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고유명사와 인물이 팍팍 늘어나기 시작했음. 아마 읽기 힘들 것임. 세력이나 유착 구도를 정리한 이미지 파일을 준비해야되겠네.


 도시로 입성하는데 필요한 인장을 확보한 일행이었지만 현상범과 맞붙어 싸우고 매장한 시점이 이미 밤이었기 때문에 곧장 출발하는건 위험했음. 피드백을 통해서 플레이를 좀 더 개선하기로 한 PL은, 노인과 대화해 그의 본질을 캐내기로 함. 본질의 연구 액션을 이용해서 인간 폼을 얻어야했기 때문임. 드루이드의 징표가 하필 피부색이 밤하늘처럼 검푸르게 되는거라 변해봤자 이목은 무조건 끌테지만 본연의 괴물 모습 보다는 접근성이 좋을 것은 자명했음. PC는 기사 코스프레 하는 노인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물어봤고, 광대한 세상 속에 우리는 얼마나 왜소한가, 우리는 삶이 다할 때까지 모험할 수 있다며 눈을 빛내는 노인의 말은 PC의 가슴을 아리게 했음. 말은 참 잘하는데 이게 노망나서 하는 헛소리라는게 문제니까. 자기가 읽은 책 속의 기사인줄로 착각하는 이 노인에 대해 PC는 복잡한 감정을 느낌. 노기사의 잔불같은 열정을 나눠받으며 뭔가를 느낀 PC는 그 감정을 그대로 따라갔고, 기사와 비슷한듯 다른 푸르딩딩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것을 깨달음. 엄습하는 요통과 쑤시는 뼈마디의 형태로. 정말로 모험심이 노인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라면, 노망나기 전과 지금이 큰 차이가 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음.


 인간 폼을 성공적으로 얻은 그 때, 이벤트를 위해 깡 2d6을 굴리게 되었음. 참고로 우리 세션에서 모든 주사위는 PL이 굴리기로 함 ㅎ; 낮을수록 무관계한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 걸 6,6 임. GM은 좋아죽음. 멀지 않은 곳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려왔고, PC는 너무 가까워서 수상할 지언정 내버려두면 화가 여기까지 미칠거라면서 현장에 향하기로 하였음. 안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격전을 치루고 잡아먹힌 애새끼에 산적의 습격(사실 마을 털려서 생긴 공갈거지단이었음)까지 기분 나쁜 일이 너무 많아서 화풀이가 마려웠기 때문.


 무장한 병사들에게 쫓기는 한 남자를 발견한 일행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소란을 멈추기로 함. 곰으로 한번 갑분싸를 시전했던 트라우마가 있었던 PL은 PC를 말로 변신시켜 그들을 가로막았고, 노인은 그들에게 대화를 시도함. 종자는 다리가 부러져있어서 타고온 말과 함께 남겨두고 왔음. 기껏 인간폼 얻어놓고 또 짐승새끼 모습이라서 난감해진 PL은 결국 GM에게 노인의 권한도 받게됨.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도망친 남자는 이전에 들렀던 마을의 농민이었음. 병사들이 돌아다니면서 징발을 했는데 이 자는 거부해서 탈세의 죄가 생겼고, 내놓지를 못하겠으면 입대라도 하랬더니 거절해서 복무의 의무를 거부한 죄가 생기고, 농노새끼 주제에 빤스런을 해서 영지를 벗어나는 바람에 무단 이주의 죄가, 그 와중에 병사 아구창을 갈겨서 상해죄까지 있는 전과 4범 새끼였음. 이걸 고작 몇 시간 만에 다 해내다니 대 단 하 다 ! !


 병사들 쪽의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PL은 노인의 입으로 중재를 시도함.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이 가는구먼. 내 지위를 떠나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거기 있는 농민이여. 살고 싶다면 징집에 따르는 것이 좋네. 자네의 부락은 이미 오늘 내일 먹을 것도 내놓아서 없고, 남아있는다 한들 할 수 있는 것도 없지. 나는 여기 오면서 이미 비슷한 상황에 처한 자들을 한 번 만났었네. 나를 습격했고, 몇은 죽고 몇은 달아났지. 절박하고 두려운 것은 알지만, 도망친다 한들 그 다음엔 무엇이 있겠는가? 이건 입에 발린 말이 아닐세, 젊은이. 여기 있으면 죽고, 얌전히 따라가지 않아도 죽을 것이야. 살려면 병사가 되어야하네. 최소한 그곳에선 자네 몫을 배급받고, 자네 몫을 뜯어내려고 윽박지르는 사람도 없을 걸세. 내 말이, 이해가 되는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살인자들한테서 도망친게 무슨 죄냐면서 어그로를 끈 농민은 칼침을 맞을 위기에 처했고, PL은 가까스로 다시 진정시키는데 성공함. 어찌되었든 병사들에게 본인은 제안했음. 나 같아도 그 상황이면 안남아있었을거다, 그러니까 무단 이주(빤스런)와 징집 거부(입대 영장 씹음)의 죄는 거둬들이고 납세의 의무는 입대해서 해결하게 해줘라. 죽빵 맞은건 안타깝지만 인생이 이런거지. 그래도 분이 안풀리면 날 치라고.


 군대 갔다온 새끼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망언에 GM은 (대대장: 꼬우면 날 쳐라, 계급장뗴고 말해보자.,) 라며 PL을 놀렸고 수치심이 MAX를 찍었지만 어쨌든 설득은 성공했음. 병사들은 알겠다면서도, 기사의 명령이니 만큼 이 놈의 면죄와 입대를 위해 인장을 찍어달라고 요구했음. 그게 아니면 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징집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공증인이 되어야했고. 굳이 돌아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PL은 그냥 문둥병 기사에게서 얻은 인장을 사용해서 그들을 돌려보냈음. 그런데 내가 이전에 말했지? 이 인장을 사용하는 바람에 좆됐다고..


 종자는 노망난 노인에 비해 더 상식적이고 명민한 인물이었음. 인장을 사용했다는 말에 종자는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그 이유를 말해줌. PC가 모셨다가 팽당했던 왕을 편의상 M이라고 하자. 이전에 만난 현상범 문둥병 기사가 그 M의 3대를 섬기고 있었지? 그렇다면 기사가 가지고 있었던 인장은 M의 인장이라는 이야기가 돼. 문제는 이 M이 PC가 히키코모리가 되어있는 동안 왕을 참칭해서 전쟁을 벌였다가 다구리 쳐맞고 백작으로 격하되었다는거야. GM은 이걸 들어 코올을 걸었다고 표현함. 그리고 우리가 가는 도시는 그 M하고 박터지게 싸웠었고. 징집관도 도시 소속이니까, M의 인장을 사용하는 인물을 보면 그냥 넘어가는게 병신이라 이 말이야. 요약하면, 우리는 농민 하나 구제하겠다고 우리가 들어가려던 도시 O와 척을 진 세력의 인장을 사용해버렸다는 말이 됨..


 이쯤에서 GM과 PL은 서로 선문답을 해가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지 유추함. 전범 M의 수하가 과거에 침략했던 O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면, O 소속의 징집관이 어떻게 행동할까? 라는 주제였지. PL은 징집관이 신중을 기해 상층부에 연락을 취할 거라고 생각했음. 간자로 보이는 인물과 접촉했다 헤어지고 M소속이라는 증거까지 자기 손에 들어왔는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 뭔 일이 터졌을때 덤터기 씌워져서 목이 매달릴 테니까. 하지만 GM은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님들을 치워버리는 겁니다' 라고 좆됨 선고를 내렸음. 방법이 뭐가 되었든 간에 징집관과 일행은 사생결단을 내야하는 관계가 된 것임.


 징집관은 우리가 O로 향하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는 길목에 병사들을 배치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음. PC는 신령어로 대자연에게 '밤잠없는 두 발걸이 원숭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았고, 병사들은 이전에 들렀던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어놓은채 병사를 나눠 두 길목에 사람을 배치했다고 함. 당연히 일행은 사람이 몇 없는 쪽으로 진로를 잡음.


 새로 변해서 하늘에서 일행을 인도하려던 PC는 변신장면을 병사에게 들켰는데, 이상한건 병사가 덤비거나 사람을 부르지 않고 들고 있던 횃불로 근처에 있던 나무에 불을 붙이고 도망갔다는 점이었음. 숲과 함께 통구이를 만들 생각인 걸까? 상황파악으로 '무엇을 주의해서 봐야하는지' 질문한 PL에게, GM은 병사가 무장을 하지 않고 횃불과 짚단만 들고 있었다면서 작정하고 방화를 하러 나왔음을 시사함.


 여기서 GM은 다시 질문을 함. 첩자가 있다면 징집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게 뭐냐는 것이었음. 당연히 우리가 O에 도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겠지? 우리를 수배하거나, 가는 길을 막거나, 죽이거나. 수단은 다양했지만 산불을 내는건 스케일이 너무 컸음. 어쩌면 징집관의 징발은 상부에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전쟁범죄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우리가 도착해서 고발하면 징집관의 인생이 끝장나겠구나 라는 판단이 섰음.


 어쨌든.. 우리는 병사와 산불 때문에 진로가 막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고, 징집관은 빠르게 말을 달려 O로 돌아가는 중임. O에 도착하면 우리에 대해 보고할 거고, 그럼 모험은 끝장나겠지? 징집관의 도착이 늦더라도,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연기는 O에서도 보일 규모로 추산되었고, 먼 곳에서 대화재의 조짐을 목격한 O가 과연 인장만 보고 안으로 들여보내줄 지에 대해선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음. 즉 우리는 O로 향하는 징집관과 산불이라는 두 개의 재난을 동시에 제압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임.


 PC가 천재지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으로 강한 것도 아니니,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음. 곧장 새로 변해서 징집관을 추격하는 거지. 신령어를 사용해 숲의 동물들에게 부탁을 할 수는 있었지만, 동물에게 불을 끄라고 할 수는 없었음. 그래서 불은 노기사와 종자에게 끄도록 맡기고, 동물들은 병사들을 방해하고, PC는 징집관을 친다는 작전이 수립됨. 장면은 지체없이 징집관과의 대면으로 질주했음.


 징집관은 O 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마지막 마을의 입구에서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음. 베셀이 실종되거나 죽는걸 목격하는 사람이 나오면 우리에게 혐의가 오는건 이미 알고 있었던 바, PC는 인간 폼을 취하고 접근해 선동과 날조를 시작함. 아니 딱히 날조는 없었네. 드립 욕심에 그만 ㅎㅎ;


 PC는 징집관이 징발을 빙자한 수탈로 마을을 완전히 불태우고 온 참이며, 이게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도망치는 와중에 목격자를 없애려고 산불까지 냈다고 그의 만행을 고발함. 징집관은 방화가 기사를 사칭하는 간첩들의 소행이며, 자신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는 것이라 변명했음. 하지만 PC는 징집관이라는 자가 병사를 징집하고 부릴 권한이 있으면서도 그 힘으로 간첩을 잡지는 못할 망정 빤스런이나 했다며 그를 겁쟁이로 몰아세움.


 PC의 선동질은 시민들의 불안을 증폭시켰고, 아마도 그 쪽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었을 사람들을 시작으로 침묵은 속삭임으로, 웅성거림으로, 아우성으로 빠르게 번져감. 진실을 요구하는 자들이 농기구를 들고 걸어나왔고, 징집관은 별안간 돌을 맞고 휘청거림. 병사들은 그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날아드는 물건이 그 종류와 수를 늘려오는 기세에 점점 뒤로 물러났고, 때마침 돌에 맞아 떨어진 인장을 회수한 PC는 징집관에게 죽빵을 날려 그를 눕혀놓고 일행과 무사히 합류, 망할놈의 도시 O에 마침내 입성하게 되었음. 자기가 조져놨던 사람들의 목청에서 터져나왔던 절규를 자기 입으로 토해내는 징집관을 뒤로 하고 말이지. 전쟁 때문에 발생한 수많은 피해자와 악행을 목격했던 PC는 점점 노망난 노인과 남장 종자가 말하는 허무맹랑한 목표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이 두 사람을 보호해준다는 당초의 의도보다는 '전쟁을 막아보자'라는 대의에 집중하고 있었음. 이제 이 여행은 PC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시련이 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