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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적으신 분은 별다른 악의 없고 글 내용도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똥서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고전파로 정의한 부분을 정정할 필요가 있어보여서 적어본다.




동서문화서에서 처음으로 출판한 러브크래프트 단편집, <공포의 보수> 표지다. 책 디자인 센스도 엄청 구리고 번역 수준은 악명높기 그지없지만 한국에서 출판된 최초의 러브크래프트 소설은 아니다. 



내가 처음으로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라는 이름을 접한 책은 들녘에서 출판한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였다. 이와 같은 장르 소설이나 게임의 소재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책들은 이전과 이후에도 존재했지만, 내가 한창 판타지를 파던 시절에는 이 시리즈가 가장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은 헌책방에 내다 팔아서 정확히 몇권 쯤에서 접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판타지의 마족들>과 <소환사>, <부활하는 보물>중 복수의 책 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난 톨킨과 AD&D, 로도스도전기와 슬레이어즈로부터 비롯된 판타지 장르에 빠져있었다. 시장에도 그러한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까닭에 단 몇페이지에 불과한 소재글조차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 이후로는 기갈들린 사람처럼 서가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찾을 수 있었다.

서전 직원들에게 거의 고문하다시피 매달려서 겨우 두권의 책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중 한 권이 바로 변용란씨가 번역한 광기의 산맥이었다.




광기의 산맥

H. P. 러브크래프트(지은이), 변용란(옮긴이)

씽크북 | 2001년 7월 | 7,000원


서가에서 이 책을 찾아낸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안팔리는 영미 서적을 빽빽이 꽂아놓던 서가였는데 책등에 적힌 제목과 저자이름을 한 자 한 자 훑다가 우연히 찾게된 것이다. 서점 직원에게 물어보면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산화가 미비된 서점이었던 까닭이었는지, 아니면 그 때 내가 서점 직원에게 물어볼 주변머리도 없었던 까닭인지 어쨌든 그렇게 어렵사리 찾을 수 있었다. 당장에 사들고 가져가 읽었다. 실로 경이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작가의 문체와 작품성을 논하기 이전에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찾은 또 한권의 책.




사라지는 거리 - 세계걸작스릴러 7

H. P. 러브크래프트(지은이), 김상준(옮긴이)

동림 | 2001년 1월 | 5,000원


분명 서점 전산 기록에 들어 있었는데 한참동안 찾지 못했던 책이었다. 이유가 참 골때렸는데 영미소설 서가가 아니라 아동서가에 꽂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찾느라 서점 직원을 거의 고문하다시피 했고, 찾고 나서도 책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뻘쭘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사긴 샀다. 


사놓고도 이 책이 과연 2001년에 출판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니다. 사촌 형 집 책꽂이나 초등학교 다닐 적 교실에 있던 책꽂이에 으례 한권씩은 있었던 아동 대상의 공포 서적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니까 적어도 10년 내지는 20년 전에나 나왔을 법한 포맷의 책이 어찌된 영문인지 2001년에 나왔던 것이다. 당연히 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도 아니고 조악한 문체로 띄엄 띄엄 옮긴 거라 제대로된 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 무려 <던위치 호러>가 (<악마의 사생아>라는 실로 적절한 제목으로) 실려있었으니 흠좀무...



그리고 2년 뒤, <광기의 산맥>을 번역한 변용란 씨가 다른 출판사에서 또 다른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출판했는데 그게 바로 <찰스 덱스터워드의 비밀>이다.




찰스 덱스터워드의 비밀

H. P. 러브크래프트(지은이), 변용란(옮긴이)

영언문화사 | 2003년 1월 | 8,000원


<찰스 덱스터워드 씨의 사례>라는 제목이 영 거시기 했는지 위와 같은 제목으로 번역했다. 이 제목을 두고 뭐라 하는 사람이 몇몇 있지만 별 상관 없었다. 내용도 번역도 훌륭했으니까. 이 작품은 아직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브크래프트 작품들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이다.


황금가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선집 출판 계획을 내비치고 있던 시점이었던 것도 이 무렵으로 기억하고 있다. 가야 님이라는 분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나 관련 정보들을 번역해 게시하던 위어드테일즈테일즈라는 사이트(아직도 있다:http://weirdtales.org/)를 통해 접했고 나를 비롯한 러브크래프티안들은 너무나도 설레여서 밤잠을 못이룰 지경이었다. 


그 때는 몰랐다. 전집 1권이 2009년에 발간될 줄은...



황금가지 판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6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기다리다 지루했던 나머지 스스로 벌인 일도 있었고 기대한 적도 원한 적도 없이 터진 사건도 있었다. 하나는 역시나 황금가지에서 출판해오던 환상문학 전집을 사모으는 일이었다. 그중 3권이 주목할 만 한데 바로 <광기의 산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에드가 앨런 포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었다.




표지와 제목만 봐선 보물섬 같은 모험소설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저자가 에드가 앨런 포 라는 것이 함정이다. 선상 반란 이후 망망대해를 표류하게된 주인공 일행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대목은 소름끼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테켈리-리!"라는 의미 불명의 의성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 소설이다.




그리고 2005년에는 <공포의 보수>를 출판한 동서문화사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황금가지판 러브크래프트 선집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 입장에선 청천병력같은 소식이었다. 이미 러브크래프트에 대해 알 만한 독자들은 동서 문화사가 <공포의 보수>에서 보여줬던 번역수준(나는 '중역'이라는 단어의 본뜻을 이 때 처음 알았다)을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황금가지(+번역가 미팬님)가 기존의 계획을 철회하고 전집 출판을 취소하게 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2009년이 올 때 까지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 군대에서 빡빡 기어댕기던 때라 러브크래프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러브크래프틑 전집 출간 소식을 들은 것은 전역 후 학비 벌려고 취직했던 모 회사 사무실에서였다. 야근 하다가 지루해서 인터넷 뒤지던 중에 발견했다. 소식 듣고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 한 30분 정도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소리 들은 사람들은 오밤중에 왠 미친놈이 체조하는 줄 알았겠지.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뒷이야기는 짤로 대신할게.












짤은_이렇게_편집하긴_했지만_그렇게까지_싫어하는_건_아님.png




trpg 이약: 그리고 2016년에는 COC RPG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