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검의 스텔라나이츠를 아는가? 한때 턀갤을 후끈하게 달궜던 씹덕룰이다. 최근 있었던 인상깊은 플레이의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선, 우선 룰에 대한 설명이 수반되어야 하겠다.
이 룰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1인 2역
3PL 기준으로, AB가 한 페어, BC가 한 페어, CA가 한 페어를 이룬다. 각 씬에는 한 페어씩만 등장하며, 두 명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세션의 전반부 전체를 담당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자신은 두 캐릭터를 다루게 된다. 브링거 - 이하 메인으로 서술 - 라는, 후반부의 전투 캐릭터. 시스 - 이하 서브로 서술 - 라는, 예컨대 보조 캐릭터이다. 내가 A라면, PL B에게는 보조를 받게 되고, 동시에 PL C에게 보조를 하게 되는 방식이다.
2. 적은 마스터 서술권
각 페어가 등장하는 씬은, 처음부터 끝까지 페어가 만들어가게 된다. 어떤 장면인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어디서, 누가 등장하는가? 이 모든 것을 페어가 결정하고, 마스터와 남은 한 플레이어는 부케(일종의 칭찬 포인트) 를 뿌리며 관전하게 된다.
즉, 페어당 두 씬, 총 여섯 씬동안 마스터가 할 것은 교통정리와 칭찬 뿐이다. 사진을 박거나 브금을 깔거나 정도?
3. 후반부의 전투
각 페어가 두 번씩 씬을 받으면, 서브가 무기와 갑옷으로 변신하여 메인에게 들려진다. 이후 세 명의 메인은 모여 보드게임 타입의 전투를 하게 된다.
이 동안 서브는 말할 수 없다. 즉, 일인 이역을 하되 동시에 할 필요는 없다. 메인끼리 모이는 씬에서는 메인만 대화하니, 누군가의 서브를 rp해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말하는거지만, 난 이 세 특징이 죄다 맘에 들지 않았다.
페어끼리 뭉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두 개의 캐릭터를 짜야 한다. 한 캐릭터에 제대로 이입해서 즐기기가 참으로 난해하다. 물론 이것을 분위기 환기라 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하나보다 두 개의 캐릭터에 이입하는 것이 빡센 것은 자명하다.
마스터는 전반부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캐릭터 소개를 길게 한 뒤, 그 캐릭터가 어떠한 적과 싸우는지만 마스터가 정한다. 그 적이 어떤 적인지, 그 결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마스터가 소개하는 시간은 정말 짧다.
그래서, 난 문득 이 특징들을 죄다 뜯어고친 세션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짠 것이, 2명의 PL로만 이루어지는 하우스룰이다.
시나리오명은 은검의 스텔라나이트 : 비익연리.
하우스룰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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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검의 스텔라나이츠 하우스룰
1. 페어
페어는 한 페어뿐으로, 양쪽은 시스이며 브링거이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설정은 자신의 브링거 배경에 적는다.
그런 자신이 상대에게 가지는 감정, 상대와의 만남 등은 상대의 시스 배경에 적는다.
2. 부케
부케는 장면 중에 주거나 받지 않는다.
대신, 스텔라배틀 시작시 3점의 운명점을 받는다.
운명점은 다음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
모든 다이스의 재굴림 / 차지 다이스 하나의 자유로운 변경
3. 전투 간략화
전투는 다음과 같이 간략화한다.
차지 다이스 굴림 > 전조의 선언 > PC1의 행동 > 적수의 행동 > 전조의 실행 > 전조의 선언 > PC2의 행동 > 적수의 행동 > 전조의 실행
차지 다이스 굴림 부터, 다음 차지 다이스 굴림까지를 1라운드라 한다.
전조의 선언부터, 전조의 실행까지를 PCn의 턴이라 한다.
무대 기믹은 모든 단계에서 영향을 자유롭게 끼칠 수 있다.
4. 왜곡의 공명
왜곡의 공명은 사용하지 않는다.
전투 불능이 된다면, 내구력을 절반까지 회복한 뒤 하나의 훈장을 잃는다.
5. 훈장
훈장은 1개당 1단계의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한다.
훈장은 개별로 수여되지 않고, 둘 모두에게 수여된다.
수여 조건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승리의 기사 : 스텔라배틀에서 승리]
[운명의 기사 : 운명점을 남기고 승리]
[숙명의 기사 : 운명점을 사용하지 않고 승리, 2개분]
[???의 기사 : ???을 남기고 승리]
[불패의 기사 : 그 누구도 전투불능이 되지 않은 채 승리, 2개분]
[비익 연리 : ????, 3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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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세 페어 대신 한 페어만 만들고, 전투에서도 열심히 떠들면서 싸워보라는 뜻이다. 제멋대로 뜯어고친 룰이기에, 플레이어의 선택도 신중했다. 공개구인 대신 이미 겪어본 갓플레이어 두 명을 섭외해 진행했다.
내가 그렸던 그림은 이렇다. 타락한 스텔라나이트 보스를 상대로 한없이 굳건한 관계를 가진 두 명이 함께 검을 든다. 전투는 최대한 전략적으로, 또한 밸런싱보다는 뽕을 차오르게 하는 데에 맞춰 설계한다.
턀갤서 한번 더 돌려보고 싶기에 밝히지는 않겠지만, 난 세션 준비에서 꽤 긴 시간을 이 전투에 쏟았다.
매 씬이 시작되기 전에는 이 스텔라나이트가 어떻게 타락했는지에 대해 짤막한 로어가 제시된다.
적수 - 페어 - 적수 - 페어 - 적수 식으로, 번갈아가며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너희는 함께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자라며 조롱하는 적을 두 명의 PC가 함께 무찌른다 - 이게 바로 내가 그렸던 개요다.
그런데 아뿔싸. 플레이어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좋은 플레이어들인데, 너무 좋은 플레이어들이었다.
A는 B에게 한없이 의존하고, 사실상 유일한 친구로 삼았다.
B는 그런 A가 소원을 이루면 자신을 떠나갈까봐, B의 소원을 망쳐달라는 소원을 빌고, 이걸 이뤘다.
즉, 불행하게 만들어 자신에게만 의존하게 한 얀데레와, 그런 얀데레를 한없이 믿고 따르는 소녀.
...이미 이 시점에서 비익연리와는 꽤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나는 세션 중에 끊임없이 전환점을 찾았다. 이대로라면 맞찔러 뒤지거나 한명만 뒤지거나 할 것 같았고, 아무리 잘 나가도 개판으로 싸운 상태로 보스전에 돌입할 것 같았다.
브금을 밝게 깔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어두워져서, 브금 정도로 밝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어두운 브금으로 돌아왔다.
어두운 적수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플레이어들의 이야기가 몇 배는 어두웠고 질척거렸다.
가장 곤란했던 점은, 플레이어가 너무나도 갓플레이어였다는 것이었다.
속이는 사람도, 그 아슬아슬한 내적 갈등의 묘미를 알며, 세 개의 씬동안 '들킬 준비'를 마쳤다.
속는 사람도, 순진무구하게 따르는 것과 세계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며, 세 개의 씬동안 '들춰낼 준비'를 마쳤다.
내겐 두 가지 선택권밖에 없었다. 가장 극적으로 들키게 하느냐, 아니면 이 모든 이야기들을 그저 묻어버리고 내가 보여주는 이야기로 돌아가느냐.
솔직히 말해, 난 정말 후자를 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멋졌다. 이 순간 들키고,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조금만 덜 멋졌어도, 플레이어들에게 직접 '아 지금 들키는 건 좀 곤란할 것 같네요' 라고 했을 것 같지만, 이야기가 너무 멋져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준비한 전투는 대충 쓰레기통에 던져놓고, 가장 멋진 배드엔딩을 선사해 주는 것이 즐거울 것 같았다.
얼마 전에 턀갤서 본 글 중에서, 좋은 마스터는 많은 준비를 하고도 그 준비를 다 갖다버릴 수 있는 마스터라고 누군가 했더랬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선택권은 남겼으나,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유열, 즉 배드엔딩을 연출했다.
결국 내가 준비했던 세 개의 저널과 세 개의 전조, 두 개의 무대기믹과 모든 전투브금 등은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어쩌면 은검의 스텔라나이츠 룰로 봐서, 이 세션은 실패였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소원의 결투장, 즉 전투씬에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PC들의 서사에 전부 집중한데다가, 그 서사라는 것도 한 쪽이 다른 쪽을 배신하고 살해당하는 종류의 배드 엔딩이었으니.
그런데 즐거웠다.
분명히 이런 룰... 즉, 페어는 하나뿐인 하우스룰이 아니었다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플레이어들도 그 유열을 즐겼고, 나도 그런 플레이어들과 그런 이야기들을 보며 즐겼다.
그래서 저널들을 쓰레기통에 처박고도 난 진정으로 기뻤으며, 당당하게 이 세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난 아직도 당시에 마스터로서 옳은 선택을 했다 생각한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실패한 세션 그 자체더라도, 모든 참여자가 즐겼으면 된 거 아닌가?
광광 울면서 개추 박았따
으 개씹비틱같아서 더못보겠다
그래서 언제 염?
비익연리... 비익... 빅... 설...ㅅ...
와 씨 이건 개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