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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인트로

X - 비전투

1 - 파워

2 - 역할 구분

3 - 역할군 설명

4 - 클래스 요약

5 - 몬스터 역할군

6 - 리소스

7 - 인카운터 설계 + 아웃트로



이번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판 클래스의 역할군(Role) 분류에 대해 적어볼게.


흔히 '탱딜힐'이라고 불리는 캐릭터의 역할군 분류는 꽤 오래된 개념이야.

컴퓨터 게임에서는 에버퀘스트 시절부터 존재했고, D&D에서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빌드에 따른 대략적인 역할 분배 정도는 갖추고 있었지.

4판에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 아예 클래스마다 미리 역할을 할당한 건데, 클래스의 역할군 고정에는 장단점이 섞여있었어.



1. 역할 구분의 장점



그 동안 D&D에서는 기본 클래스의 '밸런스'를 조정하느라 정말 골머리를 앓았어.

소위 '마법사는 겁나 센데 마법 안 쓰면 찐따'가 되는 현상 말이지.

quadratic wizards나 martial/caster disparity 등으로 검색해보면 관련 내용이 주르륵 나오니까 설명은 생략할게.


4판에서는 이런 양상을 타개하기 위해 비전투 분야를 조정하고 파워 습득을 공통 기준으로 맞춰놓는 것과 더불어 클래스의 역할군을 도입했어.

클래스마다 역할을 지정한 뒤 파티 내의 역할군 배분을 설정해서, 캐릭터가 자기가 맡는 분야에서 확실하게 두각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거지.

가령 4인 파티가 있을 때 4명이 전부 딜러를 한다면 딜이 딜러 평균선보다 심하게 높거나 낮은 사람이 거의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지만,

딜러가 1명 또는 2명이라면 그런 일이 발생하기 훨씬 드물어질테니까.


역할군의 구분은 캐릭터를 설계할 때 플레이어가 '이 캐릭터로 뭘 하고 싶은지'를 먼저 설계할 수 있는 지침이 됐어.

그래서 전투에 들어가면 뭘 할지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자기가 맡은 역할에 집중하면 평균 이상은 갈 수 있었지.

그리고, 각각의 클래스를 차별화하기에도 딱 좋았어.

예를 들자면 4판 이외의 D&D에서 레인저는 파이터나 로그 같은 클래스에게 치여서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는데,

유일하게 4판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가 클래스 역할 구분을 통해 '스트라이커로서 꾸준하게 딜을 넣는다'는,

디펜더 클래스인 파이터와 차별화되는 레인저만의 입지를 만들어줬기 때문이야.

물론 4판에서는 로그도 레인저와 같은 분류인 마샬 스트라이커지만, 로그는 레인저와 딜을 넣는 방식이나 운용법이 매우 달라서 차이가 확연했어.



2. 역할 구분의 단점



하지만 역할군 구분에는 단점도 만만찮았어.

전통적인 D&D 클래스 체계와의 괴리감이 심하다는 걸 떼놓고 봐도 말야.


먼저 '파티 내 역할군의 숫자가 균형잡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어.

흔히 MMO에서 딜러는 너무 숫자가 많아서 천민 취급을 받는데, 딱히 4판에서도 다를 거 없었거든.

딜을 꽂아서 적을 쓰러뜨리는 게 플레이어의 뽕을 채워주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인 건 어쩔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4판에서는 스트라이커가 가장 인기있는 역할군이었고, 탱커인 디펜더, 리더인 힐러, 그리고 디버퍼인 컨트롤러 순으로 픽률이 낮아졌지.

그런데 4판의 구성에서는 밸런스 잡힌 파티가 안정적이었긴 하지만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어느 이상이 되면 스트라이커가 많아도 큰 문제는 없었어.

어그로를 끄네 디버프를 거네 하는 것보다 일단 적을 죽이는 게 짱인 건 어느 D&D에서나 마찬가지였는데,

이 '다른 거 다 필요없이 무식하게 딜량으로 찍어 죽이는 전법'은 4판에서도 그럭저럭 잘 먹혔으니까.


그래서... 역할군의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클래스마다 미리 역할군을 지정해놓아서 클래스에 미리 설정된 역할 이외를 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됐어.

가령 파이어볼을 마구 뿌리는 이보커 위저드라던가, 활을 주력으로 하는 원거리 파이터, 적들을 유혹하는 인챈터 소서러 등등...

기존까지는 얼마든지 가능했던 컨셉들이 시스템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막혀버린 거야.

4판에 멀티클래스나 하이브리드 클래스가 있었긴 하지만, 다른 에디션의 멀티클래스가 흔히 그렇듯이 투자에 비하면 돌아오는 게 너무 적었고,

심심하면 최적화 빌드를 짜는 데에 악용되기 십상이었지.

파이터나 워락 같이 처음부터 다른 역할군의 역할을 어느 정도 맡아서 할 수 있도록 설계된 클래스도 있었긴 하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고.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같은 역할군에서의 성능 차이 비교는 피할 수 없었다는 거겠지.

특히 이건 에센셜로 넘어가면서 부각된 문제인데, 에센셜 탓에 반쪽이가 된 시커나 룬프리스트라던가,

에센셜의 온갖 클래스나 서브클래스들은 대부분이 밸런스를 개판으로 만들어서 나왔어.

역할군 시스템 하의 '밸런스'는, '그 클래스가 해당 역할군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로 결정되는데,

에센셜 전후로 출시된 대부분의 스트라이커가 아닌 클래스들은 기존 클래스들과 비교하면 평균 미달이었거든.

스트라이커의 경우에도 밸런스가 심각하게 오락가락이었고.



결국 5판에서는 3.5까지의 클래스 분류로 회귀하면서 4판의 역할군 개념이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어.

엄격한 역할군 구분에 장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통적인 D&D가 아닌 듯한 느낌'이라는 게 워낙 컸으니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탱딜힐 분업이라는 개념의 도입은 매우 전술적인 전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4판의 전투가 다른 판본보다 재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야.

다음 글에서는 4개의 역할군에 대한 소개와 각각의 역할군에 속한 클래스들의 짤막한 설명을 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