외계인들이 촉수를 꾸물꾸물거리며 우리의 순진한 pc들의 스페이스 버진을 노렸을까?

전자마약을 땡긴 다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노예행성의 경매장 감옥에 갇혀 있었을까?


정답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첫 번째 세션.

우리는 은하연방의 수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여객선 '이카루스'

이름부터 알 수 있겠지만 곧 불타서 뒈질 분이 되시겠다





내가 플레이하는 PC의 이름은 '미네'


가난한 아이로 태어나 고향행성 마피아 조직의 허드렛일을 맡으면서

전문 해커로 키워진, 아직 꿈 많고 풋풋한 인간 소녀다


세션의 분위기에 걸맞게 PC는 검은색 전신 바디슈츠를 입었으며

뽕에 중독되어 3일에 한 번은 다운계열 약을 먹어줘야 한다


'위험이 고조될수록 스릴을 즐기고 흥분한다'는 정신 나간 성격까지 달고 있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훌륭한 텍섹 세션 PC 아닐까?




PC. 미네 니이케

스릴광



이 아이를 괴롭힐 생각으로 다가올 NPC들은 무수하겠지..

하지만 정작 내가 0% 플레이를 노리고 있단 사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리라


그런 미래를 머릿속에서 그리며 키득거리고 있자니,


여객선 저편에서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려왔다



"더러운 새끼! 왜 남의 방문에다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랄이야!"

"웃기고 자빠졌네. 난 아무 잘못도 없으니까 경비나 부르라고 해."



드디어 시작인가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여객실 3등칸을 보면, 그곳엔 두 명의 수인이 말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수인들은 객실에서 나는 '수수께끼의 악취' 때문에 싸우는 듯했다


미네는 물론 우주의 진정한 지배자인 인간 종족이었기에 그딴 섬세한 후각 따위는 갖추지 않았다

강아지들이 오줌냄새에 성을 내든 똥냄새에 환장하든 알 게 뭔가?

하물며 다른 손님들도 있는데 뻔뻔히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털가죽 새끼들이야 뭐...


미네는 상식과 교양을 갖춘 은하연방인으로서 수인들한테 면박을 주기로 결심했다





나는 경악했다.

이런 후안무치한 강아지들이 다 있나?


감히 인간님께서 점잖게 말씀을 하시는데도 창피한 줄도 모르고 계속 왈왈 짖다니..


역시 수인놈들은 예의를 블랙홀 똥구멍으로 말아먹은 게 틀림없


말싸움은 잠잠해지긴커녕 점점 더 격화되었으며

결국 다른 객실의 손님마저 소음공해를 참지 못해 벌컥 문을 열었다



"아까부터 어떤 자식들이 아가리를 나불거리는 거야!?"




PC. 에실 루부스

마약광



3등칸에 쳐들어온 건 나와 똑같은 휴먼 아가씨였다

흑발이 탐스러운 아가씨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수인들한테 눈을 부라렸다





나이스 어시스트


나는 곧바로 에실한테 가세해서 NPC들을 압박했다



미네 "아까부터 스프레이 냄새라니. 저한테는 그런 냄새 따위 하나도 안 느껴지는데요."

수인A "그거야 당연하지! 아직 덜 발달한 종족이니까!"


에실 "당신네들 털가죽에서 나는 냄새라고 생각 안 해?"

에실 "그렇게 털이 많아서야, 조금만 움직여도 우주 쓰레기들이 달라붙어서 냄새가 진동할 거 같은데."

미네 "맞아요. 어쩌면 당신네들 아랫도리랑 겨드랑이에서 항상 풍기는 악취일지 모르잖아요."


수인A "뭐, 해보겠다는 거야? 그 뽀얀 피부에 이빨구멍 나고 싶어?"


에실 "암컷 기지배같이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행동이나 해보지?"

미네 "그래요. 행동으로 보여보세요."



우리 둘은 방금 처음으로 얼굴을 봤지만 사이 좋게 수인들을 갈궜다

당연하다. 뉴런 발달 수준이 짐승에서 멈춘 수인들과 달리 우린 교양 넘치는 휴먼이니까


수인들이 이마털을 바싹 세우며 이빨을 드러내려던 그때였다



보안원 "무슨 소란입니까?"



경장갑으로 무장한 보안원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여객선 '이카루스'는 운영을 시작한 지 백 년은 넘었을 듯한 고물이었지만

다행히 함선의 치안을 담당하는 보안원은 우리와 똑같은 테란, 즉 인간 종족이었다

에실도 그걸 눈치챘는지 곧바로 수인들을 손가락질했다




철커덕

보안원은 깊이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수인들에게 수갑을 채웠다

굉장히 두꺼워서 조금도 양손을 움직일 수 없는, 안심 든든 스페이스제 수갑이었다



수인A "야, 이 씨발년들이 먼저 시비 걸었다고!"

수인B "지랄하지 말고 이거 안 풀어?!"



강아지들이 강아지답게 왈왈 짖었지만 보안원은 신경도 안 썼다

그는 예의 바르게 우리, 두 명의 숙녀를 돌아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 이 얼마나 잰틀한 보안원이란 말인가?

아직 갤럭시의 도리는 살아있는 게 분명했다


에실미네는 안도하면서 기꺼이 콕핏 근처의 승무원실로 연행되었다


수인들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테란놈들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중얼거렸지만

보안원이 차갑게 노려보자 비 맞은 강아지처럼 아가리를 꾹 닫았다


선내 복도에는 조용한 발소리만 울려 퍼졌고

곧, 통로 너머로 임시 유치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이!"

"이봐!"

"누구 와봐!"



그건 남자의 목소리였다





PC. 카이엔 리오스

호색광



우리보다 먼저 문제를 일으켜 수감된 선객인 걸까?

말끔하게 생긴 남자는 철창을 흔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서는, 상급 보안원으로 보이는 '테란 여성'이 피곤한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테란 여성 "넌 곧 우주연방보안국에 넘겨지고 그때부터는 그들이 알아서 처리할꺼니까 다음 점프까지 얌전히 있어."



깔끔한 얼굴의 남자, 카이엔은 곧바로 반박했다





뭐 저런 변태가 다 있을까


우리는 카이엔의 하소연을 귓등으로 흘려넘기며 보안원을 따라갔다

등 뒤로는 카이엔이 계속하여 테란 여성을 설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이엔 "잘 들어봐!"

카이엔 "나는 캐피톨의 상층부에 사이버마약을 밀수하려는 녀석을 쫓아 이 배에 탔어!"

카이엔 "그런데 공식적으로 타지 못한 건 이 배에 나를 쫓는 마피아 조직의 암살자가 있어서고!"


카이엔 "내가 무기도 없이 갇힌 걸 알면, 나를 처리하러 올 거야, 그럼 너희도 위험해지고 이 배도 위험해지고!"

카이엔 "굉장히 큰일이라고?"



곧이어 아아아아악!! 하고 비명이 울렸다

아마 테란 여성이 참다 못해 남자의 고간을 킥해버린 듯했다

남자는 시끄러웠던 입을 다물고 침몰했다



보안원 "이제 좀 조용하군요. 자, 앉으십시오."



보안원은 우리를 테이블에 안내한 다음 주변을 둘러봤다

마침 엉덩이에 꼬리가 달린 직원이 근처를 지나치고 있었다



보안원 "아, 자네. 여기 인부지?"

보안원 "커피 하나만 가져다주게."



직원은 꼬리를 살랑거렸다




PC. 캐런 슈팅스타

속도광



꼬리 직원은 사회용 미소를 함박 지었다




그리하여 아직 PC들은 알지 못했지만, 우리 세션의 모든 일행이 한 자리에 모였다


보안원은 사람 좋은 표정을 짓고 우리한테 물었다



보안원 "어디 보자. 그래서 봤던 걸 말씀해주시겠어요?"


미네 "봤던 거라고 해도... 수인 두 명이 갑자기 소리를 높여 싸우더니."

미네 "여기 이분은 옆방에 계셨는데 소리 때문에 나오셨어요. 그렇지요?"

에실 "네. 방안에 있는데도 싸움 소리가 도저히 맘추지 않아서..."


보안원 "싸운 이유는 들으셨나요?"


에실 "냄새가 났다고 했어요. 스프레이...?"

미네 "맞아요. 수인이 다른 수인을 보고 스캇이라고 하던데..."

미네 "아마 굉장히 안 좋은 냄새가 났나봐요. 저희로선 알 수 없지만요."



그때 커피를 타온 꼬리 직원이 툭, 테이블에 컵을 내려놓았다.



캐런 "아, 네. 안 좋은 냄새 나요."

캐런 "스캇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요, 적어도 싸구려 향수를 쓰거나 안 씻은 것 같네요."

캐런 "으으."



보안원은 직원이 가져다준 커피잔을 여유롭게 받아들었다





학식 있는 테란들끼리 하하호호 담소를 가지던 바로 그때.



콰가가가가강!



함선이 순식간에 20도로 기울면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우리는 모두 당황하여 보안원을 쳐다봤다


승무원실에 있던 요원들은 하나같이 패닉하여 주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우리와 같이 잡혀온 수인 역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보안원 "하하하, 두 분은 걱정 마시고..."

보안원 "야 시발 뭐해! 경보 울려! 해적 새끼들이잖아!"



그렇게 소리치고 보안원은 라이플을 꺼내든 뒤 어디론가 쌩 뛰어갔다

아직 손목에 플라스틱 수갑이 차인 미네 에실을 내버려두고 말이다!


이럴수가

이대로 우주해적들한테 잡혀서 노예 경매장으로 팔려나가는 건가?

경매장으로 실려가기 전까지 해적들한테 우효우효 끼요옷을 당하는 건가?

역시 텍섹 세션에서 0% 플레이는 에바참치였나?


수많은 잡상이 뇌리를 스치는 동안, 삑, 수감실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오케이

적어도 해적들한테 꼼짝없이 잡혀 노예엔딩을 보진 않겠군!

얼른 도망치려고 하는데 뒤에서 또 목소리가 들렸다


수인A "이봐!"


우리가 풀려나는 모습을 보고 수인들이 다급하게 외친 것이다


수인A "우리도 좀 어떻게!"

수인B "해적은 다른 문제잖아!"

캐런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캐런은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수인의 수갑도 풀어주었다

양손이 자유로워진 수인은 음흉한 본성에 걸맞게 웃음을 지었다


수인A "고맙네 헤헤. 역시 동족이구먼."



바깥은 혼돈 그 자체였다.

몇몇 CCTV는 이미 박살난 상태

이런저런 승객들이 다치기도 했고 맞서 싸우기도 했다


얼마 가지 않아 해적들은 승무원실까지 들이닥치겠지.

일전을 각오해야 하나, 고 일행들이 걱정하는 가운데.



수인B "이봐, 잠깐 잠깐!"

수인B "나한테 작은 함성이 있어! 함선으로 탈출할 수 있단 말이야."

수인B "잘 생각해봐. 저 경비들이 해적들한테 상대가 될 것 같아?"



탈출.

그 단어를 듣자 이카루스의 직원인 캐런이 꼬리를 움직였다



캐런 "좋아, 내가 몰 수 있어요. 어디야?"

수인A "그게..."

캐런 "빨리!"

수인A "후미에 있는 격납고 2번 차고창이야!"

캐런 "좋아, 2번 차고창... 살고 싶은 사람만 따라와요!"



설마 죽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는 즉시 꼬리 직원이 뛰어가는 방향을 향해 달음질을 쳤다


선내는 이미 아수라장.


해적들이 창문을 깨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저 멀리에선 레이저 블라스터가 반대편 객실에서 터졌다


그리고.



테란 여성 "꺄아아아악!"



조금 전에 카이엔의 고간을 킥했던 테란 여성이 해적에게 제압당하고 있었다

해적은 그대로 그녀한테 나쁜 짓을 하려는 것처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리저리 옷을 벗길려고 하는 도중이었다


해적의 불행은 그가 바로 우리 코앞을 막고 있었단 거다

만일 테란 여성을 예의바르게 객실 한켠으로 에스코트한 다음 자기 볼일을 봤다면

우리와 마주칠 일도 없었을 테고 그도 해피한 스테이스 타임을 보냈을지 모른다


물론 우리는 벌써 눈을 마주쳤고, 캐런카이엔은 곧장 총을 꺼내잡았다



캐런 "죽어!"

카이엔 "어이, 이 비행선에서 가장 흉악한 범죄자는 나 카이엔이면 충분해!"



해적은 우리를 보더니 허겁지겁 바지춤을 올려 냅다 라이플을 갈겼다


그러나 우리는 네 명이었고 녀석은 한 명.

SF적인 우주에서도 다굴은 진리였다


해적 "크아아아악!?"


캐런이 쏜 피스톨에 해적은 가랑이가 뚫렸다

두번 볼 필요도 없이 즉사였다

불쌍한 엑스트라...


카이엔이 테란 여성을 보살펴주기 위해 다가간 동안,

캐런은 해적의 시체를 뒤져서 총을 챙겼다





우리가 전리품을 챙기는 사이

테란 여성은 카이엔의 품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테란 여성 "으으음..."

카이엔 "정신 드나?"

테란 여성 "도대체 무슨 일이...?"

카이엔 "우주 해적한테 범해질 뻔한 걸 구해드렸지."


옆에서는 에실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에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이 근처에 해적이 너무 적어 보이는데..."

테란 여성 "아... 그게, 다른 목적이 있는 거 같아요."

카이엔 "해적들이 무슨 목적?"


테란 여성 "잘 모르겠지만... 몇몇 해적들이 후미의 격납고로 이동하는 것을 봤어요."

카이엔 "격납고로?"



격납고라면 마침 우리가 향하고 있는 장소였다

카이엔은 물끄러미 테란 여성을 내려보았다



카이엔 "어떻게 할래?"

테란 여성 "우선... 콕핏으로 돌아가서 이 사실을 중계기로 보내야겠습니다."

캐런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자고요?!"

캐런 "미쳤어, 전 탈출할 거에요. 나중에 봅시다."



일행들이 웅성거렸다

테란 여성도 자기가 무리한 제안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목소리가 기어들었다



테란 여성 "여러분들은, 죄송하지만 해적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어주시겠어요?"

미네 "해적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라니요? 어디서요?"

미네 "그들이 콕핏으로 몰려오면 저희들은 잘 봐줘도 다진 고기로 전직할 텐데."


테란 여성 "격납고에서 해적들을 봐주시면 됩니다."

테란 여성 "그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미네 "......"



카이엔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카이엔 "같이 탈출 안 하게?"

테란 여성 "콕핏 쪽에도... 비상 탈출정이 있을 겁니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었다.

카이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테란 여성을 내려주었다

아까부터 꼬리를 세우고 있던 캐런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캐런 "좋아요, 이제 가도 되죠?"

테란 여성 "아... 네... 네... 죄송합니다. 이런 일에 끼어들게 해서."



테란 여성은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녀 말대로 콕핏에 진짜 탈출정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를 안심시키게 하려고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적들이 난동을 부리는 소리는 점점 더 다가왔다

우리는 그녀를 일별하고 격납고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격납고.





수인의 말은 믿을 게 못 된다지만 어쩌겠나?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갈 순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슬금슬금 도둑들처럼 함선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해적들은 다른 쪽을 수색하는 데 정신이 팔려

우리가 함선에 도달할 때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캐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키카드를 인식장치에 가져다댔고...



철컥!!



문 열리는 소리라기엔 살짝 강한 노이즈가 울렸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해적들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에실 "......."

해적 "......."

미네 "......."

해적 "......."



카이엔이 어깨를 으쓱였다.


카이엔 "안녕, 친구들?"


잠시의 침묵.

그리고



캐런 "타요! 튀어!"



격납고에 광선 라이플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쁜 엉덩이가 불타오르기 전에 잽싸게 함선으로 올라탔다


다행히 라이플 따위에 함선은 상처입지 않았으나,

문제는 입구 앞에 설치된 대함용 레이저포였다.


거대한 포구가 우리 함선을 향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카이엔 "이거 괜찮은 거야?!"

캐런 "커브 확 틀게요!"

미네 "우주에서 가장 끝내주는 시승감을 맛보게 되겠군요."



콰아아아앙!

대함용 레이저포가 그대로 함선을 향해 발사했다.



캐런 "으아아아악! 우아아아아악!"



캐런은 몸의 모든 무게를 실어 가속 페달을 밟으며

함선을 좌현으로 270도 꺾었다.



카이엔 "으허어어억!?"



괜히 안전벨트를 안 메고 있던 카이엔이 비명을 질렀다

손으로 안전바를 꽉 잡은 채 흔들흔들 허공에서 패대기쳐진 것이다


그런 카이엔의 희생 덕분인지 몰라도 적의 레이저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미네 "맙소사. 방금 요격포가 3mm 빗나간 거 봤어요...?"

캐런 "이거, 잘 움직인다면서요!"



수인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수인A "나야 모르지."

캐런 "왜 니가 모르는데 씨발!!"



수인들의 비명이 울리면서

우리의 낡은 함선은 갤럭시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주 해적들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데 일단 성공했다

나는 0% 플레이의 곤조를 지켰으며, 일행들 역시 정조를 잃지 않았다


어쩌면 콕핏으로 도망간 테란 여성은 절망적인 상황과 마주쳤을 수도 있겠으나

드넓은 갤럭시에서 타인을 한명한명 챙길 수는 없는 법.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준다면 언젠가 그녀와 재회할 날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것은 첫 번째 세션에 불과했다


과연 일행들은 언제까지 정조를 지킬 수 있을까?

텍섹 세션에서 순정을 사수하는 0% 플레이는 정말로 가능할까?

뭣보다 시발 이거 생각보다 후기 쓰는 데 시간이 너무 드는데 과연 다음편이 처나오겠는가??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모든 해답은 우주의 먼지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