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D&D만 주로 파오던 DM임.


1년 가까이 운영중인 D&D 모임이 있어서 크툴루 / 쉐도우런도 룰북이 있지만 훑어보기만 하고 제대로 공부는 안했음.


최근 RPG에 입문한 초보자 그룹을 데리고 세션 진행 중임.


열심히 하려는게 보여서 너무 기특하고 성격도 다들 둥글둥글 해서 나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해주려 노력하고 있음. 다행히 서로 궁합도 맞아서 순항중이고.


그런데 역시 초보자들이라 그럴까...


호기심이 많아서 다른 모임의 중편 D&D도 껴보고, 단편 던전월드도 껴보고, 크툴루도 껴보는 등 여기저기 발을 걸쳐보더라고.


괜찮아. 나도 모임 두 개 운영중이니 "딴 모임 가지말고 우리 모임에 집중해!" 라고 하는건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함. 그래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종종 멤버들이 소리없이 단편에 도전했다가 크게 데여서 온건지, 시무룩 한 채로


단편을 해보고 왔는데 기대보다 별로였어요...

긴장해서 롤플레잉을 제대로 못했어요...

단편 모임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정말 하고 싶었던 공개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늦어서 신청을 못했어요...

경력자들이 많아서 포기했어요...

제가 뭔가 모르는거겠죠? 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하며 썰을 풀어놓곤 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짠한지... 얼마나 실망했으면 다른 모임 참가 실패한걸 내게 말하는걸까 싶더라.


나도 엄연히 그대들의 모임장이고 모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게 내 역할인데 말이지.


신청 경쟁 & 면접 경쟁에 치이는 멤버들이 안쓰러워서 "세션 중간중간 원하는 게임 내가 돌려줄테니까 어떤걸 해보고 싶은지 알려주세요. 그런 경쟁에 치이지 말고." 라고 말했음.


이미 안정화된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없이 다른걸 시도해볼 수 있어서 그런지 다들 정말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지난 2주간 크툴루 룰북은 6~7번은 정독한 것 같음.

던월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다들 관심있어해서 서너번 읽어보았고.

쉐도우런은 앞의 두 게임을 경험하게 되면 그때 살짝 알려주려고 한번만 가볍게 정독함.


우리 팀원들이 어디 가서 맞고(?) 오는걸 보니... 부아가 치밀기도 하고 ("감히 내가 키우는 우리 멤버들을?" 하는 느낌.)


동시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경쟁하고 있겠구나- 싶더라.


RPG 게임 한번 해보려고 얼마나 간절히 바라며 면접을 볼꼬?


면접 떨어지더라도, 정착하지 못해 방황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주변을 둘러봐. 결국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거야.


우리 플레이어들, 참 고생이 많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