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오늘의 뻘글. 저번의 오늘이 어제는 아니었고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오늘이다.


예전에도 몇 번 한 이야기인데, 한국 TRPG 시장은 열악함. 고인물들은 대개 외국어가 되기 때문에 해외 소식 보고는 신판 나왔네 / 신간 나왔네 하고는 그냥 Drivethrurpg나 아마존 같은 데 통해서 원서나 E-book을 사서 보고, 늒네라도 D&D 같은 거 하다 고이면 짧은 영어로도 그럭저럭 쓸 법한(혹은 같은 팀 고인물이나 영잘알, 구글 번역 등의 도움을 받으며) D&D Beyond 같은 거 쓰고 그러게 됨. 그러면 결국 외국어가 전혀 안 되는 사람이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한국에서 나오는 룰을 살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한국에서 나오는 룰을 사 주게 되고... 간단히 말해서 이미 그냥 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수도 적고 사준다는 보장도 낮으니 굳이 걔들을 상대로 장사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외부에서 구매력을 끌어오는 게 훨씬 이득이 된다 이거임. 그런 바깥 쪽에서 사람을 조금만 끌어와도 이 시장이 워낙 영세하다보니 이 시장 기준으로는 굉장히 큰 거거든. TRPG 해외 시장도 이건 마찬가지긴 해서 돈법사가 와일드마운트 세팅 책 같은 흉물을 내고, TRPG 관련 최고 수준 금액 펀딩 중 하나가 D&D 5판 서플먼트 + 제작자 유튜브 후원이고 그랬던 거임. 하여간 그래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CoC가 흥하고는 TRPG 시장 자체가 그쪽 흐름이 되서 ㅊㅇㅁ도 그쪽 감성에 맞는 룰 좀 들여왔고, 이번에 화제가 된 펀딩도 대충 "그쪽" 감성에 맞는 컨셉으로 소개글을 쓰면서 펀딩을 하고 그랬던 거임.


그런데 이게 고인물들은 돈법사가 뭐 했다 카오시움이 뭐 했다 오닉스 패스가 뭐 했다 하면 "씹새끼들이 그럼 그렇지" 하고 "어휴 이건 안 산다" 내지는 "후.... 이건 쓰레기니까 사지 마라(자기는 샀음)" 뭐 그러면서도 또 다음에 거기서 뭐 나왔다는 소리 들리면 욕하면서도 다시 돌아서서 사 주고 그러는데, 이런 식으로 새로 들어온 애들에게도 바로바로 그런 충성도(내지는 흑우도)를 기대할 수 있냐....면 그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좀 회의적이라고 생각함. 일단 애들이 좀 고이도록 판을 깔아놓고 장기적으로 뭘 해야 충성도가 좀 생기지, 그런 밑바탕 없이는 충성도가 생길 리가 없잖음? 여기도 그런 거 꾸역꾸역 사 주는 고인물 새퀴들 보면 대개 다들 몇 년 하면서 고여서 그렇게 된 놈들임. 거기다가 단어 한 두 개에도 민감한 기준을 세우는 친구들이 많은 동네인 트이타에서 구매력을 끌어올 생각을 한 건 솔직히 말해서 다른 곳에 비해서 훨씬 더 불안정한 발판을 디딘 셈인데... 그게 이번에 탈이 난 거임.


그러니까 일단 이번 펀딩은 제작사 입장에서 환불로 인해 금전적 손실이 좀 있었다고 치면 끝이겠지만 문제는 이 다음일 거라 생각함. 원래 그런 곳에서 한 번 찍히면 오래 가잖아? 여기서도 뭐 찍히면 오래 가는 건 사실이긴 하다만. 물론 카오시움이나 돈법사 같은 좀 더 이름있고 큰 새퀴들도 위에 말했듯이 물건 낼 때마다 삽질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님(오닉스 패스는 물건 레벨의 삽질이라기엔 얘들 구성원 개개인하는 짓 위주고, 얘들이 저지른 짓은 대개 범죄니까 레벨이 다르긴 하다). 근데 이런 놈들은 십수년간 장사하면서 이미 누적해 놓은 충성도 / 흑우도가 있어서 애들이 몇 번 속아주고 그럭저럭 괜찮은 제품도 내기는 하니까 일단은 수습이 되고 장사가 되기는 하는 건데, 이번 펀딩을 한 출판사 같은 경우는 그런 수준의 충성도를 기대할 수도 없으니까 다음 펀딩 같은 거 했을 때 어떻게 될 지가 훨씬 더 불분명하다고 생각함. 분명히 펀딩에서 성과를 내려면 또 그쪽을 겨냥한 펀딩을 해야 할 텐데, 대놓고 그쪽에 이번에 이미지를 안 좋게 박았고, 그쪽을 겨냥하면 당연히 수도 적은 다른 쪽에서는 관심 자체를 별로 안 보일 거니까 말이지... 어쩌면 아예 펀딩을 안 하거나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함.


벌써 이렇게 줄줄이 비엔나소시지를 만들어서 조리할 준비인지 조리돌릴 준비인지가 되어가잖아?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난 왜 쟤들이 아직 오닉스 패스 물건에 대해서는 저러지 않나 모르겠음. 올해 6월에 국내에도 들어온 책인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20주년판 룰북의 라솜브라 쪽 일러스트 등에서 모델로 나온 놈이 성폭력 혐의로 재판 가서 앞으로 내는 V20 룰북 등에서 걔가 모델로 쓰인 일러스트 내린다고 공지하고 뭐 그랬던 놈들인데 말이야....? 아니면 내가 그쪽에 별 관심이 없어서 걔들이 이미 그런 책들 다 태우거나 찢거나 팔았는데 모르는 걸 수도 있겠다.


3줄 요약

한국에서 TRPG를 만들어 "돈을 벌려면" 일단 그쪽에 손 벌리는 게 맞음.

근데 그쪽이 끌어오긴 쉬워도 충성도도 낮고 민감성도 높아서 불안정함.

그래서 이번에 삐끗했는데, 솔직히 이번보다 다음이 더 문제일 거라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