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 끝나고 바로 쓰는 따끈따끈한 후기.



1. 던월 해보는 게 이번이 처음인데, 간단하다 간단하다 말로만 들었지 진짜 이렇게 간단할줄 몰랐음. 능력치 분배하고 장비 고르고 액션 두개 고른뒤에 "이제 더 뭐해요?" 하니까 "끝났어요" 하더라고. 패파는 시트 하나 짜는데 3시간씩 걸리는게 일상이라 ㄹㅇ 깜짝놀람 ㅋㅋㅋ


2.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륙에서 가장 발달한 마공학 도시에 마법 학파랑 연금술 학파가 있는데 개중 연금술 학파 수장의 딸이 납치되어서 찾아와야 한다는 줄거리. 이런 식의 추리물에서는 진상이 앞뒤가 맞는 게 중요한데, 그 점에 있어선 큰 문제는 없었던 듯. 서술 룰 특성상 준비해놨던 것도 엉뚱하게 튀기 쉬운데 그런 일은 없어서 좋았음.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히 몰입해서 즐김.

다만 한 가지 전개상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추리 잘 해나가다가 마지막에 사제의 탄원 한 방에 피해자의 위치가 밝혀진 것 정도.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조금 제한해서 "깜깜한 곳에 갇혀있고, 근처에 기계부품이 보입니다" 정도로 끝냈으면 어땠을지 싶음. 그랬으면 단편적인 정보들로 위치를 추론하고 몰래 들어가서 진상을 확인해본다- 라는 기동이 가능했을테니까. 마스터가 잠입액션을 의도했다길래 더 아쉬운 부분 ㅇㅇ


3. 한편 던월 전투의 경우, 진짜 완전 눈치보고 적절할 때 들어가야 하는 형태라서 처음에 적응 못하고 어버버함 ㅋㅋㅋ 항상 라운드별로 딱딱 턴 배분되는 전투만 7년째 해오다 보니... 그래도 나중에 정신차린 뒤엔 적당히 한 것 같은데 다른사람들 눈엔 어땠을지 모르겠네.

이런 전투방식이 물론 단점도 있겠지만, 처음 찍어먹어보는 나한테는 장점이 더 크게 어필해서 개인적으론 좋았음. 내가 아는 "전투" 는 매 턴마다 명중확률과 내성확률, 평균 딜 같은 것을 계산해서 치르는 전투인데, 던월의 전투는 그런 치밀함은 없는 대신 언제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치고나갈지를 생각해야 해서 다른 종류의 긴박감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뭣보다 전투 자체의 드라마성이 강한 덕에 조우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를 짜내듯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던월이 똥룰이니 갓룰이니 논란은 많지만 최소한 나한테는 나쁘지 않았음.


4. 다른 플레이어들의 RP도 좋았음. 법사랑 사제가 있었는데, 둘 다 확실하게 자기 씬 챙기면서도 다른 사람 씬 만들어주는데 조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라 같이 재밌게 했다. 특히 사제가 협조액션을 엄청 많이 써주던데 나도 좀 그럴걸 싶음. 룰에 익숙치 않아서 협조액션 쓸 생각을 잘 못했는데 다음번에 할땐 더 적극적으로 써야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RP는 마법학파 측 수장이 적 측 암살자를 자기 쪽에서 처리하겠다며 회수해가려는 걸 법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막아서며 압박한 것. 일견 무모하게 나선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법학파 측에서 진상을 덮으려고 한다" 는 구도를 공개적으로 요란하게 연출함으로써 상대 수장이 체면 탓에 알아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한 지능적인 무브가 돋보였음. 설정상 지능 18 능지캐였는데 그게 잘 어필되었다 할 수 있겠으요. 주사위도 마침 잘 떴고.


5. 근데 주사위 얘기 나와서 말인데 이거 리롤권은 없냐? 아니 실패도 이야기가 될수있다는건 아는데 클라이맥스 존나 중요한 순간에 11뜨니까 리롤 존나마렵네 진짜 ㅋㅋㅋ



여튼 꿀잼 허니잼 예스잼 이었읍니다 좋은 세션 돌려준 바막님에게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