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세션을 하게 된 배경부터...
읽어보면 알게되겠지만, 세션 자체의 후기보다는, 세션에서 있었던 전후사정이 더 중요한 후기임.
브금은 불편하지않으면 꼭 틉시다.
항상 있던 팀에서 나는 그다지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세션을 할 때 곧잘하긴 하는데, 집중도가 너무 오래안가고 떨어지거든.
게다가 PC도 다른 PC들에 비해 평범했다. 다른 PC들은 백스토리가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지만, 난 아니었다.
심지어는 그 세션은 장편인데다가 15~18인 정도가 5팀으로 함께하는 대형 세션이었다. 난 도중참가였기때문에 더 못 섞여들어갔고,
진행 도중 의욕을 잃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스터도 팀원도 독려해줘서 어떻게든 정상궤도에는 오를 수 있었지.
문제는 최근이었는데, 지금 링크거는 글을 턀갤에 올리면서 고민이 하나 늘어났다.
평범한 PC를 만든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은 있나? 물론 PC의 평범하게 자기 주변을 되찾고 지키기 위한 발악은 넣긴 했지만
PC의 클라이맥스에서, 나는 과연 이런 격정적이지 않은 면모의 해소를 드라마틱하게 해소시킬 수 있나?
애초에 평범한 캐릭터를 만든 것부터가 잘못 아니었나, 지금부터 도게자박고 하나라도 면모를 더 넣을까,
오만 생각이 다들었다. 저때는 화요일이었고, 그 주 토요일(5/30) 때 PC의 클라이맥스 도입부가 시작되기때문에 더...
고민을 끝맺지못한 세션 전날 금요일, 기존에 알던 지인이었고 그 대형 세션의 다른팀인 인원한테서 연락이 왔다.
지금 자기가 GM 볼테니 1:1 단편 하자고.
얘한테 딱히 고민을 말한 적은 없었다. 얘도 당연히 이런 사정은 몰랐겠고, 물어보니 그냥 갑자기 꼴려서 보낸거라고 했다.
마음 뒤숭숭한데, 나도 한 편 하면서 생각 정리하고 싶어서 승낙했다.
승낙하고 옮긴 세션방에서 들은 내용은 뭐 크게 없었다.
방 이름은 Ad Astra Per Aspera, 라틴어 문구로 역경을 넘어 별까지라는 의미인 그냥 많이 쓰이는 속담이고.
시놉시스도 그랬다. 별에 관련되거나 여정에 관련된건 딱히 없었다. 그냥, 여러 세계가 있을 수 있고 내 PC 짜는거에 따라 내준다고만 했지.
솔직히,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놈이 마스터링을 하는 건 알고지낸 근 3년간 처음보는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딱히 세계관도 없는 샌드박스 세션. 세계관 설명없이 여관에서 모였습니다- 로 끝나는 시놉시스의 던월세션이랑 다르지않으니...
그래도 안할 생각은 안들었고, 대신 평범한 PC에서 탈피하고 싶었기때문에 개성을 넣어보기로했다.
갤에 상주하는 놈들이라면 지겹게 봤을거다. 테두리 지랄하면서 하는거. 원래는 토큰스탬프2 사이트에서 대충 딴 포트였다.
사실 이 캐릭터에 테두리도 따로 달 생각하고 성의를 넣으려는건 처음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 제일 인상 깊고 개성있던 세션? 처음했던 세션 ", " 그 때 GM 취향? 내장이랑 눈알, 결손 ", " 아 그럼 어디가 불편한 애로 만들까. "
" 핀터뒤지니까 눈 감고있는 마법사가 있네. 그럼 눈 없는 마녀 해야겠다. ", " 이미지가 맘에 안들어? 그래 그러면 이거로 하자. "
진짜 이런 생각으로 나온 캐릭터였으니까. 단편을 고려한 캐릭터기도 했고.
캐릭터의 백스를 한 줄 요약하면 [빛을 보지 못하기에 처음 본 별빛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걸 찾아가려는 마녀의 여정] 이었다.
아이인 채로 마녀가 되었기때문에 아이의 모습을 이용해 어른들을 등쳐먹는데, 그것을 자신이 살기위해서라고 정당화하는 캐릭터였지.
여기까지 짜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기때문에 ... GM은 백스랑 기능치만 넣고 프롤로그 돌리고 마무리하고 시작하자고했다.
시작하게 되고 프롤로그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시작 전 질문이었다.
PC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다 물어보고나서 하는 말이 딱 좋더라.
가장 필요한 것, 마법에 대해서, 가장 소중한 것, 당신에게 별이라는 것은.
PC를 지탱하는 면모들에 대해서 확인하고 유지하라는 경고라는거지. 이거 듣고 딱 느꼈다.
아, 이 세션은 확실히 좋아하게 되겠다고.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는 캐릭터를 지탱하는 면모들을 생각하면서 플레이해왔나 돌아보게 됐었다.
몰입, 집중하지 못한건 오히려 내가 이 지탱하는 면모를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질문이 끝나고 본편으로 들어가서 진행했다.
질문을 가장한 꿈에서 깨어나고, 다음 여정으로 향한 발걸음에서 간단한 회상, 그리고 다음 목적지, 스토리의 입구까지.
도중에 잠시 전화가 와서 흐름이 끊겼었지만, 그래도 진행은 잘 됐다.
일단 정리하면 .. 짤막하면서도 인상깊었다. 그중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라하면 프롤로그를 마무리짓는 RP 였는데
일부러 묘사할 기회를 던져주는 것까지 솔직히 되게 기분 좋았다. 처음에 말한 집중 못했던 대형 세션 GM한테 뭐 얘기들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렇게 간단히 프롤로그를 마무리 짓고, 이 GM이 나한테 얘기했다.
" 너 이렇게 집중하는거 처음 봄. "
그 말 대로 이렇게 집중해본 적은 근 2년간은 없던 일이었다. 시간은 1시간 밖에 안지난 줄 알았는데 2시간 반이나 지나고 있었다.
진짜 오랜만에 세션이 짧았던 것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새벽이라, 집중력이 바닥나고 있었어도 아쉬웠다.
당연하지만 쉽사리 세션방을 나가지 못했다. 근 1시간동안은 같이 떠들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건 로그가 밀려서 기억이 안나네.
여튼, 좀 더 세션 얘기를 하고는 싶었지만 플 중에 왔던 전화가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놀러오신다는 전화였어서 어쩔 수 없이 더 얘기하진 못했다.
그래도 만족했다. 이 PC와 대형 세션의 PC는 다르지만, 다음 날 집중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고 장담한다.
당연히 다음 날 정기에서는 원활하게 세션이 돌아갔고 해피엔드!
평소에 내가 집중 못해서 그렇지, 굉장히 재밌는 세션이었는데 오랜만에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튼.. 그 때도 고맙다고 생각했고 안그래도 만간 만나서 또 고맙다는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된다.
마스터가 제일 좋아하는게 지 세션 칭찬하면서 재밌었다고 고맙다고 말하는거 아니겠냐
야. 그 때 딱 돌려줘서 고맙다. 만간 한 잔 하자.
유동확인 글 수정 https://gall.dcinside.com/m/trpg/139904
뒷이야기) 사실, 토요일 대형 세션 정기 이전에 어머니랑도 얘기한게 굉장히 컸다. 2주 전에 가족 간섭으로 세션이 터졌던 썰을 새벽에 푼 적이 있는데 그거 관련해서 안그래도 얘기했었거든. 얘기할 생각이 나고 용기를 냈던건 순전히 이 날 이 세션을 해서 그렇기도 해. 하튼 ... 잘풀렸다. 매번 내가 나이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거 굉장히 싫어하셨는데 설득하고 내가 자취 시작한 2년 이래 변화해온 것을 보라며 설득했고, 납득하시고 잘했다고, 취미생활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셨다. 단 이틀간 굉장히 많은 변화를 가져온 세션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후기로 쓴다.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 가감없는 실화임
2주 전 새벽에 쌋던 글)
https://gall.dcinside.com/m/trpg/134959
무슨 팀인지 알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페코랑 여러 룰 섞어서 하는 그 팀 맞니?
특정하면 혼날거같애...
맞는거같아
저 팀은 GM이 신경 많이 못써준게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 너무 미안하다
흑흑 신경은 너무 많이 써주셨는데 제가 못받아먹었습니다.. 재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