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 공개구인 단편 마스터링에 도전해보는 게 소원이었음. 내가 참가했던 단편 마스터들은 룰 불문하고 다들 갓이었거든.

DM’s Guild 에서 1레벨 시나리오 하나를 찾고, 2레벨로 조정해서 롤20 이식해 놓고 쓰지는 못하고 계속 미루고 있다가,

밤늦게 갤에 올라온 뉴비 질문글에 댄디 하고싶어하는 뉴비들이 몇 명 보이길래

나도 뉴비인데 같이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그자리에서 구인글 쓰고 플레이어 4명 모았음.

쌩뉴비 둘에 상대적 경험자 하나, 나보다 숙련된 경험자 하나 모였음.

수요일 저녁 8시부터 진행했고 텍스트 플레이였다.




캐릭터는 왼쪽부터 V휴먼 팔라딘, V휴먼 위저드, V휴먼 클레릭, 우드엘프 바바리안.

스토리는 마을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NPC의 부탁을 받아 실종된 그의 동생이자 공동묘지의 묘지기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 얘가 사실 뱀파이어이고, 뱀파이어들에게 부족을 잃고 복수하기 위해 이들을 쫓는 엘프 네크로맨서가 얘를 납치했다는 게 주요 스토리 골자임.


좋았던 점부터.


1. 단서 추리와 퍼즐 요소가 있는 시나리오라 플레이어들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 보는게 재밌었음. 플레이어들이 진상에 다가갈 때마다 ! 그거 맞음!” 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생각해 보면 그냥 말했어야 하나 싶기도 해.

2. 플레이어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보스가 달라짐. 마지막에 플레이어들에게 두 명의 중요 NPC의 의견을 모두 듣고 한 쪽을 선택해서 나머지 한 쪽을 적으로 상대하는 장면이 있었음. 나는 이게 마음에 들었음.

3. 캐릭터들이 각자 컨셉이 확실해서 좋았음. 거만하지만 착한 귀족 팔라딘, 선하지만 경험 적은 클레릭, 현지인이고 일정 지위를 가진 위저드, 자연 속에서만 살던 바바리안까지. 단편이지만 이런 특성들이 마음에 들어서 각각의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 주고 싶었음. 잘 되었는지는 플레이어들이 알겠지.


다음은 아쉬웠던 점.


1. 시간 조절을 못함. 플레이 전날 캐메 세션 진행했는데 캐메 설명에 롤20 렉이 겹쳐서 원래 하려고 했던 연습 전투를 못하고 헤어짐. 이때 전투를 했으면 뉴비 플레이어들이 전투 룰에 더 익숙해졌을 텐데 아쉬움.

본 세션 때도 결국 2시간 정도 오버됨. 이건 온전히 내 잘못이라 플레이어들에게 정말 미안함. 중간에 쉬었다고는 해도 6시간을 내리 해서 그런지 후반에는 다들 힘들어 했음.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내가 약간 플레이어들을 보채는 식으로 진행을 했다는 거임. 위에 쓴 것처럼 단서 추리, 보스 선택지 요소가 있는데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못 준 듯함.

2. 스토리 요소를 잘 못 살림. 다른 단편에 비해 전투가 적고 (작은 인카운터 3, 그나마도 시간부족으로 1개 스킵) 스토리 요소가 있는 편이었는데 내가 잘 못 살림. 시나리오 자체는 전체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플레이어들이 알아갈 수 있도록 잘 짜여진 것 같은데 내가 그걸 풀어주는 과정에서 부드럽지 못했음. 플레이어들도 혼란스러워 하다가 마지막에 NPC 설명으로 알게 된 느낌이었을 거임. 이것도 나의 잘못.

3. 퍼즐에 대한 힌트를 너무 안 줌. 예전에 갤 어디선가 단서 추리를 할 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놓고 정보를 줘라 뭐 그런 글을 본 적 있는데 백 번 맞는 말이었음. 나는 너무 쉬워질까봐 어느정도 정보를 숨겼는데 주사위 굴림이 몇 번 실패하니 내가 아무 정보도 줄 수 없는 꼴이 되어버림. 결국 그냥 정보를 줘버렸지만, 이럴 거였으면 진작에 정보 술술 풀어서 주고 모든 정보를 가지고 퍼즐을 풀게 할 걸 그랬음. 다행히 시나리오에서 퍼즐 3회 실패시 강제 진행 요소가 있어서 진행하는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음.


결론.


1. 같이 한 플레이어들 정신없는 마스터의 세션 따라오느라 고생 많았고,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따라가는 걸 보면서 너무 재밌었음. NPC로서 플레이어들하고 상호작용 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음.

2. 퀄리티 높은 세션을 진행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다만 어찌됐든 댄디 세션을 한 번 해 본 거니까 어디 가서 댄디 해봤다고 할 수 있을 거임. 나한테 나쁜 버릇 배웠을까봐 걱정이긴 함.

3. 늦게 끝나서 피드백도 못 받고 그냥 돌려보냈는데 어차피 갤에서 구인한 거니까 글 읽으면 댓글로 피드백 남겨줘. 달게 받겠음.

4. 단편 마스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원래는 조만간 단편을 한 번 더 열 예정이었지만 오늘 꼬라지를 보아하니 준비나 연습을 좀 더 하고 돌려야 할 것 같음.


첫 전투 끝났을 때. 막타는 클레릭이 먹음.


기념비적인 막타. 보스랑 서로 HP 1씩 남았는데 엘프 바바리안이 레클리스로 크리 띄움. 개멋있었음.


연습 전투할 때 쓰려고 만들어놓은 도적단 야영지 맵. 그러나 이 맵이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참고로 사용한 시나리오는 DM's Guild 에 무료로 구매 가능한 The Graveyard Shift 임. 이거 쓴 사람 다른 시나리오도 괜찮아 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