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엔 미숙함을 풋풋함으로 기억하기 마련이지만,

내게 있어 첫 마스터링 기억은 지금도 각별하게 남아있다.

보플이라 잊기 전에 어디 적어두려 했는데, 기회가 생겨서 몇 자 남긴다. 

길어서 상중하로 나눠 쓰는데, 귀찮아서 상편만 쓰고 말 거 같다.


룰은 던월. 큰 이유는 없었다. 걍 무료 공개룰이라서.

주제에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던월은 즉흥이지~ 시놉도 안 짜고 간다~하고 간단한 배경만 정했다.

드워프들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에, 어떤 몬스터가 출현한다. 딱 이 정도만.

플레이어는 2명. 둘 다 텍플로 알게 된 사람들인데, 내가 타자가 느려서 보이스로 하자고 떼썼음.


PC 소개 (이름은 기억 안 나서 지어냄)

잭 - 인간 성기사

마가렛 - 드워프 사제

둘 다 같은 문명의 신을 섬기는데 서로 성향이 달라서, 잭은 좀 유도리 타입이고, 마가렛은 깐깐징어.

수도원에서도 자주 싸우던 두 사람이 함께 대륙 곳곳에 신의 말씀을 전하러다닌다는 컨셉이었다.


===이야기의 시작===

이른 새벽, 두 사람은 시골길을 걸으며 여느 때처럼 말다툼을 하고 있는데, 한 드워프 소년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나리들, 저희 마을을 도와주세요!"하고 소리치는 그 소년의 온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잭과 마가렛은 상황의 긴박함을 깨닫고, 소년을 따라 마을로 향했다.


세 사람이 동쪽으로 한참을 걷자, 이윽고 골든선셋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엉망이었다. 곳곳에 가구나 물건들이 부서져 있고, 주민들은 다들 망연자실해 있었다.

"야밤에 또 괴물멧돼지가 나타났어..." "이번이 벌써 몇번째지!" "우리 아들이..."

사람들이 각각 한탄하는 와중에, 잭이 먼저 그들 중 가장 턱수염이 훌륭한 드워프에게 말을 건다.


잭: "이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턱수염: "뭐긴 뭐야. 그 괴물멧돼지가 또..! 음? 근데 당신은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잭: "나는 문명의 신, 시빌을 섬기는 성기사다. 괴물멧돼지가 뭔진 몰라도 내가 해결해주지."

마가렛: "해결은 무슨, 얘 아직 정식 기사도 아니에요. 저는 시빌의 사제 마가렛입니다. 제가 얘길 들어드리죠."


자신을 브론이라고 소개한 그 드워프는 일단 이 골든선셋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준다.

인구의 대부분이 드워프인 이 마을엔 현재 30가구가 있고, 대부분 농사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이 작은 마을에 한 달 전부터 괴물멧돼지가 출현해, 장정들을 납치해가고 있다는 것.


브론의 얘기를 들은 잭과 마가렛은 능숙하게 돼지 발굽 형태의 흔적을 따라간다.

흔적이 그들을 이끈 곳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이었다. 그리고 잭이 그곳에서 부스럭거리는 관목덤불을 발견.

잭은 용감하게 그쪽으로 다가가 풀숲에 손을 넣지만, 너무 방심한 탓일까, 날카로운 무언가에 피부가 찢긴다.

잭의 신음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건, 새끼 멧돼지 네 마리였다. 전투 개시!


멧돼지들의 기습 공격! 세 마리는 잭의 단단한 갑옷에 막히지만, 나머지 하나가 마가렛을 공격한다.

마가렛은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들고 있던 메이스로 자신에게 덤벼든 녀석의 미간을 강타!

잭도 질 수 없다는듯 정면에 있는 적에게 다소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장검을 깊게 꽂아넣는다.


그렇게 두 마리가 쓰러지자, 나머지 둘은 겁에 질려 달아나려는데, 잭이 그 중 하나를 등 뒤에서 찌른다.

하지만, 뒤늦게 달린 마가렛이 마지막 하나를 놓쳤고, 놈은 숲속으로 멀리 달아나버렸다.


잭: "젠장! 뭐하는 거야! 둔해빠져가지고!"

마가렛: "나는 뒤에 있었잖아! 앞에서 네가 잡았어야지!"

잭: "하여튼 사제란 놈들은 쯧..."

마가렛: "그건 그렇고, 이 멧돼지들 아까 분명 뭔가 말...했었지?"

잭: "뭐?"


그렇다. 잭은 싸움에 열중하느라 못 들었겠지만, 마가렛은 도망치려던 두 마리가 무언가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그것은 공용어는 아니었지만, 마가렛은 분명 그 멧돼지들이 낸 소리에서 문장을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잭: "너 잠을 못 자서 그런 거 아냐? 하긴 아직 새벽이니..."


드물게 자신을 걱정하는듯한 잭의 말을 무시하고, 마가렛은 멧돼지의 시체를 조사한다.

마가렛은 방금 죽인 새끼 멧돼지의 가죽에서 썩은내를 맡는다. 그리고 손으로 쉽게 들춰지는 그 모피 아래엔...


마가렛: "이거... 고...블린이잖아?"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