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줄거리 : 문둥이 기사를 결투 끝에 죽이고 얻었던 인장으로 농민과 병사의 갈등을 중재한 드루이드 일행. 하지만 그 인장을 사용하는 바람에 스파이 혐의가 생기고, 자신의 직권남용(수탈)을 입막음하기 위해 덤벼오는 징집관의 계략에 휩쓸린다. 그의 악행을 고발하고 선동하여 몰락시킨 드루이드는, 징집관의 인장도 챙겨서 일행과 합류하는데..
PC는 마침내 전쟁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을 문제의 도시, 오라리오에 도착했음. 징집관에게 그랬던 것처럼 덜미를 잡히지 않기 위해, 이번엔 징집관의 인장을 사용했지. 하지만 이번에도 알 수 없는 것이 기다리고 있었음.
"국화꽃을 위하여."
그 말과 함께, 경비는 아주 은밀하게 PC의 손에 쪽지를 건네줬음. 거기엔 밤 12시 정각까지 길드로 오라고 적혀있었지. GM은 그 시점에서 오후 6시라고 말했으니, 앞으로 여섯 시간의 유예가 주어진 것임. 그 길드라는 곳에서 기다리는게 무슨 일인지, 가야할 이유가 있는지 등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히키코모리라 세상물정에 어두운 PC는 노망난 기사 대신 명민한 종자에게 물어보았지. 종자의 말에 따르면 국화는 이 도시의 상징이었고, 국화가 상징이 된 것은 백년 전 에페소 두르난이라는 인물이 백작이 되면서부터였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PC는 얼어붙어버림. 묻어뒀지만 전혀 바래지 않은 기억이 벼락처럼 울었음.
PC가 은둔하기 전.. 그러니까 왕에게서 팽당하고 버려지기 전엔 작전을 수행하는 전쟁병기였다고 말했었지. 한 번은, 그 작전 끝에 노예로 팔려갈 예정이었던 엘프를 발견하게 되었음. 알 수 없는 충동 내지는 끌림에 당황하면서도, PC는 그 엘프를 성으로 데려왔고 생애 최초로 타인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했음. 이 엘프를 데리고 살테니 거기에 필요한 걸 달라는 것이었지. 왕은 매우 놀라워하면서도 승인했음.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어린이었음에도, 엘프는 타고난 감수성과 이지적인 시선으로 PC가 어떤 존재인지,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파악했음. 에페소 두르난이라고 이름을 밝힌 엘프는 자신이 아무 일도 겪지 않았던것처럼 굴면서, PC가 평생토록 원했던 평범한 말상대가 되어줌. 얼마 지나지 않아 PC의 수염을 뽑거나 바닥에 엎드리게 시키곤 카페트라고 놀리는 등 나이대에 맞는 장난질도 시작함. 하지만 이 엘프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PC가 모시는 왕의 전쟁질로 서식지가 파괴된 데에 있었고, 둘은 애써 그 사실을 무시하면서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대관계를 힘겹게 유지함. 그러다 PC가 팽당하는 날이 왔고, 도망치던 PC는 자신이 없으면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는 엘프가 성에서 당하게 될 일에 생각이 미쳐 돌아옴. 가까운 도시에 엘프를 내려놓은 PC는 이름을 바꾸고 자신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도망쳤음. 100년 전의 일이었지.
동일 인물이 맞는건지, 왜 이름을 바꾸지 않은것인지,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 도시의 백작위에 올랐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살아온것인지. 해야할 질문이 너무나 많았음. 이 여행은 점점 더 개인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었음. PC는 언제가 되었든 꼭 이 백작이라는 자를 직접 대면하기로 마음먹음. 하지만 일행은 자신에게 과거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고(타인이니까 숨기는게 당연한 일임), 그랬기에 달리 내색을 할 수 없었음. PC는 다시 현실에 집중하기로 함.
징집관의 인장을 가진 자에게 길드에서 보낸 쪽지가 도착했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징집관과 길드(시민)은 유착관계가 있는듯 했음. 하지만 징집관이 무슨 짓을 했었는지 생각해보면 길드는 절대로 찾아가기에 현명한 곳이 아니었음. 게다가 일행은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를 몰락시키고 온 참임.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당장은 길드에 관련된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함.
전쟁을 막자는 목표로 여기까지 왔지만, 전쟁이 일어난다(혹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전쟁의 중심이 이 도시, 오라리오라는 것만 파악했지 전쟁이 언제부터, 왜, 어떻게, 누구와 치뤄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아는게 없었던 PC는, 일행을 숙소에 대기시켜놓고 단독으로 조사에 착수함. 어쩔 수 없는게, 은거중인 PC에게 찾아오기 전에 이 둘은 이미 여기에 한 번 들렀던 참임.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채로 자신을 찾아왔던 점이나, 곡물창고를 날려버릴 뻔 했다느니 하는 대화를 엿들은 점으로 미루어보면 분명 사고만 치고 쫓겨난게 아닐까 싶었음. 그런 유명인들이 뭔 조사를 하겠냐고.
PC는 온갖 역병이 창궐해 개판이 났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민가와 가까운 뒷골목으로 향함. 시체 썩은내와 오물의 냄새가 진동하고, 까마귀와 들개, 쥐가 넘쳐나는 주검을 뜯어먹고 있었음. 돌담과 벽에는 기도와 욕설이 어지럽게 뒤섞여있었고, 정작 두 다리로 땅을 딛고 다니는 것은 PC와 몇몇 후드 뒤집어쓴 인물들이 전부였음. 소문이 사실이라는걸 확인한 PC는 다음 장소로 향하지만, 그 때부터 자신을 주시하는 존재가 뒤에 따라붙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음..
온갖 병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교회의 앞에서, PC는 문둥이 기사에게서 노획한 마리우스 왕..아니 마리우스 백작의 인장을 사용해서 길을 트고 들어감. PC의 정체를 단단히 오해한듯한 사제는 가장 깊숙한 곳으로 안내받은 PC는 주변을 둘러본 결과 교회와 마리우스가 지속적으로 접촉했다는 정황증거를 포착함. 아니나 다를까, 교회는 전쟁만 해대느라 치안 유지고 역병 퇴치고 도시 내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두르난 백작에게 불만이 쌓여있었고, 외부 세력인 마리우스에게 명분(과 교회의 지지)을 제공하는 대신 도시의 안정을 되찾고자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음. 마리우스가 보낸 사자인척 연기를 하며 정보를 캐낸 PC는 이제 귀족들의 동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걸음을 돌림.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미행도 계속됨..
날씨는 점점 더 폭우와 돌풍으로 심각해졌고, 따라서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음. 하수도와 굴뚝을 놓고 고민하던 PC는, 돌멩이로 변신해 데굴데굴 굴러서 귀족원에 잠입하는데 성공함. 도시의 상황과는 대비되는 때깔좋은 사병들이, 적선과 불만 표출을 목적으로 찾아왔을 빈민들이 꼬챙이에 꽃혀 타죽는 것을 배경삼아 환담을 나누고 있었음. 계속해서 도시가 좆됐다는 증거만 나오니 PL은 똥줄이 타들어감. 전쟁 어케막노 시발련아. 어쨌든 굴뚝을 타고 굴러서 벽난로의 불쏘시개 사이로 떨어진 PC는, 돌멩이 답게 화상에 내성을 가진 채로 정보를 찾아다님.
당초의 계획은 주인이 없는 방에 들어가서 귀족들이 서로 교환했을 서신을 되는 대로 쓸어담는 것이었지만, GM은 여러 장소를 선택지로 제시함. 화려한 방, 교성이 울려퍼지는 방, 달달한 냄새가 나는 방 중에 선택하라는 GM에게 달달한 방은 뭐냐고 묻자, 생크림은 원래 러브젤? 피임용? 이었다는 지식을 전수받음. 다시 한 번 찾아온 텍섹의 공포에 전율한 PL은,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면서도 교성이 울려퍼지는 방을 선택함. 소지품 내지는 문서가 목적인데, 야스중인 놈들이 몸에 뭘 주렁주렁 매달고 다닐 리는 없었으니까.
끔찍하게도 PC가 그곳에서 본 것은 메케네라는 틀딱이 알리샤라는 처녀에게 열라게 해대는 장면이었음. 주변이 뻥 뚫린 곳에서 옷도 안벗고 불장난을 하던 둘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대화를 시작함. 그 내용은, 요약하자면 일주일 뒤에 프랑소와르 자작령의 민들레 아가씨라는 인물이 귀족원의 혁명을 지원하기로 확답을 했다는 것이었음. 교회는 마리우스를, 귀족원은 프랑소와르를 끌어들인 것임. 전쟁중이라는 두르난 백작과 의중을 알수없는 길드까지 합하면 오라리오는 삼파전도 아니고 사파전이 일어날 형국이었음. GM은 정성과 퀄리티를 고루 갖춘 진정한 새디스트에 틀림없었음.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 PL은 뭔가 도움될거 아무거나 좀 훔쳐가겠다고 떼를 썼고, 독에 닿으면 변색되어 독 여부를 알려줄 은식기를 뽀려옴.
이제 약속 시간까지는 불과 1시간이 남았고, PC는 일행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새로 변신함.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미행자가 그물을 던졌고, PC는 미행자의 손아귀에 잡힌 채 목에 칼이 드리워짐. 계속 뭔가를 연신 씹어대면서 '뒷골목, 교회, 귀족원에 방문한 것이 사실인가' '길드에게서 편지를 받았는가' '사자신, 아카샤, 너니샤를 아는가' 라는 질문을 던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에, PC는 반격하려다가도 동료에게 해가 미칠까 두 번째 질문까지는 꾹 참고 사실대로 대답함. 하지만 세번째 질문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고, 대답 대신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겠다며 본모습인 괴물 사자로 돌아와 미행자를 공격함.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듯 도시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 미행자를 보고 조커가 늘어났다고 생각하면서도, PC는 결국 여관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롤 20에서의 3번째 세션이 끝났음.
GM의 원맨쇼를 막기 위해 PL이 NPC의 역할을 양도받는 것은 어느 틈엔가 세션의 특징이 되어버렸음. 하지만 실제로 나눈 대화가 평범한 모략 이야기라곤 하나 방금 전까지 박히던 아가씨의 탈을 쓰고 RP를 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연재는 해도 되지만 로그를 통째로 따는 것은 안된다는 것도, 아마 이것 때문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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