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룰북을, 정확히는 외국어로 된 룰북을 좀 더 쉽고 빠르게 읽는 법. 누군가는 중학생 수준의 영어면 룰북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 반대로 그것도 어렵다는 사람도 나오고 뭐 그런 것은 사실 외국어다보니 당연할 것임. 네가 어려움을 겪는 쪽이라면 이제부터는 좀 더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 CoC식 룰북 읽기를 해 보자. 왜 CoC식이냐면, 내가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고 이 룰에서는 아예 메카닉적으로 두껍고 길고 복잡한 책을 필요한 내용 위주로 단기간에 훑어보는 법과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법을 별개로 나누고 있고, 나도 그런 방식으로 룰북을 읽어보라고 할 거거든. 사실 한국어 룰북도 이런 방법을 통해 읽으면 더 빨리 읽을 수 있긴 함.


목차 - 필요한 내용 위주로 읽기

대부분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도록 되어 있지만, 룰북은 별로 그런 책이 아니다. 사실 룰북은 너한테 필요한 내용만 집중해서 읽고 나머지는 대충 보면 되는 그런 종류의 책이거든. 그러니까 목차를 보고 어디에 네가 필요한 내용이 있는 가를 우선 찾아보면 외국어와 사투를 벌이는 시간을 최대한 아낄 수 있다 이거지. 아래 짤은 모 룰북의 목차 일부분임. 그렇다면 목차에서 우선 무엇이 어디 있나를 찾아서 읽어야 할까?


네가 읽어야 하는 기초적인 부분은 크게 네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음. 캐릭터 만들기 / 기본 메커니즘(비전투) 설명 / 전투 설명 / 그 외의 특별한 메커니즘(마법 등) 설명이 되겠다. 왜 이 네 가지로 나누는 지는 나눠놓은 내용만 봐도 얼추 이해가 되지? 그리고 이 룰의 경우는 비밀 요원 크툴루 신화물이라 이 네 항목에 Agents / The Game / Combat / Sanity 정도의 이름을 붙여놓았음. 그러니까 굳이 그 뒤의 장비 목록이나(이런 건 이 네 가지 부분을 다 읽고 나서, 나중에 캐릭터 시트를 마무리 지을 때 보면 됨) 미국의 연방 정부 기관 요약 설명 같은 거 나오는 부분까지는 지금은 굳이 읽지 않아도 괜찮다, 뭐 그런 이야기임. 이런 식으로 우선 읽어야 할 내용을 분류하고 시작하면 이 목차의 나오는 페이지의 절반 정도(대략 Home 이전까지 정도, 중장편을 하거나 단편 마무리도 적당히 꾸밀 거라면 Home 포함)를 '나중에 읽을 내용'으로 짬처리할 수 있게 됨.


물론 이렇게 꼭 읽어야 할 내용을 줄였더라도 뉴비 외알못 턀붕이에게는 여전히 읽어야 할 양이 많을 거임. 그걸 또 줄여보는 방법이 있으니.... 저기서도 숫자, 정확히는 시트 데이터에 영향을 주거나 반대로 시트 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 즉 실제로 사용할 만한 룰을 중점적으로 추려서 보는 거고... 그러면 읽을 내용이 또 줄어들 거임. 이런 걸 아예 지원해 주는 룰도 있는데, 예를 들어서 크툴루의 부름 7판 같은 경우 룰북 뒤에 나오는 부록 부분에 룰 요약을 제공하고, 그런 게 없더라도 대충 퀵스타트 룰의 중요한 거만 추려 준 내용 + 룰북에만 나오는 추가 내용을 조합해서 정리하면 대충 플레이에 필요한 룰을 거의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그걸 통해 기본적으로 어떻게 판정을 하는가 그런 걸 이해할 수 있음. 물론 캐릭터를 만드는 부분은 퀵스타트나 룰 요약 같은 데서 대부분 풀 버전으로는 다루지 않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룰북을 참고해야 한다만.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네가 마스터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턀갤럼들이 PHB만 읽으면 D&D를 할 수 있다고(플레이어로) 말하면서 권하지만 본격적으로 마스터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삼신기 다 갖출 것을 추천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왜 그러냐면 마스터로서 룰북을 읽을 때는 위의 네 가지, 캐릭터 만들기 / 기본 메커니즘 설명 / 전투 설명 / 그 외의 특별한 메커니즘 외에 마스터링 관련 내용이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내용에 추가되기 때문임. 이 내용들은 플레이어는 몰라도 되지만 마스터는 알아야 하는 내용들임. 잘 모르면 그냥 시나리오를 잘 읽고 따라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네가 플레이 중에 진행하게 될 모든 내용이 시나리오에 다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 게 되는 시나리오는 대개 처음부터 선택지를 극단적으로 제한해 놓거나 혹은 적당히 선택지 여러 개를 주고서 네가 제대로 따라갈 수 있게 배려를 해 놓은 물건이고, 둘 다 흔한 종류의 시나리오는 아님.


어쨌거나 마스터로서 추가로 읽어야 하는 내용들은 마스터만 신경 써도 되는 데이터 + 시나리오에 딱히 구체적인 말이 안 나오거나 아예 대충 한 두 줄 내지는 표 보고 알아서 해먹어라 수준으로 써 있는 내용을 가지고 네가 어떤 식으로 결정해서 플레이를 진행하는 것이 좋은가 등을 적어놓은 글들 등을 정리해 놓은 내용에 가깝기 때문에 마스터로 게임을 진행할 거라면 일단 읽어보라고 하는 건데, 내용은 유익하지만 그에 따라서 대체로 텍스트의 복잡도도 올라가기 때문에 룰 위주로 읽는 것에 비해서 내용을 읽는 난이도는 훨씬 더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음.


쉬어가기 : 막히는 부분은 물어보고 새겨두기

어찌어찌 네가 외국어로 된 룰북을 읽는다고 치자. 근데 네가 아예 처음 보는 룰북을 어쩌다가 검색해서 시놉시스만 보고 감동 받아서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산 다음에 사전 끼고 악어가 데스 롤하듯이 몸을 비틀며 번역해 읽어볼 수도, 그러니까 그냥 혼자 룰북을 찾아 읽기 시작했을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보다는 아마도 너에게 이딴 외국어 룰북을 쥐도록 만든 누군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을 거임. 그리고 걔는 당연히 그 룰북을 한 페이지라도 너보다 더 많이 봤을 거고. 그러니까 룰북을 읽다가 의미를 잘 모르겠다 싶은 부분은 걔한테 물어보고, 답을 받게 되면 그 내용을 적어두거나 기억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용기를 내서 물어보는 그런 것이 아니라(원래 모르는 걸 묻는 것을 딱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시 물어보는 일이 없도록 답을 적어두거나 기억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솔직히 같은 거 다시 물어보면 묻는 쪽이나 답하는 쪽이나 좀 더 기분이 그렇잖아? 이러면서 룰북을 읽다 보면 네 머릿속에든 노트에든 대충 '이 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한국어로 정리될 거임. 참 쉽지?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너한테 답을 해 주는 놈이 5판 관련 질문을 받은 제레미나 뭐 그런 경우가 아닌 이상 틀릴 수 있으므로 일단 물어보고 답을 얻는 걸로만 낼름 때우지 말고 룰북의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스스로 한 번은 읽어봐야 한다는 거임. 몇 년 전 이야기긴 한데, 턀갤에서 5판 스닉 어택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 지도 잘 몰라서 플레이 중에 문제를 일으킨 마스터도 있었음. 당시 문제가 된 마스터는 자기도 다른 사람이 마스터링을 해 줄 때 스닉 어택을 그런 식으로 쓰게 했어서 그게 맞는 줄 알았다고 변명한 걸로 기억하는데.... 결국 그런 변명을 해도 "저는 룰북을 제대로 읽지 않고 마스터링을 했습니다"라는 건 바뀌지 않잖아?


마무리 : 읽지 않은 내용 훑어보며 완독하기

이렇게 기초적인 내용을 정리했으면 어느 정도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건데, 그러고나면 위에서 적당히 패스하고 넘어간 '덜 중요한 내용' 중에서도 너한테 유익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 나면 목차를 보면서 그냥 넘어간 규칙 / 데이터 위주로 살펴보고, 나중에는 책 전체를 훑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런 수준으로 책을 읽어나갈 쯤에는 룰북을 다 읽을 수 있다는 의미일테니까 내가 더 길게 쓸 이유는 없을 듯.


3줄 요약

룰북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을 필요가 없는 종류의 책임.

실제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룰 같은 내용 위주로 읽으면 됨.

다만 마스터는 좀 더 많은 내용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