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월 전사 떡밥 보고 생각나서 써봄

몇년전의 일이다

팀에 새로 들어온 사람은 토템 바바를 골랐다

그사람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옆에서 보기에 위험한게 있었다

자기 캐릭터의 능력을 과도하게 어필하면서 마스터가 내리는 시련과 난관을 전부 우습게 보는거였다

실제 게임중에서 난관을 돌파하면서 그러는건 카타르시스도 있고 하니 다들 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나며 아무도 말을 안하니까 이 증상은 더 심해졌다

캠페인이 후반부에 이르렀을 쯤 파티의 랜덤 드랍 아이템들은 캐스터들이 쓸데가 없었기에 바바가 독식하게 되었고 바바 플레이어의 자만심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그리고 실언을 내뱉고 말았다
마스터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만거다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의미만 요약하자면 마스터가 뭘 하든 내 캐릭만 있으면 다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해버린거다

그때 마스터는 웃고 있었지만 섬뜩한건 눈이 웃고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세션에서 마스터는 원래 캠페인의 컨셉에서 조금 동떨어진 인카운트를 잔뜩 가져왔다
이유는 당연히 바바를 카운터치기 위함이었다
마스터의 의도를 읽은 다른 플레이어들은 바바를 서포팅하는걸 그만두고 각자 자기 하고싶은대로 싸웠다

그리고 바바에게 포스케이지가 걸렸고 다른 캐릭터들도 위기에 처하자 전투를 포기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후퇴했다
남겨진 바바는 당연히 죽었다

그 전투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바바 플레이어는 당연히 화나있었다
왜 자기를 안지켰냐고 한마디 하자 마스터와 팀원들의 갈고닦은 죽창이 박혔다
바바가 강해서 원맨쇼를 한게 아니라 원맨쇼를 하도록 판을 만들어줬을뿐
그리고 마스터는 플레이어와 대결하는 존재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주는 존재라는 것까지

죽창이 씨게 박히고나자 뼛속까지 빌런은 아니었던 바바 플레이어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의 스토리는 바바를 되살리기 위한 여정으로 잠깐 빠졌고 캐릭터와 플레이어 모두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며 훈훈하게 끝났다

그사람은 더이상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도 같은 팀에 있지만 가끔 이 옛날 이야기를 해주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진다


혼자 파워빌드에 캐릭딸 오지게 치는 것도 나름의 재미겠지만
trpg는 플레이어와 마스터까지 다같이 즐기는 놀이란걸 항상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