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ㅇㅅㅇ으로 쓰다가 귀찮아서 결국 햄갤에서 쓰던 닉으로 통일. 미니어처 게임 기반 TRPG 소개하다가 생각나서 써보는 뒷배경 설명 글임.
요새 미니어처 게임 업계의 트렌드 중 하나는 "유사한 장르로의 확장"임. 예를 들어서 오늘 / 어제 소개한 Iron Kingdom / Iron Kingdom Unleashed는 각각 미니어처 게임 워머신(Warmachine) / 호드(Hordes)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또 여기서 파생작으로 보드게임인 언더시티(Undercity)를 발매했고, 홀아비의 숲(Widow's Woods)을 발매 준비중인 상태임. 그러면 왜 하필 이놈들이 TRPG 쪽으로 너도 나도 확장을 시도하냐.... 말했듯이 "유사하기 때문"임.
미니어처 게임의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각 모델들이 고유의 스탯과 특수 행동 및 기타 자원을 가지고 있다가 자기가 행동하는 시점에 사용하고 다른 모델에게 순서를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인지도가 높은 편인 "워해머" 계열이나 아예 역사상의 전투를 구현하는 "히스토리컬" 장르가 아닌 대부분의 미니어처 게임은 소규모 전투, 그러니까 소위 "스커미시" 정도라고 해서 적게 나오면 10~20모델 정도끼리 치고받는 사이즈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임. 좀 더 극단적으로 가면 모델 하나씩 꺼내서 1:1 게임 하는 사례도 존재하고. 거기다가 미니어처 게임 쪽에서는 무조건 그냥 단판식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장기간의 "캠페인"을 돌려서 전투 등의 이벤트를 거치면서 경험치를 쌓고 돈을 모아서 부대를 성장시키는 플레이를 제공하기도 함. 당연히 그 과정에서 "주요 캐릭터"가 나름대로 성장을 하게 되고. 그러니까 이걸 보드게임이나 TRPG로 바꾸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미 세계관 뿐 아니라 스탯, 전투 및 이동, 성장 요소 등의 기본적인 룰이 어느 정도 짜여져 있으니까 거기에 추가적으로 비전투 요소라든가 기타 세부사항만 좀 갖다 붙이고 머릿수를 줄이면 그럭저럭 TRPG 룰의 기반이 잡힌다는 이야기가 됨. 또한 이게 반대로 적용되서 몇몇 미니어처 게임은 원래 TRPG를 돌리던 사람들이 "전투" 부분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데서 출발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서 워머신 / 호드는 아예 D&D 3판 서플먼트에서 출발한 물건이고, 혹은 개발자들이 D20을 갖고 자기들끼리 세팅해서 돌리던 걸 기반으로 만든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특수전을 다루는 미니어처 게임인 인피니티(Infinity)같은 게 그런 사례에 속함.
거기다가 TRPG는 책만 내도 어느 정도 팔아먹히는 물건이라는 점도 얘들 입장에서는 딱히 나쁜 건 아님. 프레스로 사출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찍어내는 경우 형틀 값만 수천만원 정도 드는데 책 찍어내는데는 그만큼은 안 들게 분명하거든... 그리고 일단 TRPG 룰도 어느 정도 모델을 갖고 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놨으니 찍어낸 모델을 TRPG용이라는 명목으로 또 팔아먹을 수 있는 거고. 극단적인 예로 위어드 게임즈의 경우 크로스로드 세븐(Crossroads Seven)이라고 7대악 컨셉의 캐릭터 7명이 나오는 박스를 냈는데, 얘들은 미니어처 게임 캐릭터인 동시에 또한 동봉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TRPG에서 써먹어볼 수도 있게 내놓음. 반대로 프라이버티어 프레스의 경우 보드게임을 추가적으로 내고, 거기 나오는 모델이나 혹은 이미 발매된 워머신 / 호드 모델을 가지고 캐릭터를 구현하라고 밀어주는 분위기임.
하여간 이렇게 해서 "확장"을 하기로 하면 그걸 실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기본 룰을 어느 정도 자기들이 주물럭거려서 직접 TRPG용으로 때려맞추는 거고, 다른 하나는 아예 TRPG를 만들어 본 다른 업체에다 TRPG화를 맡겨버리는 것임. 전자의 경우 저번에 소개한 위어드 게임즈의 Through the Breach나 프라이버티어 프레스의 Iron Kingdoms 시리즈가 있고, 후자의 경우는 게임즈 워크샵이 처음에 깔짝 자회사 이름으로 손 대다가 아예 FFG에 판권을 넘겨서 나오고 있는 Warhammer 40000 Roleplay 시리즈나 인피니티의 제작사인 코르부스 벨리(Corvus Belli)가 악퉁!크툴루(Acthung!Cthulhu)의 제작사인 모디피우스(Modiphius)와 손잡고 내는 인피니티 RPG 등이 있음. 딱히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모디피우스가 이렇게 손잡고 내는 TRPG가 좀 되는 편임. 뮤턴트 크로니클(Mutant Chronicle) 신판이라든가, 더스트(Dust) TRPG 판이라든가..... 모디피우스는 아예 이제는 2D20이라고 자체 공용룰을 사용해서 저런 거나 다른 TRPG를 찍어내는 상황임. 일단 퀵스타트는 공개가 되어 있으니 관심있으면 찾아보던가...
뭐 하여간 이렇게 물건이 나오면 일단 원판 미니어처 게임을 해 봤고, TRPG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뼈대가 되는 부분에 익숙하니까 쉽게 적응을 하는데, 문제는 그러면 이걸 전혀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팔아먹을 거냐...가 됨.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은 "세계관이 얼마나 먹혀들었냐..."와 "얼마나 보기 좋냐", "얼마나 덜 복잡하냐"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서 Iron Kingdoms 시리즈는 다른 미니어처 게임 기반 TRPG들에 비해서 비교적 잘 팔려서 간간히 패스파인더나 D&D 등에도 슬쩍 비벼볼 수 있는 수준에 속하는데, 저거 기반이 되는 워머신 / 호드가 나름 미니어처 게임 업계에서 워해머 40K / 스타워즈 계열과 인기 순위를 다투는 수준의 물건이기 때문에 그 바닥에서 인지도를 쌓는데 도움을 받았었고, 수상 경력도 좀 쌓는 등 룰의 평가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임. 반면 다른 미니어처 게임 기반 TRPG들은 그에 비하면 대체로 이래저래 좀 부족함. 예를 들어서 Through the Breach라고만 하면 아마 저 TRPG보다는 MTG의 모 카드를 떠올리는 놈들이 해외에도 더 많은 게 현실임.....
P.S : 짤의 두 모델은 사실 동일 캐릭터로 "Shon Hutchuck"이라는 캐릭터임. 원래 어떤 애가 Iron Kingdoms RPG에 쓰려고 모델을 개조해서 자작한 오그런 연금술사 + 현상금 사냥꾼 캐릭터인데, 쟤 아버지가 원래 워머신 / 호드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 데다 2014년에 휴고상 후보작도 내봤고, 프라이버티어 프레스 쪽에 고용되서 Iron Kingdoms 세계관 기반 소설도 이것저것 좀 쓰는 작가임.... 그 덕에 수년 뒤에 저 캐릭터가 공식 세계관에 편입되면서 우측 짤과 같이 미니어처 게임용 공식 모델이 나옴. 미니어처 게임과 TRPG가 어떤 식으로 연관될 수 있는가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되서 짤을 올려봤음.


그러고 보니 댄디부터가 미니어처 게임 변형이 기원...
그렇게 돌고 도는 관계긴 한데 요새 들어서 미니어처 게임 쪽에서 확장하는 경향이 좀 많이 늘어난 분위기. 반대로 TRPG쪽은 안 그런데 말이지.
원작이 있는 물건이 다 그렇듯이 원작 제대로 모르면 하기 힘든 물건이란 딜레마기 있지. 아무리 룰북에서 친절하게 설명해도 원작 소스(미니어처 룰북, 잡지, 소설)에 나온 것만 못 할테니.
기본적으로는 미니어처 시장에서 구매자를 혹하게 할 멋진 이야기를 깔고 가기 때문이 아닐까
이게 미니어처 게임 쪽에서 세계관을 풀어가는 과정은 좀 대체로 묘함. 큰 틀에서 보면 멋지기는 한데 세계관의 "세부적인" 부분은 그냥 적당히 넘어가버리는 게 다반사임. 그러다보니 오히려 세계관의 체계적인 정리같은 건 TRPG 서플먼트가 좀 더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아예 "TRPG는 안 하지만 세계관을 파려고" TRPG 룰북이나 서플먼트를 살펴보게 되는 사례도 많이 나옴.
ㄴ아무래도 느낌과 플레이하는데 필요한 정보만 주면 되는 미니랑 달리 알피지는 자질구레한 정보가 많이 필요하니까. 다만 그렇다고 오함마 4만 다크 헤레시가 디테일이 있었냐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해서리...
그러고보니 워해머 40k TRPG도 그 전에 나온 40k 기반 스커미시 게임(스페셜리스트 게임이란 이름으로 본가 워게임에서 파생된 게임이 여럿 있었음.)인 인퀴지터의 영향이 크다고 들었음.
워해머의 경우 원판 룰북 / 코덱스에서는 대체로 세부적인 정보는 그거보다도 더 없으니까.... 대체로 그런 데서 다루는 설정은 각 세력 주요 인물이라든가, 그 세력이 겪어온 주요 사건이라든가 그런 거 위주로 적당히 써놓고 치우는 축임. 예를 들어서 오함마 4만 로그 트레이더 같은 경우 본편에서는 "아 이런 애들도 있음" 하고 끝임. 진짜로.
팬서비스 성향이 강한 것도 있고, 미니어처에서 TRPG로 넘어가기도 쉬운 것도 있고.. 그냥 시그니쳐 모델들 꺼내 두고, 지형 적당히 뚝딱뚝딱해서 쓰던 주사위 하하호호 굴리면 그걸로 완성! 블랙워치가 그런 느낌이었나?
인퀴지터는 일단 RPG의 형태였으니까 초기에는 영향도 좀 있었다고 봐야 할 텐데, 처음부터 그거 평은 별로 안 좋았어서... 일단 FFG 쪽으로 판권을 넘긴 이후는 딱히 그런지 잘 모르겠음. 덤으로 일단 스페셜리스트 게임들 대부분은 어느 정도 성장성을 겸비한 스커미시 게임의 형태로 나왔었고, 기본적으로 D6으로 판정하는데 추가로 세부적인 판정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66시스템이라고 주사위 2개 굴려서 각각 나온 숫자 조합(ab와 ba를 따로 판정)에 따라서 달라지는 방식을 주로 사용함.
뭐 영미권은 잘 모르겠는데 일본에선 trpg의 미디어믹스가 꽤 활성화되고 있음
코믹스도 내고 애니도 만들고..
당연히 그런 건 제끼고 TRPG - 미니어처 게임간의 관계만 놓고 말하는 거지. 그리 따지면 일본도 미니어처 게임은 여기랑 거기서 거기인 수준이라...
어차피 미니어처나 trpg나 시장은 거기서 거기인 놈들이라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봄 산놈이 또 사고 그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