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TRPG에서의 '플레이 경험 여부의 차이'로 인한 갭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사실 플레이 경험 여부는 플레이 내에서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아닌데, 이게 그런데도 말이 나오는 이유는 대개 이게 부족한 쪽인 뉴비 입장에서는 플레이를 하다보면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서 자기가(좀 더 심한 경우 자기만) 뭔가 좀 한 발짝 뒤처진 거 같은 느낌을 받는 그런 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그런 것이 불ㅡ편 하면 뭐다? 그냥 룰북을 잘 읽고, 남들이 어떨 때 어떻게 하는가 등을 잘 배워서 적당히 경험을 쌓고 나름대로 활용을 해 보면 되는 것임 땅땅땅.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구인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의 능력
와우에서는 구인할 때 허수딜이나 기어스코어, 템레벨, 업적 등을 체크해 봤다만, TRPG에서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잘해봐야 톡방이나 디스코드 등에서 면접을 보고서 적당히 퉁칠 수 밖에 없음. 다만 마스터가 "무슨 룰을 어떻게 할 거다"라고 구인글에 적어 놓는데, 그런 구인글의 내용을 보면 대개 그 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이번 플레이에서 뭘 할 건지 감이 오게 써 놓음. 예에에전에 갤에 올라왔던 아래의 구인글을 한 번 보자.
도중에 나오는 잡다한 설정은 다 사실 그냥 몰라도 되는 거고, 이 글의 구인 글로서의 중요한 포인트는 패파 / 20pt 9레벨 20000gp / 맵툴 사용 / 뉴비는 캐릭터를 만들어 줌 정도임. 잘 모르겠으면 그냥 '뉴비는 캐릭터를 만들어 줌'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마스터 말 잘 듣고 패파 기본 룰 정도만 찾아보면 되는데.... 경험자라면 이렇게 제시된 내용을 보고 그냥 자기가 직접 적당히 캐릭터 시트를 짜올 수 있을 거임. 근데 어차피 뉴비도 원하는 캐릭터를 이야기하면 마스터가 고심 끝에 그 구상에 어울리는 캐릭터의 시트를 짜서 주는 방식으로 똑같이 멀쩡한 캐릭터를 받아서 할 수 있을 테니까 솔직히 플레이하는 데는 별 차이 없겠지? 이래서 경험은 사실 '인맥'인 게 아니라면 플레이의 '구인' 과정에서는 큰 차이를 안 보임. 룰을 잘 모르는 뉴비도 넙죽 받아 줄 생각이 있는 마스터는 어찌어찌 자기가 떠먹일 수 있으면 떠먹이거든. 물론 난 뉴비라도 일단 룰북을 읽고 대충 짜 와야 하고, 그런 다음에 그걸 손을 봐 준다는 쪽이긴 한데... 짤에서 나온 구인글 같은 플레이를 뉴비 끼워서 할 거면 시트는 짜 주는 게 맞다고 보고, 그런 룰을 많이 안 하기 때문에 이렇게 뻗댈 수 있는 거임.
상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정도의 능력
사실 상황을 이해하는 정도의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있긴 함. 그런데 플레이 경험이 좀 더 있는 플레이어는 여기서도 한 발 앞서 나갈 여지가 있음. 예를 들어서 "전에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하면서 플레이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쉽게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이거지. 그리고 이런 능력이 언제 확실히 발현될 수 있냐면 전투 인카운터를 진행 할 때임. 와우 같은 MMORPG로 치면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공략 리딩"을 하는 그런 이야기로 비유할 수 있을 듯. 당연히 그런 공장은 공략을 좀 더 많이 알고 있을 거고, 경험도 많이 해 봤겠지?
물론 TRPG 쪽에는 그런 식의 공략 리딩은 없지만, 이런 능력에 따라 활용도가 갈리는 요소의 대표격으로 "D20 계열 룰에서의 주문"을 들 수 있다고 생각함. 캐스터가 자기 주문들을 적절히 골라 적절히 사용함으로서 파티 전체가 좀 더 편하게 전투를 할 수 있는데, 좀 더 효율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캐스터 캐릭터를 하는 플레이어뿐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의 지혜를 같이 빌리는 것이 좋을 수 있기 때문임. 그러니까 뉴비가 마법사를 잡았다면 그냥 자기 꼴리는 대로 뻥뻥 마법을 쓸 수도 있겠지만, 좁은 복도에서 아군과 싸우는 고블린들을 향해 무턱대고 파이어볼을 날리기 보다는 좀 더 경험이 많은 옆 플레이어(댕청하고 어린 바바리안 RP를 하고 있는)의 메타적 조언을 따르는 게 훨씬 효율적일 거라 이 말임. 물론 꼭 전투 인카운터가 아니더라도 상황을 이해해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서 플레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의 차이가 벌어지거나 뭐 그런 유의미한 차이가 날 수 있음. 특히 경험이 좀 있는 플레이어가 입을 털어 주는 역할의 캐릭터를 맡았다면....
재미있는 RP를 하는 정도의 능력
가장 티가 많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능력이자 사실 가장 의미가 없는 능력. 실질적으로 판정을 통해서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룰의 경우 마스터가 판정하기 전에 플레이어가 입을 잘 털었다고 상으로 판정에 보정을 주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굉장한 RP나 보잘것 없는 RP나 플레이 내에서의 결과는 큰 차이가 없음. 예를 들어서 적이 활을 쏘아서 캐릭터들이 회피 판정을 하는데 키리토가 공중제비를 돌며 칼로 화살을 받아 튕겨내는 RP를 하고 판정하는 거나 몽순이가 머리를 숙이고 주저 앉아 화살을 피하는 RP를 하고 판정하는 거나 둘 다 화살 공격에 회피 판정하는 것인 건 그게 그거임. 물론 능력에 이름을 붙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적당한 RP는 재미있음. 그리고.... 플레이하는 룰이 판정을 통해서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러면 이 능력은 위의 상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직결되게 됨. 재미있는 RP를 통해서 독창적이고 특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여지가 생기거든. 예를 들어서 던전 월드 같은 룰에서는 판정에 실패하거나 부분적으로 성공하면 영 좋지 않은 일이 생김. 그런데 사실 이 영 좋지 않은 일은 가급적이면 판정할 때의 상황에 기반해서 적용되어야 한단 말이야? 솔직히 내가 도박에서 졌다고 마스터가 밤톨만한 작은 운석이 머리에 떨어진다거나 그런 식의 엉뚱한 영 좋지 않은 일을 제시하면 기분이 좀 묘하잖아? 그렇지만 재미있는 RP를 하면 그런 영 좋지 않은 일도 그에 걸맞게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음. 예를 들어서 내가 도박하는 도중에 몰래 별에 소원을 빌어 운을 조작하는 꼼수를 쓴다는 식의 RP를 했다면, 판정 결과를 본 다음에 마스터가 별에 소원을 빌려고 했는데 그게 잘못 되서 대신 밤톨만한 운석을 맞았다고 해도 말이 되겠지? 이렇게 룰에 따라서는 재미있는 RP를 하는 것 자체가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거임.
3줄 요약
TRPG에서도 뉴비와 경험자 사이의 차이는 존재함.
근데 뉴비들이 생각하는 거만큼 그렇게 크진 않음.
그러니까 그렇게 겁먹거나 그럴 필요는 별로 없음.
중요한 포인트에서 일리시드 몽크가 빠진 듯
으 이 아저씨 짬이 되다 보니까 각종 상황에는 통달했는데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존나 후졌네ㅋㅋ
예시가 와우인게 많네양. 레이드 뛸 시간에 뻘글 하나 더 쓰세양
와우는 수년째 쉬는데 소재가 안 떠오르고 쓸 시간이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