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물 겁스 캠페인이었는데, 마법도 있고 여성 용병도 좀 있다길래 양판소 같은 분위기인 줄 알고 가볍게 참여하려고 했었다

라노벨에 나오는 길드나 등급같은 걸 통해 의뢰받는 캠페인이거나 용병단 따라 돌아다니는 캠페인인 줄 알았지

그런데 들어가서 보니 용병대의 규율이나 근거지, 보급수단, 고용주 선별 같은 것들을 빡빡하게 구현하는 정극이나 사극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난 가볍게 생각하고 들어갔던 참이라 따라가기 벅찰 것 같아서 신입 단원을 짰다. 마스터에게 상담했더니 적당한 백스를 추천받았다

대장장이의 삼남으로, 헛바람이 차서 능력껏 출세하겠다고 무기 하나 덜렁 들고 용병단을 찾아온 청년이었다

갑옷 처분에 골치썩던 은퇴 기사와 인맥을 쌓아 단련받았다는 설정으로 성장 잠재력도 넣고 신입치고 높은 기능치도 설명했다

마스터는 나에게 실전 경험이 없으니 전투반사신경(교전 등 급박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는 장점임)을 첫 실전 후에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나도 그쪽이 신입 설정에 맞는 것 같았고, 실전에 정신 못 차리는 신입을 rp해보고 싶어서 그러기로 했다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 중에 사이가 껄끄러운 캐릭터가 한 명 있었는데, 화염 마법에 통달했고, 사치부리기를 좋아하는 여마법사였다

겁스 마법사가 으레 그렇듯이 대부분의 CP를 마법이나 두뇌에 썼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다른 캐릭터들만 못한 편이었고

내 캐릭터는 여마법사가 키도 작고 허약해빠진게 까분다고 자주 깔봤다. 설정상 훨씬 고참이었기 때문에 뒷담화만 까게 되었지만


플레이어들의 겁스 전투 훈련을 겸한 몇 번의 훈련 세션을 끝내고 내 캐릭터도 첫 실전을 하게 되었는데

분견대장의 전술 판정과 내 캐릭터의 전투 판정들이 썩 좋지 않았다. 결국 전투 막판에 포위당했고, 잔뜩 긴장해서 얼어붙어 있는 rp중이었다


하지만 때마침 완성된 여마법사의 폭발 화염탄이 최대 피해로 터지면서 상대가 말 그대로 쓸려나갔고

마스터는 두 번째 폭발 화염탄이 터질 때 쓰러진 적들은 죄다 숯덩이가 되었다고 묘사했다

도망치는 적들을 두고, 내 캐릭터는 그 때까지 쫄아 있었는데, 그 때 여마법사 캐릭터가 한 rp를 잊을 수가 없다


여마법사는 까치발을 들곤 주먹으로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고 묘사하고는 이런 대사를 했다

"시체 타는 냄새는 승전의 향취니까 이제 기뻐해도 된다, 애송아"

정말 멋있었다. 나는 로그를 pdf로 저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