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The Cthulhu Hack. 기본적으로 "70년대에 잘 나갔던 RPG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소위 OSR 계열의 RPG 룰인 David Black의 The Black Hack(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1730454032/the-black-hack/description)을 기반으로 이것저것 크룰루 신화적 요소나 메커니즘을 추가해서 이번 달에 나온 물건인데, 솔직히 남에게 딱히 "추천"할 퀄리티의 쩌는 물건은 아닌 거 같음. 그냥 해 볼 생각있다면 깔짝 건드려 보는 수준 정도? 하지만 일단 2.5달러가 아까우니까 적당히 소개해 봄.



기본적으로 The Black Hack의 경우 캐릭터 스탯은 3D6 굴려서 짜고, 판정은 주로 20면체를 사용해 스탯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만" 판정함. 여기에 조건 / 상황에 따라서 주사위를 추가한 뒤 높은 결과 / 낮은 결과를 택하게 하는 식으로 보정을 넣는 방식. 다만 추가로 "자원의 소모"를 반영해 소모품 사용시 판정 결과에 따라서 20면체 -> 12면체 식으로 주사위 눈이 더 적은 걸로 교체해야 하는 Usage Die 룰 때문에 주사위는 20면체 이하 전 종류가 있어야 함. 한편 전투는 좀 구리다는 생각이 드는 게, 크리티컬하고 선제권 판정 정도 말고는 전투 과정을 "세부적으로" 묘사할만한 전투 전용 룰이 딱히 없어서 말빨과 묘사력에 많이에 의존해야 함. 사망 판정은 일단 HP 0이 되어도 곱게 안 죽고 일단 "전투 불능" 상태가 된 뒤 "구체적으로 얼마나 병신이 되었나"를 다시 판정하는 방식.


다만 "70년대에 잘나갔던 RPG 게임"을 따라가는 걸 표방하는 원판과는 달리 이쪽은 크툴루 신화 세계관이다보니 대표적인 소모품은 손전등(Flashlight)과 연기(Smoke), 이성(Sanity) 같은 거고, 클래스도 학자(Scholar), 모험가(Adventurer) 등으로 치환함. 다만 여기서 손전등(Flashlight)의 경우는 진짜 손전등이라기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대한 조사" 판정 계열을 묶어서 정리하는 거고, 담배(Smoke)는 반대로 "대화로 해결 가능한 것들" 판정을 묶어서 정리하는 것인데 왜 굳이 Flashlight / Smoke라고 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음. 아마 Smoke는 "(연기를 피워) 찾아내다, 폭로하다(Smoke Out)"에서 나왔을 거 같았는데 서플먼트 보니까 담배가 맞는 듯... 그렇다면 의미를 적당히 의역해도 될 거 같음. 아니면 원문으로 적던가. 이성은 크툴루 신화물이면 거의 다 나오는 그거.... 여기서도 이성이 까이다보면 일시적인 광란을 일으키고, 0이 되면 그대로 미쳐서 캐릭터 사용 불가 판정. 


주문도 CoC와 마찬가지로 이성을 소모하고.... 물론 이성 떨어진 거 채우려고 몇 주 가까이 골골거릴 수 있는 것도 같음. 또한 인간이 함부로 대들면 죽어나가는 게 어느 정도 당연한 크툴루 신화 세계관답게 예시로 소개되는 신화생물들은 거의 1~2방으로 웬만한 플레이어 캐릭터를 골로 보낼 수 있는 화력을 갖고 등장하기 때문에 전투는 "알 게 뭐야.. 맞으면 죽는데"에 가까운 구조가 되기 쉬움. 따라서 손전등 같은 자원을 활용해 얼마나 조사를 잘 하냐... 가 관건이 됨.


감상

룰은 전 종류 주사위가 필요하다는 거 말고는 비교적 간단해서 좋긴 한데, 실질적으로 "크툴루 신화" 세계관을 잘 그려냈냐....? 그건 아닌 거 같음. 왜냐면 리눅스마냥 기본적인 요소들만 덜렁 제공하고 나머지 부분은 그냥 "네가 알아서 하세요"에 맡겨 둠. 그러니까 결국 크툴루 신화 세계관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마스터가 고생하는 건 확정인 구조. 다만 굳이 크툴루 신화를 들먹이지 않고 "여러분은 어쩌다보니 깊은 동굴에 빠졌고, 저 멀리서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같은 식으로 단순히 "호러물"을 그려내기에는 그렇게 나쁜 룰셋은 아닌 거 같음. 흔히 나오는 클리셰인 손전등이 점점 약해지면서 상황이 나빠지는 것도 나름 구현하기 쉽고.... 다만 사실 가장 큰 단점은 "간단한 걸로는 이미 한글화된 던전월드가 있고 크툴루 신화는 CoC 한글판이 나올건데 왜 굳이 이딴 걸 찾아서 해야하죠 ^^?"라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할 말 없다는 거.... 사실 나도 2.5달러 짜리가 아니었다면 사지 않았을 물건이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