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 드워프마냥 싫은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지 않고 원한을 품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뚝배기를 깨는 타입의 마스터가 있다.

초기에는 소극적인 타입과 적극적인 타입의 행동 양상이 다르다. 소극적인 타입은 선언을 하는대로 다 받아준다. 적극적인 타입은 거기에 맞장구까지 치고 같이 흥분하면서 알피지 소울메이트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당연히 후자가 훨씬 위험하다.

원한의 잠복기는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한 달을 넘기진 않는다.

원한이 터질 때가 되면 평소와 분위기는 똑같은데 마스터가 아무 이유 없이 불쾌한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야 솔직하게 불편한 점을 대답하는 드워프 마스터는 없다.

드워프 마스터는 자신이 정해놓은 반격의 때를 기다렸다가, 때가 오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분노를 터뜨린다.

분노를 터뜨리는 형태도 두 가지다. 새로운 원한이 쌓일 시점에 몰아서 터뜨리기도 하고, 세션 끝나고 후담하려는데 갑자기 캠페인 때려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드워프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그동안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얼마나 자비롭게 참아주었는지 역설한다. 왜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다. 말하지 않아도 적당히 눈치껏 알아야지!!

원한 청산의 날이 오면 되돌릴 방법은 없다. 더 이상 캠페인은 지속 불가능하고, 이유가 뭐였건 팀은 공중분해된다.

애꿎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 들겠지만, 사실은 세션 0부터 원한은 쌓이고 있었고 한 번 쌓인 원한을 지울 방법은 없으니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이다.

우리도 눈앞의 친절하고 자비로운 마스터가 혹시 드워프가 아닐까 의심해보고, 말하지 않아도 적당히 눈치껏 잘 처신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