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던전라이프의

단편 세션에 연달아 참여한 플레이어입니다.

함정일까 싶어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면서도

던전라이프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와 소감을 적습니다.


던전라이프의 마스터(이하 경식 씨: 홍보문에 적힌 담당자 이름)는

극한의 컨셉충이 맞습니다.

Roll20 방에 입장하면

드레드락을 하고 있는 웬 흑인이

마스터의 프로필 사진으로 있습니다.

"웰깜, 웰깜." 하시며 아프리카식 영어 억양을 흉내 내시더군요.

저는 농담스럽게 "아프리카 태생이신가 봐요?" 했더니

천연스럽게 나이지리아, 한국 혼혈이라고 하십니다.

경식 씨는 이 설정이 마음에 드셨는지 다음 세션까지 가지고 가셨습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샤믈란의 엘 포스토란 도시에서 소요가 일어났다.',

'스카울홀트 산 정상에 있는 예배소에 오르며

공물을 모아 북부인들의 환심을 사라.'

같은 대전제 말고는 대부분의 설정이 비어 있습니다.

빈 부분들은 캐릭터 메이킹을 하면서

캐릭터의 배경 설정을 참고해 채우게 됩니다.

저는 제시된 국면이 재미있어 보여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경식 씨가 어떻게든 말이 되도록

플레이어의 배경과 세계 설정을 짜 맞춰 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그 과정을 끔찍한 와플 기계로 찍어낸다고 표현합니다.


제 생각에 경식 씨는

스토리 텔링에 큰 강점이 있는 마스터는 아닙니다.

대신 유연성과 순발력이 매우 매우 좋아요.

플레이어가 어떤 의견을 내면

기탄없이 그 아이디어를 게임에 녹일 뿐만 아니라

아주 멋지게 재해석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또 게임적 요소로써 무엇을 다뤄야 하는가? 에 대한 감각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느꼈는데

두 번째 세션인 스카울홀트 편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스카울홀트에서는 재화의 일종으로써 신들의 축복을 다뤘습니다.

축복은 사고, 팔 수도 있는 개념이고, 

종장에서 북부인 원로들에게 바치기 위해

모으는 자원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경식 씨는 축복마다 게임에서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보너스로

총 10개의 데이터로 준비해 뒀더군요.

설정에도 알맞고, 

게임 진행에도 딱 밸런스가 알맞은 정도였습니다.

사막이나 냉대 기후 같은 극한의 자연을 배경으로 삼는 것 또한

그런 감각에 포함되는 것 같고요.


조금 의아스럽고 제 호기심을 자극했던 점이 있습니다.

먼저 홍보문을 작성한 던전라이프 계정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에요.

첫 번째 세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복기할 것이 있어

Roll20 세션 방을 찾았는데 방이 삭제된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 세션 때 "왜 그렇게 흔적을 열심히 지우느냐"고 묻자

경식 씨는 지난번 계정에 용량이 가득 차 새로 만든 것 뿐이라고 했지만

두 번째 세션도 끝나고 어김없이 방이 삭제됐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에겐 숨기고 싶은 

과거나 정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랜덤 퀄리티의 여러 플레이어와 오래 게임했던 걸 증명하듯

플레이 중 의사 결정이 좀 늘어진다 싶으면

'빨리 결정 안 하면 페널티 터뜨린다?' 같은 뉘앙스의

진행을 종종 하셨습니다. 

단순 위험 징조를 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말이죠.

그 모습이 마치 흉터 자국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떤 상처들을 입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그는 사람을 전혀 가리지 않고 양질의 던전월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즐겼으니

호기심이 든 분들은 꼭 던전라이프의 문을 두들겨 보길 바랍니다.



세줄요약

1. 컨셉충은 맞는데

2. 지뢰는 아니고 저는 재밌었어요

3. 초심자도 가셔도 됩니다.