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단순히 시나리오를 보고 헤헤 잘 쓰겠습니다하고 받아먹는 게 아니라 적당히 구성 위주로 손을 보는 요령에 대한 이야기.
기존의 비슷한 다른 뻘글들처럼 대부분의 갤럼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일단 유료 시나리오라고 해도 시나리오의 구성에 헛점이 있는 시나리오도 생각만큼 적지 않음.... 심지어 돈법사나 카오시움도 시나리오 구성부터가 쓰레기인 물건을 팔 때가 있어서 때로는 그런 시나리오를 보다 보면 "내 돈 내놔 X발 출판사 새퀴들아" 같은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그렇지만 버리기 아까운 소재 같은 것이 있으면 활용을 하는 게 맞잖아? 그러니까 그럴 경우 다들 적당히 시나리오를 고쳐 쓰고 그렇게 하는 것임. 또한 샌드박스식 구성 같은 경우는 원래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기도 함. 물론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이게 아주 쉽고 편하기만 한 건 아니고, 그냥 얌전히 다른 시나리오를 돌린다는 다른 선택지도 있으니 그쪽을 택해도 별 상관은 없음. 그게 더 쉽고 편하고 빠르잖아?
레일로드식 구성
평범한 레일로드. 각 장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진행하게 되어 있다. 도중에 다른 선택지가 나와도 대개 별 의미가 없을 게 분명한데... 문제는 이게 TRPG고 플레이어들이 뭘 할지 아무도 확실히 예상할 수 없다는 거임. 따라서 플레이어들의 진행 덕에 A-B로의 연계가 완전히 끊긴다거나 그러면 와장창하고 이후의 플랜들이 다 터질 여지가 있음. 그게 싫은 마스터는 "아무튼 안 열림" / "아무튼 안 죽음" 등의 핑계를 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솔직히 졸렬해 보일 수도 있고 그럼. 물론 잘 짜여진 시나리오라면 이런 구조라도 아무도 일방적인 레일로드라는 점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 혹은 그리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는데, 대개 그런 시나리오는 '장면의 전환권'을 마스터가 손쉽게 자기 손에 쥘 수 있고, 그런 사실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가 됨. 쉽게 말해서 플레이어들이 뭘 하든 상관 없이 일단 마스터가 원할 때 -다음 장- 을 선언해서 플레이어들이 뭔가 행동에 나서게 할 수 있으면 어쨌든 시나리오가 레일 위를 무사히 굴러간다는 거임. 사실 여기까지는 전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음. 그러면 이런 연출을 어떻게 매끄럽게 하는 게 좋은가....
가장 쉬운 방법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즉 PC들이 이 시나리오에서 상대해야 할 NPC들을 이용하는 것임. 얘들이 뭔가 지속적으로 일을 저지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PC들이 그에 대해서 반응하는 걸 트리거로 삼아서 장면을 바꿔나가는 거임. 그러다가 안타고니스트들과 PC들이 "언젠가는" 충돌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적당히 시나리오가 끝나면 됨. 짝짝짝. 예를 들어서 미친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고 PC들이 살인마를 추적한다면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가겠지? 그러면서 살인마가 단서를 남긴다거나 패턴을 읽힌다거나 그렇게 되서 "따라잡히면서" PC들이 살인마와 충돌하는 클라이맥스로 이어지게 하면 됨. 다른 방법으로는, 'PC들이 적당한 행동을 하면' 그게 무엇이든 나름 적당한 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출하는 거임. 예를 들어서 검슈 같은 룰은 추리물임에도 '단서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데, 일단 PC들이 적당히 단서를 찾으려는 행동을 하면 그냥 마스터가 단서를 던져줄 수 있기 때문임. 그러고는 PC들이 단서를 다 찾을 쯤에는 적당히 다음 장면으로 넘기면 되고.
물론 제작자 쪽에서 아예 위와 같이 좀 더 복잡한 선택지와 다양한 장면이 주어지는 구성의 시나리오를 내놓아 줄 수도 있음. 이러면 당연히 이것들을 보고 준비를 해야하는 마스터의 수고는 늘어나게 되지만 일단 펑하고 터지면 뇌내 로딩을 해 가면서 수습하느냐고 애를 써야 하는 상황보다는 좀 더 안정적임. 여담으로 검슈 쪽은 시나리오를 기본적으로 장면 위주로 구성하다보니 대부분 이런 요소가 있을 경우 깔끔하게 정리되서 나온다. 물론 네가 원한다면 맨 위의 기본 구성 외의 아무 것도 없는 레일로드에 직접 이런 걸 추가해 본 다음에 시나리오를 돌릴 수도 있음.
좀 더 극단적으로 가면 아예 기본적으로 주어져 있던 A - B - C - D - E식의 전개를 짬통에 넣어버리고 직접 추가한 장면을 넣어서 A - B' - C - D - E' 로 진행되게 한다거나 뭐 그렇게 할 수도 있음.
샌드박스식 구성
샌드박스는 사실 '레일로드'로 통하는 물건들에 비해 마스터 입장에서는 더 개빡치는 구조를 가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제작자는 적당한 도입부 장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마무리, 그리고 마스터가 플레이 도중에 사용할 장면을 만들 재료 몇 개를 던져주면 끝이거든. 그러니까 마스터는 이 재료들을 모아 자기가 연출해 보고 싶은 / 혹은 일단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적당히 구성해 놓고 PC들의 행보가 그런 장면 사이사이로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좀 더 간단히 말하면 위의 두번째 짤을 대충 머릿속으로 구성해 놓고(혹은 어딘가에 적어서 정리해 놓고) 플레이를 시작해야 편하다는 뜻임. 혹은 아예 도중에 만들던가. 대신에 이쪽은 저 재료들을 진짜 잔뜩 퍼주는 형태로 내서 아예 이런 식으로 뭔가 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음. 주로 OSR 쪽에서 여러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다수의 랜덤 표를 넣어준다거나, 혹은 헥스크롤(Hexcrawl) 식으로 각 헥스마다 뭐가 하나씩 있는 헥스맵을 제공한다거나 뭐 그런 게 다 이런 거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 어필해서 팔아먹는 것임.
또한 이렇게 김밥천국에서 김밥 재료 깔아놓고 주문 들어오면 그때그때 재료들 모아서 싸는 것처럼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은 우리가 흔히 "서사룰" 중 하나라고 보는 AWE 계열에서도 활용이 되는데, 대체 어디에서 그러냐면 일단 국면(Front)부터가 그런 방식임. 국면의 경우 적당한 도입부를 만들어서 꺼내야 하며, 마스터 입장에서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마무리(방치되면 터지는 재앙이나 뭐 그런 이름의 안 좋은 것들), 그리고 그 외의 국면을 구성하는 기타 요소들로 이루어지거든. 그러니까 샌드박스니 서사룰이니 해도 사실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마스터가 '미리 준비해 놓은' 요소들을 '상황에 맞춰' 적당히 구성하는 식으로 진행을 해 나가는 거고, 아예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않는다 이거임. 대신에 미리 김밥...이 아니라 정해진 플롯을 만들어 놓지만 않을 뿐이지. 여담으로 AWE 2판에서 국면 대신에 나오는 위험 지도 메카닉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진짜로 윗짤처럼 이것저것 적어놓은 짤을 그려놓고 거기 써 넣은 것들을 적당히 모아다가 각 세션에서 PC들이 대면하게 될 상황을 만들어 보고 결과에 따라 뭔가를 지우거나 추가하고 그러는 식의 물건임.
불편한 시나리오이긴 햇음. 좀더 손봣어야햇다
왜 덧글은 별로 안 달리는 걸까 항상
고맙다. 마스터 해보고싶어서 여러모로 공부중인데, 잘 참고하겠음
늒네 마스터는 검증된 초보자용 시나리오로 출발하는 게 최선인데스웅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주의해야 할 점. 스토리가 일자형이라고 해서 그걸 레일로드라 부르긴 힘듦. 그냥 스토리 구성이 일자형일뿐... 근데 DM이 일자형 스토리를 따르게 만들려고 플레이어의 행동을 억압하기 시작하면 그건 레일로드임.
뭘 해도 A에서 B로 B에서 C로 넘어가는게 그럼 레일로드지 뭐가 레일로드임...? 그건 그냥 포괄적인 레일로드와 강압적인 레일로드의 차이 아니냐
마스터가 다양한 선택지와 방향성을 준비해놨더라도 자기자 예상한 외의 방향으로 튀어나가는 걸 막으면 그것도 레일로드지.
뻘글추 - dc App
이런 글 조아용 홍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