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크툴루 대신 본격 사이버펑크 RPG인 인피니티(Infinity) RPG 소개. 다만 나도 이건 안 해서 솔직히 설정 관련으로 정확성은 보장 못한다. 이것도 전에 소개한 것들처럼 동명의 미니어처 게임을 원작으로 하며, 스페인의 미니어처 게임 개발사인 코르부스 벨리(Corvus Belli)가 모디피우스(Modiphius) 사에 맡겨서 내놓는 작품으로 현재는 퀵스타트만 나와 있고 올 여름에 발매될 예정임. 그러고보니까 모디피우스 이놈들도 7월에 Achtung! Cthulhu 미니어처 게임 버전 나온다고 하더라...? 물론 자기들이 이쪽 룰 같은 거 만들어 본 적 없으니까 타 회사 룰 갖다가 좀 고쳐서 쓴다고 함. 일단 코르부스 벨리가 미니어처 하나는 잘 뽑는 회사라서 모델은 괜찮게 나올 건 확실한데, 이쪽에서라면 그놈들이 White metal 이외의 소재를 다루지 않는다는게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킥스타터 할 때 내놓았던 모델들 예제 짤.
세계관
기본적으로 미래 23세기의 지구를 다루고 있음. 이 세계관에서는 미국-러시아 등 기존 서구 열강들은 웜홀을 통한 이민 계획에 엄청나게 투자했다가 웜홀이 닫히면서 돈을 다 날리고, 이후 3차 대전이 터지면서 완전히 망했고, 그 자리를 오세아니아 및 동남아 등에서 출발한 국가인 판오세아니아(Panoceania), 중국이 한반도나 일본 등을 먹고 다시 군주제로 돌아간 유징 제국(Yu Jing), 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 사기캐가 등장해서 개혁에 성공한 이슬람 세력인 하퀴슬람(Haqqislam), 인류 영역의 AI를 총괄하는 알레프(Aleph)라든가, 우주 감옥선 / 난민선 등에서 시작해 나름대로 국가로 인정받는 세력인 노매드(Nomad), 웜홀로 넘어간 서구 국가들의 후예인 아리아드나(Ariadna) 등의 세력들이 메움. 일단 각자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분쟁을 벌여왔고 이러다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까지 나왔는데, 갑자기 Combined Army라는 외계인 연합 세력이 나타나서 인류를 강제로 복속시키려 함. 그래서 인류 세력들은 일단 공동의 적에 맞서면서 나름대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뒷공작 위주로 작전을 계속 벌이게 됐고, 그런 특수 작전 및 저강도 분쟁이 은밀하게 벌어지는 개판 5분 전 상황에 대한 코드네임이 "인피니티(Infinity)"임.
종족
기본적으로는 인간. 파티는 대개 이 세계관의 UN인 O-12가 각 세력들에서 모아 온 요원 팀으로 플레이한다는 설정임.
거울의 황무지(Wilderness of mirrors) / 파라노이아 레벨 시스템
쉽게 말해서 파티원들간의 "소속 진영의 목표"와 "파티의 공동 목표"를 따로 줄 수 있는데, GM은 이렇게 주어지는 소속 진영의 목표를 공개 / 비공개 하는 식으로 파티원 상호간 비공개 / 상호 공개(딱히 신경 안 쓰는 상태) / 진영 하나로 파티원 몰빵 / 아예 모두가 진영 목표는 무시 같은 식으로 수준을 조정할 수 있음. 원작부터가 스토리상 각 세력들이 심심하면 협력하다가 서로 엿을 권하는 전개기 때문에 여기서도 충실히 반영한 듯. 저 "거울의 황무지"는 원래 시의 구절인데, 냉전시대의 음모와 역정보가 난무하던 첩보전 정세를 나타내는데 누가 저걸 인용해서 그런 의미도 갖게 됨.
주요 메커니즘
모디피우스가 개발한 공용 룰이라고 하는 2D20 시스템을 사용함. 기본적으로 체크시 이름 그대로 D20 2개를 굴리고, 합산하는 게 아니라 따로 결과를 체크함. 따라서 최소 2회의 기회가 제공되는 방식인데, 대신 GM이 난이도 보정을 줘서 "성공에 필요한 성공 굴림 숫자"를 정할 수 있음. 예를 들어서 쉬운 행동은 1회만 굴림에 성공하면 완료되지만, 그보다 어려운 행동은 2회 다 성공해야 하는 방식이라는 뜻임. 또한 반대로 주사위 결과가 너무 좋아서 성공에 필요한 숫자 이상으로 굴림에 성공하면 초과한만큼 모멘텀(Momentum)이라는 일시적인 자원을 얻어서 활용할 수 있게 해 놓음. 또한 자원을 소모해서 "자동 성공"을 얻어 낸다거나 추가로 D20을 굴릴 수 있음. 요약하자면 체크에 성공하기 위해서 결과를 여러 번 내야 할 수 있는 대신 적절히 자원을 소모해 주사위를 추가할 수 있고, 반대로 결과가 좋게 나오면 어느 정도 자원 회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임.
자원으로는 인피니티 포인트(Infinity Point)와 히트 포인트(Heat Point)가 있는데, 플레이어 전용인 인피니티 포인트는 효과적이지만 수급관리가 어렵고, 히트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GM과 플레이어들이 둘 다 사용하는 대신 GM은 NPC의 행동에 "소모"하는 반면 플레이어들은 GM의 히트 포인트를 "충전"시켜주는 방식으로 사용하게 됨. 행동의 경우도 좀 특이한데, 원작부터가 상대 턴이라도 눈앞에 적이 나타나면 총을 갈기는 그런 게임이다보니 행동을 세분화 해서 프리 / 마이너 / 스탠다드 / 리액션으로 나누어 놓고 리액션은 대놓고 상대 턴에 자원을 소모해서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만들어 놓음. 기본적으로 행동 선제권은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지만, 대신 GM도 자원을 소모해서 도중에 NPC가 플레이어들의 행동 연계에 끼어들게 할 수 있음.
주요 세력
판오세아니아(Panoceania)
태평양을 중심으로 오세아니아, 동남아 국가들이 모여서 시작된 다문화 국가. 얘들이 우주를 개척할 때는 웜홀이 안 닫혔기 때문에 서구 국가들이 망한 여파로 우주 개척에 대해서 회의적이던 유징을 제치고 앞서나갈 수 있었음. 이 세계관에서 현실의 "미국"이라고 할만한 국가인데, 다만 과거에 초대형 스캔들이 터지면서 정치적 불신이 심해진 여파로 아예 이익집단들이 모여서 로비 팀을 짜고 선거에 나감... 또한 이 세계관의 기독교는 기술을 통한 부활을 인정하고 그 분야를 독점하는 이익집단이 된 덕에 개독국가가 됐다. 덕분에 국교회는 역사상 존재했던 기사단들을 복원해다가 굴리고 있고, 역사적 재현으로 여기서도 성당기사단은 이단 = 불법적인 기술 연구 문제로 걸려서 망했음....
유징(Yu Jing)
주변 국가를 다 집어삼키고 판오세아니아를 따라서 우주까지 진출한 중국. 일단 "구심점"으로 황제를 세우고 제국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당이 지배하는 건 별 차이가 없음. 애시당초 황제를 뽑아 주는 게 당임. 이 세계관에서는 정치범들을 세뇌해서 인간폭탄으로 써먹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기네의 질서를 위협하는 이들의 인권은 내다버리는 세력이고, 대표적으로 일본이 얘들의 통제에 극심하게 반발하다가 털리고 현재는 일본인들이 대놓고 2등 신민 취급을 받으며 총알받이로 써먹히는 상황임. 대신 자기네 말 잘 따르면 나름 잘 해주는 듯. 집어삼킨 다른 국가 국민들은 원래의 중국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일본인들도 2등 신민이 되기 전까진 그랬었음.
하퀴슬람(Haqqislam)
현실에서는 리얼 택도 없을 "개화된 이슬람". 파하드 카디바라는 사람이 서구가 대충 망한 뒤 막장이 된 이슬람 세계를 수습하고자 악습을 철폐하고 쿠란 원전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개혁운동을 시작했고, 그가 암살된 이후에도 그 유지가 계속 이어짐. 다만 이슬람 국가들의 지배층들은 계속 얘들의 움직임을 탄압했고, 결국 반쯤 망했던 NASA의 기술을 흡수해 독자적으로 우주로 진출한 뒤 행성을 개척해 국가로 인정을 받음. 현실의 이슬람에서 안 좋은 거 이것저것 뺀 형태로 과거의 이슬람처럼 의학 및 유전공학 등에 능함. 암살단도 굴리고 있다만 이것도 사실 원래 역사상의 암살단과는 달리 개창자가 암살당해 죽고 난 이후에 보복 내지는 방어용으로 창설된 조직임.
알레프(Aleph)
인류계(Human Sphere)를 총괄하는 AI와 그 부하들. 원래 인류가 개발한 최초의 인공지능인 알레프(Aleph)가 중심이 되며, 얘의 가능성을 여러모로 본 인류는 얘를 이 세계관의 UN인 O-12 밑으로 놓고 인류계 전체를 총괄하게 하는 한편, 얘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기로 하면서 아예 얘의 통제를 받지 않는 다른 독자적 AI의 개발을 아예 금지함. 따라서 얘는 자기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들이나 의체화한 인간들을 주로 다루고, 덤으로 일종의 고인드립으로 자료 모아다가 과거의 영웅들의 인격을 대충 창조한 뒤에 고성능 의체에 탑재해서 부려먹음. 아킬레우스라든가, 잔 다르크라든가, 살라딘이라든가.... 그나마 얘들한테 성배는 없어서 다행인 거 같음.
노매드(Nomad)
우주의 이단아들. 원래 감옥선 1척에서 시작했는데, 인류계에서 배척받는 이들과 열강이나 알레프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 모이면서 대형 우주선 3척 이상의 규모로 늘어나고 O-12가 일단 국가로 인정까지 해 준 상태. 일단 알레프를 조낸 혐오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정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예 출발점부터 따로 놀고, 덕분에 다른 데서라면 비합법적인 연구도 잘만 진행되고 추적이 불가능한 검은 돈도 잘 오가는 그런 동네임. 예를 들어서 인체개조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Furry도 나오고, 우주선 중 한 척은 아예 마피아 등이 작정하고 투자해서 만들어짐. 전면전으로는 다른 국가나 알레프한테 답이 없지만 미니어처 게임이나 RPG 등에서 다루는 저강도 분쟁같은 데서는 그럭저럭 힘을 쓸 수 있는 편.
아리아드나(Ariadna)
우주 개발 초기에 웜홀로 넘어갔다가 사라진 이민단의 후예들. 200년 가까이 고립됐다보니까 비교적 기술력이나 그런 게 낙후된 대신에 얘들이 정착한 행성에서는 테슘(Tesseum)이라는 대략 오리하르콘 수준의 광물도 나고 이것저것 기타 자원이 풍부한 행성이라서 지금은 자원 팔아다가 부를 축적하면서 테슘빨로 나름 기술력 차이를 따라잡는 중. 다만 아리아드나 자체가 단일한 세력이 아니라 사실 출신 국가별로 나뉘어진 세력들이 러시아계를 중심으로 비교적 느슨하게 뭉쳐있는 상태고, 얘들이 행성 전체를 장악한 게 아니라서 유징이나 판오세아니아도 여기에 진출해서 영역 분쟁을 일으켰고, 개를 닮은 행성의 원주종족인 안티포드(Antipod)도 나름 무시하기는 힘듬. 여담으로 안티포드에게 공격당한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안티포드와 유사한 형태로 변할 수 있는 일종의 "개인간" 혼종으로 태어나게 됨.
컴바인드 아미(Combined Army)
요약하자면 설계상 오류를 극복하려고 발악하는 외계 AI와 그 부하들. 옛날에 우르(Ur)라는 종족은 "초월(transcendence, 쉽게 말해서 메이지 놈들이 부르짖는 승천과 같은 개념)"에 도달하기 위해서 AI를 개발했는데, 이 AI가 "니들은 노답이라 어떻게 하는지 안 가르쳐 줌 ㅂㅂ"하고 혼자서 초월해버림. 그래서 빡친 우르는 이번에는 아예 진화지성(EI, Evolved Intelligence)이라는 새 AI를 개발하면서 자기들에게 방법 안 가르쳐주고 혼자 초월하지 못하게 리미터를 걸어버렸음. 근데 얘가 그게 문제가 되서 혼자서는 초월이 안 되니까 막 은하계 이곳저곳을 정복하면서 보이는 다른 종족을 싸그리 자기 밑에 편입시키고, 정복지에서 얻은 정보와 자원을 사용해 계속 초월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중임.
토하(Tohaa)
초고대부터 계속 우주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 온 쩨치 기록자(T’zechi Digesters)라는 생체 유닛을 수호해 온 종족으로, 당연히 초월하려고 뭐든지 해 보는 컴바인드 아미는 얘들을 편입시키고, 쩨치 기록자의 정보를 손에 넣으려 함. 그럭저럭 컴바인드 아미와 싸우고는 있었지만 밀리는 상황이었는데, 인류도 저놈들과 싸우고 있으니까 적의 적은 친구라는 발상으로 인류와 손을 잡고 컴바인드 아미를 내몰려고 함. 다만 서로 엿을 권하는 세계관답게 사실 얘들의 비밀조직은 인류와 공식적으로 조우하기 전부터 뒷공작을 꽤 많이 해 왔고, 공식적으로 손을 잡은 지금도 인류를 컴바인드 아미와의 전쟁에서 소모품으로 이용할 속셈이 농후한 종족임.
단점
아직 게임 자체가 안 나왔다. 킥스타터 모금만 끝내서 퀵스타트만 나와있는 상태.
이거 지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미니어처 게임이라 RPG 나오면 함께 해보자고 말을 들었는데, 판정법이 꽤 독특하네요. 다만 이렇게 다수의 팩션이 등장하는 게임이면 플레이 양상이 어찌 될지가 많이 궁금. 한글판…은 기대하기 힘들겠지….
판정법 자체가 모디피우스가 새로 개발한 방식이라고 하고, 한글판이야 뭐 적당히 햄갤러들... 내지는 그 지인들이 알아서 할 듯. 인피니티 쪽은 원판도 대충 번역해서 정리하던 분위기라.
그러고보니 미니어처 게임쪽 바닥은 좁으니까 아마 그쪽 지인들도 웹상에서 쓰는 닉네임이나마 나하고 서로 아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겠네...
대체 어떻게 진행이 될 지 궁금한 게임. 진영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서넛 섞여 있는 곳에 전투 터지면 파라노이아 느낌 날 것 같다
워햄40k 데스워치 킬 팀처럼 정예병만을 뽑아 만든 팀이란 느낌이네. 킬 팀은 일단 아군이고 여긴 대놓고 적군인 게 문제지만..
일단 컨셉은 그런데 "대놓고"까지는 아니고 GM이 시작시 조정이 가능함. 혹은 파티원을 다 같은 진영으로 몰아서 짜서 문제를 지워버리는 방법도 있겠고...
이거 하려다가 세계관 설명이 또 하나의 문제라는 걸 깨닫고 포기했었어요. 남한테 설명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직관적이지 않은 설정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