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면접을 볼 것. PL 면접을 안보고 장편을 시작하는 건 카드 안 보고 베팅하는거랑 똑같다.
어떤 팀이 일찍 터졌다 해서 보면 꼭 절반 정도는 면접 안보고 시작한 팀이더라.
2. 플레이어들 개인 연락처를 걷을 것. 전화번호가 제일 좋지만 제대로 연락 받기만 한다면 카톡도 상관없다.
다만 때때로 사생활을 중시해 연락처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땐 굳이 억지로 받아내진 말자. 대신 "지각/결석 하지 말고 호출했을 때 바로바로 읽어주세요. 안 지켜지면 즉시 걷어갑니다." 라고 확실하게 동의를 얻을 것.
비상연락망 귀찮아서 안 걷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1년 팀하다보면 무조건 한두 번은 연락 안될때 생긴다. 그때 이게 있는거랑 없는거랑은 천지차이임.
3. 화내야 할 때 화내는 것을 주저하지 말되, 반드시 정당한 이유로 화낼 것.
괜히 미움받을 게 무서워서 플레이어가 무단 지각을 해도 암말 못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 화낼 수 있는 부분에선 단호하게 화내야 한다.
해도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의 선이 모호해지면 플레이어들은 자연히 다른 곳에선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한다. 이건 그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다. 상대가 쉽게 느껴질수록 자연스레 선을 넘게 된다.
그러니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긋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겼다간 팀 분위기가 흐려지는 건 둘째치고 당장 내 마스터링 의욕이 깎인다. 쌓인 응어리라는 게 절대 어디 가는게 아닌지라... 차차 힘이 빠지다 결국 제풀에 지쳐 팀 터뜨리는 마스터들을 많이 봤다.
마스터는 편할 수는 있어도 만만해서는 안 된다. 많이 화낼 필요도 없다. 한 번 인상을 강하게 박아넣으면 이후가 편하다.
4. 가급적 실제 플레이날짜 외에 "예비일" 을 만들어둘 것. 이 예비일에는 단기 일정을 잡는 건 상관없지만, 장기적이고 또 정기적인 일정 (또다른 장편팀이라든가) 을 잡는 건 피하도록 요청한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실 사정은 유동적이기 마련이다. 플레이 시점에서는 어떤 요일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 날을 잡았는데, 사정이 바뀌어 해당 날짜에 참석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혹은 갑자기 친척이 찾아온다든가 하는 등의 사유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휴재를 해도 되겠지만, 더 좋은 방법은 미리 준비해둔 예비일로 플을 미루는 것이다. 미리 "토요일에 안 되면 화요일" 하는 식으로 말을 맞춰놨다면 설사 사정이 좀 생기더라도 예비일로 미루면 되니 부담이 없다. 예비일도 안되면? 그냥 그 주는 안되납다 하고 쉬면 됨.
날짜를 하루 더 빼야 하는 게 플레이어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될 지 모르지만, 정말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특정 요일을 매번 비우는 것은 무리여도 정기적인 일정을 안 잡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을 뿐더러, 예비일이 있다면 좀 약한 사정 (ex: 오늘 3시간밖에 못자서 피로가 심하다, 군대갔던 친구가 휴가를 나왔다) 일지라도 부담없이 일정을 미룰 수 있을지 여부를 문의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오히려 예비일이 있어서 더 편하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돌아가는 팀이라면 플레이어들도 휴재를 원하진 않기 때문에.
농담이 아니라 예비일이 있냐 없냐에 따라 일정 관리의 수월함이 차원이 달라진다. 만약 현재 본인 팀에 예비일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건의해서 맞춰보자.
5. 2주 연속 휴재는 몸을 비틀어서라도 피할 것.
1주 쉬는 건 괜찮다. 하지만 2주나 쉬면 당장 지난 이야기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 기억이 안 나면 텐션이 떨어지고, 텐션이 떨어지면 플레이에 흥미를 잃으며, 흥미를 잃다 보면 휴재 또한 늘어난다. 악순환이다.
장기팀들 중 몇몇은 정말 기이할 정도로 "플레이어 사정에 의한 휴재" 가 많이 일어나곤 한다. 물론 정말 바빠서 터지는 걸수도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별로 플레이가 안 땡겨서 딱히 엄청 심한 사정이 아님에도 휴재요청을 하는 바람에 쉬는" 경우다. 심지어 이 무기력은 전염되기 때문에 보통 저렇게 연속으로 터지는 팀들은 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면서 팀을 터뜨린다. 심한 경우에는 마스터까지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
연속 휴재는 팀이 가라앉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예비일을 잡든 뭘 잡든 해서라도 꼭 피하자. 팀원 하나가 오래 빠질 것 같으면 적당히 구실 붙여서 일시 이탈 처리하고 플레이를 돌리자. 언제나 일정한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6. 그날 플레이가 좆망했으면 보상을 팍팍 뿌릴 것.
잘하는 마스터라도 한두 번은 세션에 망조가 들어 미끄러질 때가 있다. 이때 침체된 팀 분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상을 뿌리는 것이다.
돈이랑 경험치 받아서 싫어하는 플레이어는 없다.
7. 피드백은 반드시 세션 후에, 룰 관련 논의도 후담 시간에 할 것.
아무리 플레이어의 행동에 화가 나더라도 플레이 하는 도중에 밥상을 뒤집어엎으면 안된다. 단편이면 몰라도 장편에서 그러면 팀 폭파시키고 싶다는 뜻이나 진배없다. 지적은 반드시 플레이 끝나고 하자.
마찬가지로, 룰 관련 태클이 들어왔을 때에도 일단 마스터가 아는 바대로 우선해서 처리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한다. 만약 끝나고 확인해서 잘못 알았으면 보상해준다고 해라. 이걸 못 받아들이는 소위 룰변호사들의 패악질에 대해선 익히 알려져 있으니 설명을 생략하겠음
8. 게임을 같이 하되, 롤은 절대 같이 하지 말 것.
이건 농담이 아니다. 게임을 같이 하는 것 - 즉 플레이 외적인 영역에서도 취향을 공유하는 것은 팀 결속을 다지는 데에 꽤 좋은 방법이다.
근데 롤은 같이 하지 마라. 롤 같이 하다가 팀 내 인간관계 박살난 것만 3번쯤 봤다. 있던 팀워크도 사라지는 신비로운 게임이 롤이더라.
9. 스포일러를 두려워하지 말고, 떡밥을 적극적으로 풀 것.
마스터링을 스토리 짜는 재미로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반전의 "극적인 효과" 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부러 그것을 꽁꽁 숨기곤 한다. 근데 RPG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소설에선 반전을 알면 뒷내용 읽기가 싫어지지만 RPG에서는 의외로 그렇지도 않으니까.
내가 예측했던 내용이 나오면 그 예측 위에서 미리 상정해놓은 반응을 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RPG에선 반전을 대놓고 암시해도 의외로 별 타격이 없다. 오히려 후속 전개의 떡밥을 적극적으로 풀면 풀수록 앞으로는 이리 될거같니 저럴거같니 하며 썰을 푸는 재미가 있어서 텐션이 올라간다.
10. 책임감을 가질 것.
근성을 가지라느니 뭐니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분쟁, 클레임, 휴재) 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플레이어들끼리 시비가 붙으면 바로 개입해서 중재자 & 사회자 역할을 하고, 일정 트러블이 생기면 바로 전체 호출을 돌려서 시간을 조율하고, 비중이나 아이템 분배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 다독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마스터는 세션 밖에서도 할 일이 많다.
이런 일들을 대신해주는 군기반장형 PL도 드물게 존재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두 해당 PL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그 권위가 마스터만은 못하다. 일반적인 팀 구조 - 마스터가 팀을 이끌고 플레이어는 거기에 참가하는 - 에서는 마스터가 언제나 팀에서 발생한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당장 껄끄러워서 피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지금까지 마스터링 하면서 느낀 것들을 두서없이 나열해 봤음
장편마스터 한다고하면 도움될 듯
좋은 글!
도움이 되는 게 많네 ㅊㅊ
4번은 좀 비현실적인게 현실적으로 몸 비틀어서 장기플 할 요일 잡았는데 그거 터지고 다른 날 하는건 더 어려움...나머지는 좋은 내용이네
간신히 짬내서 하루 할 정도로 바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 머든 케바케임. 근데 사실 그래서 난 (잔인한 말일 수 있지만) 평소 일정에 여유 없는 사람은 팀에 잘 안 받는 편 ㅋㅋ 그 하루가 사라지면 다른 대체요일을 잡을 수가 없어서...
일정을 무슨 태피스트리 짜듯이 가용시간에 전부 세션 채워넣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래서 우린 아예 1인당 3팀 이상 들지 못하게 공용 규칙으로 정함 ㅋㅋ 세션 문어발들이 많으면 개별 팀 휴재율이 존나게 상승해서
보통 일정잡을때 이날 아니면 안되는 답정인들이 그러더라. 정기1~2편에 남는날에는 상시같은거로 유도리있는 인원이 적당한거같음
철신은 팀원들이 24시간 롤접속해있는데 그게 특별한경우고 ㅋㅋ
팀원을 마스터가 통제 못하고 마스터가 팀원한테 끌려다니면 안됨 그렇게되면 팀 자체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겠지만 마스터 역할이 변기통 아래로 흘러내려감
내용을 보아하니 미카엘 회고록이군 본인경험담 다적어놓은듯
그야 안경험한걸 으케적누
8 보충: 그래서 평소에 도타를 하면 같이 겜 할 일이 없어서 괜찮아짐
아 뭐야 팀에서 롤 말이 계속 나와서 한번 해볼까 했다 롤 시작했는데
영화나 소설, 애니를 보고 뽕에 차서 특이한 이야기 구조를 짜려고 하지 마라. 그건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이야기라서 되는거고, 너는 그냥 평범하게 고블린이나 용 잡는 플레이 하는게 안전빵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고 하고싶으면 해도 됨.ㅋ
10번 안하는 마스터 졸라 많지 직무유기 뭐냐고~
갠적으로 5번은 존나 안되긴 한데. 안터지는 팀은 떠 안터지고 가드라. 2년간한 4ㅡ50번 플한 팀도 안터지는거보면.
머 RPG란건 케바케고 그렇게 느슨하게 가져가려고 처음부터 맘먹었다면 / 합의가 됐다면 문제될게 없지
와 진짜진짜진짜 고맙다. 초보 장편 마스터라 이것저것 걱정이 많았는데. 적극 참고할게
7번은 케바케라고 생각함... 플레이어의 지적은 그렇지만 마스터는 이거 진짜 아닌것같다 생각하는건 그때그때 걷어내야 스트레스를 안받는듯 - dc App
내가 진짜 아닌것같다 싶은 진행 플레이 끝날때까진 참자 하고 그냥 했다가 ㄹㅇ씹개판치고 일주일 내내 우울했던 경험 있어서 그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