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을까.



나도 지금 삼천포로 새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 걍 심심풀이로 들으셈.



주워들은 이야기지만, 중세인들은 조명이 없는 어두컴컴한 사회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살았기 때문에

무술의 경우에도 눈에 의존하기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것에 의존하는(중국무술이나 레슬링, 하프소딩 같은...)

경향이 있었던 거라는 썰을 들은 적이 있다.



뭐 전투 시스템 상의 교전거리야 PL이 아니라 룰북과 주사위가 결정하는 거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세인의 가치관, 윤리관, 신학관, 사고방식은 현대인과는 동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현대에도 비기독교인이 기독교 교리를 들으면 납득 못 하는 경향이 많은데, 중세 시대에는 그게 보편적 가치체계의 기준이었고.


판타지 세계관으로 치자면, 뭐 여기도 마법사들이 과학적 방법론을 정립했을 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서도,

학문의 성립이나 전제조건 자체가 현실 역사의 발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겠지.

정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만약 인간과 유사한 사고능력을 가졌지만, 생태와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이종족이 존재한다면

보편 인권이나 만인의 평등 같은 주장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지. 누가 봐도 엘프랑 오크는 다르니까.




SF 세팅으로 가면 더 복잡해지겠지. 지금도 카운터컬처 하나 생길 때마다 '세상이 어찌 되려는지... 쯧쯧' 하는데,

기술발전이 한참 가속된 미래 사회의 문화나 가치관을 묘사하면서, 현대인이 충격을 안 받는 게 이상할 거란 말야.


하지만 그렇다고 22세기 말법사회의 기괴한 텍섹 묘사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가는 아마 갤에서 죽창이 박힐 걸.

결국 바벨-17에서 살아 있는 장신구를 신체에 이식하는 일종의 문신 비슷한 문화를 묘사했던 것처럼,

PL도 마스터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편적으로 묘사하고 지나가는 게 합리적이겠지.




결국 우리가 카타리파 이교도나 스컴 선문답을 나누는 부디즘 펑크들의 정신세계를 표현할 때

장르물의 문법에 맞게 '뭉뚱그려서' 표현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면서도,

왜 여캐 RP에 대해서는 계속 논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여.


누가 푸코의 진자 같은 수도원 배경 RP를 빡세게 하고 싶다면,

다 같이 룰북이랑 같이 토마스 아퀴나스 저서들 모아 놓고 RPG를 해도 되는 것이고,


나는 그딴 거 필요없고 도미니코회 소속 또라이 이단심문관 RP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냥 전날에 베르세르크에 모즈구스 나오는 화만 다 읽어보고 RP를 해도 되는 것이고.



이걸 씹덕이네 뭐네 하고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뭐임.


결국 이건 남정네들끼리 모여서 연기를 하는 놀이고,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을 하기 위한 행위예술 같은 게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