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이어서 또 소개해보는 미니어처 게임 기반 TRPG. 이번에는 Privateer Press사의 Iron Kingdom Unleashed RPG인데... 대략 미니어처 게임 기반 RPG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물건이라고 볼 수 있고, 좀 역사가 복잡한 물건임. 원래 Iron Kingdom 세계관 자체는 D&D 3판 시절에 위치파이어 3부작이라는 소설과 그에 연계된 서플먼트에서 나온 물건인데, 이거 만든 놈들이 저걸로 번 돈으로 저 세계관 기반 미니어처 게임인 "워머신(Warmachine)"을 발매하고, 이후에는 자매작인 "호드(Hordes)"를 발매함. 그 와중에 다시 TRPG 쪽을 이번에는 D20 기반으로 깔짝 손댔다가 또 접고.... 그러다가 아예 자기들이 독자적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TRPG를 내놓게 됨. 이게 지금 나오고 있는 Iron Kingdom RPG고, 그 자매판이 Iron Kingdom Unleashed RPG임. 둘은 독자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호환도 불가능한 건 아님. 


세계관 

기본적으로 카엔(Caen)이라는 세계의 이모렌(Immoren)이라는 대륙 서부를 주 무대로 다루고 있음. 이 동네는 증기기관과 마법을 접목시킨 스팀펑크 세계로서, 이 동네의 인간 국가들을 강철 왕국들(Iron Kingdoms)이라고 부르고, 이 TRPG의 이름도 거기서 온 거임. 다만 그건 여기선 별로 중요한 게 아닌데.... 왜냐하면 Iron Kingdom Unleashed는 저런 잘 나가는 인간 국가들이나 스팀펑크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저 세계관 내에 존재하는 훨씬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이종족들을 중심으로 다루는 게임이기 때문임.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거 잘 몰라도 그렇게 큰 지장은 없음. 원래 미니어처 게임인 워머신 / 호드도 각각 스팀펑크 기반 인류 세력을 다루는 워머신과 원시적인 힘과 야수를 다루는 비인간 계열 세력을 위주로 다루는 호드로 구분되는 방식이고, 그 방식을 TRPG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보면 됨. 인간 국가들과 비교하자면 대체로 이 세계의 비인간 종족들은 인간에 비해서 결집되는 속도가 늦었고, 기술 발전도 비교적 느린 편임. 따라서 그런 부분에서는 인간보다 밀리지만 개개인의 우월한 스탯이라든가, 혹은 원시성에 기반을 두는 고유의 마법이나, "워비스트"라고 불리는 야수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극복하는 상황임.


종족

패로우(Farrow) - 돼지인간. 튼튼하고 아무데서나 적응을 잘 하는 종족임. 딱 WoW의 가시멧돼지 생각하면 되는 종족. 

늪지 트로그(Bog Trog) - 늪지대를 기반으로 삼는 반어인 종족. 게이터맨과 투닥거리긴 하는데 주로 맞고 사는 축에 속한다.

게이터맨(Gatorman) - 악어 종족. 기본적으로 덩치가 큰 편이고, 고기를 오래 먹지 못하게 되면 서서히 정줄을 놓는 대신 아무 고기나 잘 먹음. 

사른 부족(Tharn) - 아직까지 고대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식인종들. 이 세계관의 파괴신인 웜(Wyrm)을 숭배하고 문명을 조낸 혐오함.

니스(Nyss) - 북부 지방의 엘프 일파. 현재는 "에버블라이트(Everblight)"라는 용 때문에 종족 대다수가 타락해서 그놈 하수인으로 전락한 상태.

피그미 트롤(Pygmy Troll) - 덩치가 작은 트롤 계열 종족. 작아도 트롤이라서 튼튼하고, 팔다리가 잘리면 웰프(Whelp)라는 꼬마 트롤이 생겨남. 

트롤킨(Trollkin) - 대략 인간보다 덩치카 큰 트롤 계열 종족으로 트롤 계열 종족들의 주축을 이룸.. 역시 종특으로 튼튼하다만 웰프는 안 생김.

인간(Human) - 그냥 인간. 다만 여기서는 그냥 문명인이라는 게 딱히 도움이 안 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각 종족들은 고유의 종족 특성 / 언어 / 기본 속성 / 신앙 등의 설정을 따로 가지고 있음. 예를 들어서 늪지대에 사는 늪지 트로그나 게이터맨은 기본적으로 수중 이동을 할 때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거나, 인간은 문명과는 대체로 동떨어진 이 동네에서는 대개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패널티를 받는다거나.... 뭐 그런 식임.


속성(Archetype) 및 직업(Career) 

기본적으로 지능캐 / 법사캐 / 힘캐 / 기술캐 정도로 갈리고, 속성을 뭘로 고르냐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그 속성이 제공하는 보너스를 하나 갖고 시작할 수 있음. 또한 마법을 쓰려면 그쪽 속성을 찍어야만 가능함. 그 다음에는 직업을 2개 고르는데, 당연히 마법을 쓰는 직업은 속성을 안 찍었으면 못 고르고, 그 외에도 직업 자체의 특성 때문에 종족 / 성별 등에 따라서 선택 가능 여부가 갈리는 직업이 존재함. 예를 들어서 파괴자(Ravager)는 미니어처 게임 상에서는 사른 부족의 광전사 부대를 가리키는 말인데, 그래서 여기서도 사른 부족 남성들만 가능한 직업임. 가장 대표적인 직업은 역시 워락(Warlock)으로, 이 동네에서의 워락은 특별한 감응 능력을 바탕으로 워비스트(Warbeast)라고 불리는 야수들을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들을 말함. 대신 여기서도 자기 종족과 관계된 야수들과만 감응이 제대로 된다는 설정 덕에 보통 인간은 그런 거 안 됨. 또한 캐릭터를 만들 때밖에 고를 수 없는 직업도 존재함. 또한 각 직업들은 고유의 어빌리티 / 스킬 / 사회적 관계 등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직업을 어떻게 조합하냐도 나름 포인트라고 볼 수 있을 듯.


경험치 메커니즘

기본적으로 누적된 경험치를 기준으로 보너스를 받는 방식이고, 레벨 자체는 그냥 저렙 / 중렙 / 고렙 수준의 3단계로만 분류됨. 시작할 때는 당연히 저렙인데, 그나마 저렙부터 영웅(Hero) 취급이기는 함.


판정 방식

미니어처 게임에서 메커니즘을 많이 빌려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쪽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따라 대개 2D6 기반으로 결과를 판정하고, 상황에 따라 보정이 들어가는 방식임. 


주요 세력

서클 오르보로스(Circle Orboros)

일명 서클. 파괴신인 웜(Wyrm)과 대지모신 두니아(Dhunia)가 하나의 순환을 이룬다고 믿는 드루이드들과 웜을 숭배하는 사른 부족들 등이 모인 집단으로 사실상 이쪽의 흑막 1호. 드루이드들은 남의 손 빌려서 일 처리하는 걸 선호하고, 나무와 돌로 일종의 골렘을 만드는 마법을 쓰거나, 아니면 인간을 가지고 반인 반수의 괴물을 만들어낸다거나 하는 짓도 태연히 저지르는 양반들이고 사른 부족들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반문명 정신에 투철한 식인종들임.   


가시평원 연합(Thornfall Alliance) 및 기타 패로우 부족들 

가시평원 연합은 가장 큰 패로우 세력으로 어쩌고 저쩌고 카버 경 3세(Lord Carver, BMMD, Esq. III)라는 꿈과 재능은 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던 패로우 부족장이 매드 사이언티스트 아르카디우스 박사(Dr. Arkadius)하고 손잡은 뒤 돼지 계열 워비스트들을 마개조하고, 추가로 이것저것 인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병기를 만든 뒤에 주변 부족들을 통합해서 세력을 넓히는 중임. 물론 얘들의 영향권 밖에는 여러 패로우 부족들이 아직 존재하는 상황. 


진흙탕늪 성도회(Blindwater Congregation) 및 기타 게이터맨 / 보그 트로그 부족들.

이쪽은 부족 연합 겸 종교 단체. 이 동네는 대략 엄청난 의식을 치른다거나 위업을 달성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승천해서 신이 될 수도 있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 살아온 게이터맨 보코르(Bokor, 부두교의 주술사)인 피투성이 바르나바스(Bloody Barnabas)가 자기도 승천해서 신이 되어 보려고 창설해서 각지의 늪지대에 사는 여러 부족들을 통합해서 만든 종교 단체. 역시 그 외에도 여러 부족들이 있음. 


연합 크리엘(United Kriel) 및 기타 크리엘(Kriel)

트롤 계열 종족들, 특히 트롤킨들의 부족 집단을 크리엘(Kriel)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이 세계관에서 현실의 쿠르드족 수준의 상황이던 트롤 계열 종족들은 마드락 아이언하이드(Madrak Ironhide)라는 족장을 중심으로 뭉쳐서 연합 크리엘을 형성하고 진짜로 이번에야말로 자기들만의 땅을 좀 얻어보려고 노력하는 중임. 물론 거기에 별 관심이 없어보이는 놈들도 있고, 아예 인간들의 도시에 독자적으로 눌러앉아 사는 등 크리엘들과는 따로 노는 놈들도 없는 건 아님. 


서플먼트

스코른 제국(Skorne Empire)

기본 룰북과는 별도로 스코른(Skorne)이라고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머리털이 없는 등 확연히 외모가 구분되는 이종족을 다루는 서플먼트임. 그러면 쟤들을 왜 따로 다루냐... 저놈들은 무사도라든가 기타 등등의 요소가 결합된 오리엔탈리즘 컨셉의 종족으로, 이모렌 대륙 동쪽에서 나름대로 수천 년간 마법과 워비스트 사육 위주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인간들에게 맞고 사는 서부 놈들과는 달리 오히려 대륙을 횡단해 원정을 와서 인간이고 뭐고 다 줘팸하고 서부를 정복하려는 끝판왕에 가까운 포지션이기 때문임. 현재 설정상으로는 이제 인간은 좀 덜 패고, 대신 옛날에 대격변도 일으켰고 자기네 선조들도 괴롭히고 다녔던 엘프들을 줘팸하는 중. 설정이 저렇다보니 스코른은 스코른 원정군 소속으로 파티를 굴리는 컨셉인데, 대신에 그런 거 싫은 사람은 탈영병이나 추방자 같은 컨셉으로 다른 종족들과 같이 노는 플레이를 해도 괜찮다... 정도의 설명이 붙어있음.


몇 가지 단점

OR을 돌리기 불편한 구조

대놓고 "특정 종족은 중간 크기 베이스를 사용하세요 = 40mm 베이스 사용"이라고 설명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적당한 모델을 가지고 적당히 테이블 위에서 해라"가 기본 컨셉이고, 아예 어드벤처 키트라고 모델 / 지형 / 룰북 등을 세트로 팔아먹고 있음. 다만 이놈들만 욕할 건 아니고.... 미니어처 게임을 만들다가 TRPG에 뛰어드는 놈들은 거의 대부분 이 모양으로 게임을 디자인해서 내놓는 편임. 일단 자기들이 그에 필요한 모델을 만들어 팔아먹을 능력은 이미 넘쳐 흐르니까 모델도 팔고 룰도 팔아먹고 그러겠다는 이야기.


미니어처 게임과의 관계

요 근래의 미니어처 게임 기반 TRPG들이 갖는 특징 중에 하나는 세계관 내의 큰 흐름은 그냥 미니어처 게임 쪽에서 쓱싹 진행되어 버리니까 TRPG 쪽에서는 세계관의 변화를 알아도 적용하기가 많이 귀찮아진다는 것임. 특히 워머신 / 호드는 나름 주기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진행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게 티가 더 나는 편이고. 물론 그런 거 안 해도 되긴 하고, PP에서도 아예 그런 부분을 땜빵하기 위해서 - 그런 거 잘 몰라도 되는 -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커버를 시도하기는 함. 또한 이런 TRPG들도 어찌보면 CoC마냥 플레이어들을 대놓고 세계관 내 "조연" 취급하는 감도 좀 있는데, 왜냐하면 TRPG 쪽에서는 잘해야 파티 하나가 돌아다니는 정도라면 미니어처 게임 쪽에서는 좀 더 규모가 큰 전투나 전쟁을 구현할 수 있고, 특히 워머신 / 호드의 경우 TRPG로 치면 아예 국가 수장이나 장관급 네임드 NPC들이 전장에 캐릭터 모델로 굴러나와서 치고 받는 상황이 나오는 동네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됨. 그러니까 막 세계를 구하거나 바꾼다거나 그런 스케일 큰 거 생각하고 온 사람한테는 별로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임. 


가격

일단 코어 룰부터가 남들과는 달리 정가 60달러짜리 물건인데.... 반대로 원판이 되는 미니어처 게임은 2판 룰북이 공짜로 풀려있고 다음 달에 나올 3판 룰북도 공짜로 푼다고 선언한 상태임. 그러다보니까 솔직히 TRPG에 관심이 없고, 세계관 자체의 팬이라면 미니어처 게임 쪽이나 소설 같은 거만 봐도 충분하니까 딱히 이걸 그 돈 내고 사야 하나 의문이 드는 물건이고, 또한 저 세계관 기반 TRPG에 관심이 없다면 다른 거 싼 거 많다... 멀리 갈 거 없이 CoC만 해도 저거 살 돈이면 책 몇 권 세트 후원이 가능함. 그나마 E-book판은 대부분 많이 할인해주니까 그냥 웬만하면 E-book판을 구매하는 게 지갑 건강에 나을 듯. 거기다 저 세계관 기반 소설들이 딱히 저질인 것도 아니어서, 중편 대표작인 카르도프의 도살자(Butcher of Khardov)는 휴고상 후보까지 올라갔던 작품이고, 그 외에도 휴고상 후보작을 낸 작가들도 좀 고용해서 소설을 내는 중임... 못 믿겠을 사람을 위해서 짤도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